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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관훈의 '제주근대경제사 신문읽기'(4) 물산장려운동의 한 형태로 확산

또 새로운 연재를 시작합니다. 경제학·사회복지학 분야에 능통한 진관훈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의 ‘제주근대경제사 신문읽기’입니다. 비록 지금의 경제시스템과 여건이 구비돼 있다하지만 제주 역시 과거의 실타래가 얽히고 설킨 땅입니다. 기업과 산업이 척박했던 제주에도 그 맹아가 등장하던 시기가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제주사회와 경제상황을 살핀 ‘신문’을 통해 그 시절의 기업·경제가 지금 우리 제주의 삶과 어떻게 연관·연동되고 있는지 가늠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술은 사람을 중지치 않으면 마지않는 것 멋 뿐 아니라 고금을 통하여 음료고 직접간접 유형무형으로 사회와 후생에 해악을 끼침이 이에서 더한 덕이 없음은 일우 열거할 수 없으리 만치 역력(歷歷)히 허다함은 이소공동(伊所共同)의 사실임에랴.

 

공야주도(高陽酒徒)야 행화촌객(杏火村客)아 가련한 손 너는 ‘알콜’의 포로이로다. 한 잔 마시어 지름 녹임이 변시 무서운 자살의 길이오. 두 잔 끝에 노기부림이 도로 혀 가증한 죄악의 씨임을 알라. 술 많은 사교는 너를 징계하는 것이며 안주좋은 연회는 너를 매수하는 것임을 알라.

 

인류의 평화를 애창하고 계급적 해방을 희구하는 동반들이여. 주덕송(酒德頌)을 불사르고 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를 없애 버리자. 그리하여 맨 먼저 술의 구속에서부터 벗어나자. 하루라도 버젓이 깨여 살기를 힘쓰며 아울러 주지육림에 얼빠진 향락자를 조문하리라(금주단행 일주년 기념으로 함덕협성회, 1925. 12. 13. 동아일보).

 

금주회는 1920년을 전후하여 기독청년회를 중심으로 금주와 금연, 순결 등 절제 생활을 위해 조직된 모임으로 당시 금주를 위한 각종 사업들을 앞장서 보급하였다. 1834년 미국에서 절제연합회가 조직된 것이 계기가 되어 아일랜드, 영국, 유럽 대륙 전역에 급속도로 전파되었다.

 

1919년 3·1운동 직후 일제의 식민정책이 이른바 문화통치라는 이름 아래 유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틈을 이용하여 민족의 실력을 양성하기 위한 움직임이 사회·문화·경제·교육의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경제계에서는 민족 산업의 육성과 경제 자립을 위한 대중운동으로 한말의 국채보상운동과 맥락을 같이하는 물산장려운동을 전국적으로 전개하기에 이르렀다(네이버 지식백과).

 

금주단연운동은 이 같은 물산장려운동의 한 형태로 일어나, 1923년부터는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일어난 민족적 운동이 되었는데 제주에서도 도 전체는 물론 마을별로 ‘금주회’와 ‘단연동맹회’ 조직하여 활발한 활동을 하였다.

 

우리 동포 이천만을 사분지일 비례로 흡연자를 오백만인이라 가정하고 일일 일인에 평균 이전(二錢)으로 예산하면 일일 소비가 십만원이오 일간년(一簡年)을 총계하면 삼천육백만원을 소비하는지라 어찌 끽경(喫驚)할 바 아니리오.

 

차(嗟)홉다. 우리같이 빈핍(貧乏)하고 우리같이 불자유한 민족으로써 열강의 국민을 효빈(效嚬)하야 유해무익한 연초로 매년 삼천만원 이상의 금전을 허비하면 설사가상의 탄(嘆)이 불무(不無)할지라도...(조천단연동맹회 발기문, 1920. 08. 06. 동아일보).

 

금주단연운동단체는 먼저 회(會)를 결성하고 이 회가 중심이 되어 솔선하여 금주단연을 실천하면서 선전문 배포, 강연, 금주극(禁酒劇)등을 실시하여 보급을 확대시켰다. 또한 금주단연의 약속을 어기는 자(일명 범칙자)에게는 사회적 재제를 주거나 약간의 위약금을 징수하기도 했다.

 

함덕혁신회에서는 일반청년들이 타락을 개탄하야 여러 가지로 그 혁신을 계획하는 중 작년 여름부터는 혁신회 회원이든지 아니든지 함덕청년으로는 절대로 음주하지 못한다는 결의를 한 후...

 

이래 사회적재제를 주어온 결과, 지금에 이르러서는 술을 입에 대는 청년이 하나도 없게 되었으며 근일에는 일반인도 도박을 금하기로 결의하였다는데 이후에는 욕심에 눈이 붉어서 노름을 하는 자가 있으면 엄중한 사회적재제를 주리라고...(1925. 03. 06. 동아일보).

