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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관훈의 '제주근대경제사 신문읽기'(7) 마을과 마을을 잇는 소통

또 새로운 연재를 시작합니다. 경제학·사회복지학 분야에 능통한 진관훈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의 ‘제주근대경제사 신문읽기’입니다. 비록 지금의 경제시스템과 여건이 구비돼 있다하지만 제주 역시 과거의 실타래가 얽히고 설킨 땅입니다. 기업과 산업이 척박했던 제주에도 그 맹아가 등장하던 시기가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제주사회와 경제상황을 살핀 ‘신문’을 통해 그 시절의 기업·경제가 지금 우리 제주의 삶과 어떻게 연관·연동되고 있는지 가늠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1906년 윤원구(尹元求) 군수가 제주지역에서 민간의 물자유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제주읍내를 시작으로 삼양, 이호, 외도, 애월, 조천, 김녕, 세화, 서귀포 등에 오일장을 개설한 것이 제주도 오일장의 기원이다.

 

제주도에 오일장의 개설은 제주도 농촌 마을까지 상거래가 활발해 지는 계기가 되었는데 오일장에서 농산물, 해산물 등을 망라한 생산자인 농민들과 그 가족이 직접 거래에 참가하여 생산물을 판매하고 생필품을 구매하였다.

 

장날은 1~6일, 2~7일, 3~8일, 4~9일, 5~10일 주기 중 어느 한 유형의 날에 개장되나 인근 지역 간에 중복되지 않도록 날자를 조정하였다.

 

 

 

1937년 <제주도 생활상태조사>에 의하면 한림에는 오일시장인 한림시장 외에 가축시장(매월 1일부터 3일에 한번 월 10회 개시)이 있었다.

 

또한 1909년 조사에서는 없었던 화순시장, 남원시장, 성산시장, 서귀시장이 1937년 조사에서는 나타난 것으로 미루어 보아 이 지역 시장 소재지가 창천시장은 창천리에서 화순리로, 의귀시장은 의귀리에서 남원리로, 고성시장은 고성리에서 성산면 내로, 하효시장은 하효리에서 서귀읍내로 이전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신작로의 개설, 해녀물질로 인한 산업구조 재편에 따른 마을간 부(富)의 이동, 취락(聚落)의 이동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오일장의 개설은 제주 농촌 마을의 상거래가 활발해 지는 계기가 되었다. 오일장을 통하여 농산물, 해산물 등을 망라한 생산자인 농민들과 그 가족이 직접 거래에 참가하여 생산물을 판매하고 생필품과 같은 상품을 구매하였다. 오일시장은 거래 필요성의 확대로 활성화되어 정보 교환 등 부차적 목적을 가지는 경우도 많았다.

 

제주도 오일장은 보통 3~4리 (타 지역은 보통 4~5리) 간격으로 설치되어 상설점포없이 정해진 날에 모여 거래한다. 초창기 오일장 위치와 인근 지역과의 거리를 보면, 각 지역별로 날자가 겹치지 않게 하여 많은 도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즉, 전통사회에서 대부분의 농민들은 생산자와 판매자, 소비자 모두를 겸하였기 때문에 장이 서는 장소와 장날을 구분하여 정기(定期) 시장의 다변화를 도모하는 전략이었다. 장시(場市)가 가장 번성한 때는 음력 정월 설 명절 때였다.

 

제주도에서 생산되었던 물품들 중에서 전국적인 판로를 가지고 있던 것으로는 모자(帽子), 양태(凉太), 망건(網巾), 빗, 골패(骨牌 )등이었는데 이것들은 매년 서울, 인천, 목포, 부산, 인천 등의 각 거류지 중개인들에게 수송되었다.

 

이들 외에 오일장에서 거래되었던 물품들로는 쌀, 보리, 콩, 팥, 조, 고구마, 면화, 표고, 양태, 망건, 모자, 빗, 소, 말, 돼지 등과 해산물로 우뭇가사리, 미역, 해삼, 건복, 복, 감태재, 상어, 전복, 갈치, 저린 고등어, 복어, 마른오징어 등이 있었다.

 

이들 중 멸치, 우뭇가사리, 미역, 우피, 마피, 우골, 표고, 해삼, 양태, 망건, 모자, 빗, 말, 소, 초석, 상어, 건복, 갈치, 저린 고등어, 마른고등어, 돼지, 참마, 진피, 전복껍질, 돈모(豚毛) 등은 육지로 반출되었거나 일본 등지로 수출되었다.