 

금주단연운동은 단순히 금주와 금연실천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 도민을 대상으로 도박금지, 미풍양속 진흥, 허례허식 철폐, 생활비 절약 등 사회계몽과 생활전반의 인식개선운동으로 확대되었다.

 

나날로 피폐하여 가는 농촌의 경제생활을 구제하는 한 방책으로 또는 미풍양속을 진흥시키는 수단의 일단계로 술을 먹지말기로, 혼상제례 그 외 대사에 떡, 술, 고기로써 접객하는 폐와 떡, 술, 부조를 일체 폐지키로 결의하고...

 

이웃 각 동리에 이 사실을 통고하고 동리 각 구역에도 광고를 부치며 가정부인들을 호별방문하야 이 뜻을 알으키기 위하야...(1931. 03. 05. 동아일보).

 

그러나 초기에 민족적 자각에 호소하여 열렬한 호응을 얻었던 이 운동도 1920년대 후반에 이르러 일제의 간섭과 탄압으로 점차 약화되어 갔다.

 

조천리에서는 종래 관습상으로 향회를 조직하고 민풍개선(民風改善) 소비절약이란 취지하에 활동하든 중인데 작년부터 특히 주류 밀조자가 많아 도당국으로부터 늘 밀조자를 검거하서 과료금만 징수한 것이 연말까지 삼천여원이란 거액에 달하였음으로...

 

금주조사실행위원을 정하고 기일을 지정하야 호별방문으로 금주선전을 하는 동시에 만일 밀조주류를 발견하면 본인의 양해를 얻고 주류를 싸다 없애며 술먹는 이에게는 약간의 위약금을 징수하며 착착 실행하든바...

 

지난 팔월하순경에는 조천경찰관 주재소에서 어떠한 이유인지 금주실행위원회 삼십여인을 모조리 소환하고 청취서를 일일이 받고 동문서를 제주경찰서 보내었음으로...(1928. 11. 03. 동아일보).

 

이런 와중에서도 소주밀조와 관련한 일종의 권력형 비리가 드러나 도민들이 분개해 마지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소주밀조 판매자를 발견하고도 밀조한 그 사람들이 제주도사(濟州島司)와 친한 사람의 마누라임으로 처벌하지 아니하고, 특별히 용서하였다는 소문이 제주도에 매우 흉흉함으로...

 

술을 밀조한 사람은 ㅇㅇㅇ의 처 ㅇㅇㅇ로 허가장 없이 술을 한 것을 흑전(黑田) 재주과장이 발견하고 봉인을 하고 왔다가 나중에 이 남편이 도사와 친하다는 관계로 어찌 어찌하야 다시 무사히 해제하여 주었다는데 벌금을 받으면 이백원 이상을 받아야 할 것을 면제하여 주었음으로...

 

다른 사람들이 반대하였으나 과장과 도사의 위력에 어쩔 수 없이 그냥 두었다는데 일반 제주도민은 관청의 불공평한 행정에 분개함을 마지않는다더라(1925. 05. 29. 동아일보).

 

한편 제주에서 생산되는 대소맥(大小麥)을 원료(原料)로 소주를 생산하여 도내 소주 소비량을 담당하게 함으로써 그 이익을 도내에 귀속시키자는 주장도 생겨났다.

 

제주도에서 소주의 연소비량이 삼십오만원에 달함으로 외래주(外來酒)를 방지하고 도산(島産)을 소비하면 그 금액은 도내에 떨어지고 말 것입니다.

 

만일 제주에서 다량적으로 생산케 하면 얼마든지 충분한 원료를 얻을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원료생산자와 주류제조업자간에 일정한 계약이 있어야 될 줄 압니다(1931. 01. 25. 동아일보).

 

☞진관훈은?

 

= 서귀포 출생. 제주대 사범대를 나왔으나 교단에 서지 않고 동국대에서 경제학 박사(1999), 공주대에서 사회복지학 박사(2011) 학위를 받았다. 제주도 경제특보에 이어 지금은 지역산업육성 및 기업지원 전담기관인 제주테크노파크에서 수석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겸임교수로 대학, 대학원에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는『근대제주의 경제변동』(2004),『국제자유도시의 경제학』(2004),『사회적 자본과 복지거버넌스』 (2013) 등이 있으며『문화콘텐츠기술과 제주관광산업의 융복합화연구』(2010),『제주형 첨단제조업 발굴 및 산업별 육성전략연구』(2013),『제주자원기반 융복합산업화 기획연구』(2011) 등 보고서와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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