 

반면 수입품으로는 의복원료, 각종 기구, 일용품, 잡화 등으로 이들은 1800년대 말까지는 상해지방으로부터 들어 왔는데, 20세기 초에는 목포, 부산 등지로 공급받거나 도민들이 일본으로 건너가서 상품을 구입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이것은 일본인들의 잡화가 제주도민들의 기호에 맞았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산 광목은 지질이 질기고 가격이 저렴하며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급격히 수요가 늘어났다. 주성(州城)시장에 있는 여러 상설점포에는 이러한 수요에 대응하여 일용품 기타 각종 잡화를 구비하였다.

 

이중 거래가 활발했던 상품으로는 석유, 성냥, 담배, 흰 무명, 사발, 막걸리 잔, 개량 중반, 사기장 물잔, 두꺼운 접시, 과자 등이 있었다.

 

제주도내에서 연거래 20만 원 이상인 곳은 제주읍 주성시장 한 곳이다. 한림, 애월, 조천 시장이 그 다음이고 거래액은 10만원 안팎이었다. 이것은 당시 이․출입 규모와 비교해 볼 때 그리 큰 규모는 아니었으나, 제주도민 입장에서는 그들의 상행위에 직접 참가하는 유일한 시장이었으므로 거래액수 이상의 의미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930년대 제주도내 오일장에 거래되어 품목을 보면 백미, 겉보리, 밀, 콩, 팥, 밀가루, 숯, 성냥, 양금건, 화금건, 방적사, 면화, 양지, 한지, 미농지, 반지, 쇠고기, 돼지고기, 도미, 전복, 닭, 식염, 된장, 간장, 석유, 설탕, 달걀, 명태, 땔감, 청주, 맥주, 사이다, 소주, 조선소주, 못, 담배, 파이렛, 하니비 등이다. 이는 1930년대 이․출입 상품품목과 일치한다.

 

장날이면 주변 마을에서 각종 생산물들을 짊어지고 사람들이 아침부터 장터로 모여들었는데 주로 농가에서 생산되는 모든 잉여물들이 장터로 밀집되었고 농민들은 잉여 농산물을 판매하고 마을에서 구입할 수 없는 생활필수품, 예를 들면 고무신, 의복, 옷감, 농기구, 소금 등의 물건들을 구입하였다.

 

일제강점기 오일장은 분산된 마을들을 연결하는 상품의 1차 집하지이며 물류유통의 구심점이었다. 각 마을에서 생산된 농산물들은 오일장에서 일차적으로 유입되고 수집되고 있어서 여기에서 집하된 물품들은 다시 상인들에 의해서 보다 큰 시장으로 유통되었다. 오일장은 보다 상위의 시장체계로 상승하는 출발점이며 제주도민들의 소비를 전제로 유입되는 물품이 도달하는 종착점이 되었다.

 

또한 정기시장인 오일장은 단순히 물건을 팔고 사는 ‘시장’ 그 이상이었다. 오일장은 시장권내의 정보가 소통되는 열린 ‘장(場)’이었다. 교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시절 외부지역에 대한 대부분의 정보는 주로 시장에서 교환되었는데 이웃하고 있는 마을사람들과의 혼사의 상담이 교환되었으며 농사정보나 물자의 시장 동향 등 각종 정보가 공유되었다.

 

이러한 소통과 교류의 기능을 지닌 오일장은 마을과 마을을 연결시켜 주는 연결고리가 되었다. 이렇게 오일장은 거래공간의 필요로 시작되었지만 점차 만남과 정보 교류의 장으로 부차적 기능까지 전담하며 점차 활성화되었던 것이다.

 

☞진관훈은?

 

= 서귀포 출생. 제주대 사범대를 나왔으나 교단에 서지 않고 동국대에서 경제학 박사(1999), 공주대에서 사회복지학 박사(2011) 학위를 받았다. 제주도 경제특보에 이어 지금은 지역산업육성 및 기업지원 전담기관인 제주테크노파크에서 수석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겸임교수로 대학, 대학원에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는『근대제주의 경제변동』(2004),『국제자유도시의 경제학』(2004),『사회적 자본과 복지거버넌스』 (2013) 등이 있으며『문화콘텐츠기술과 제주관광산업의 융복합화연구』(2010),『제주형 첨단제조업 발굴 및 산업별 육성전략연구』(2013),『제주자원기반 융복합산업화 기획연구』(2011) 등 보고서와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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