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세계자연유산인 만장굴에 이어 김녕굴에도 천연기념물 제452호로 지정된 붉은박쥐 한 마리가 서식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황금박쥐'라 불리는 세계적 희귀종이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에 따르면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종이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 관심대상인 붉은박쥐(천연기념물 제452호·학명 Myotis formosus tsuensis)가 만장굴에 이어 김녕굴에서도 서식중인 것으로 모니터링 결과 확인됐다고 18일 밝혔다.
만장굴과 함께 천연기념물 제98호로 지정된 김녕굴은 200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지구촌의 대표적인 용암동굴이다.
'붉은박쥐'는 2008년 제주도동굴연구소의 만장굴 학술조사에서 비공개 구간에서 1마리, 2011년 자체 모니터링에서 1마리 등 모두 2마리가 겨울을 나고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하지만 김녕굴에서도 지난해부터 붉은박쥐 1개체가 서식중인 것으로 확인돼 붉은박쥐가 만장굴과 인접해 있는 김녕굴로 서식지를 확장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만장굴과 김녕굴은 동굴입구가 여러 곳이고, 겨울철에 섭씨 10도 내외의 온도와 95% 이상의 습도를 유지하고 있어 붉은박쥐를 비롯 관박쥐나 긴날개박쥐 등이 동면(冬眠)하는 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붉은박쥐는 애기박쥐과에 속하며 몸 길이는 4∼6㎝로 진한 오렌지색 몸통에 날개 부분이 검은색을 띠고 있어 황금박쥐 또는 오렌지윗수염박쥐라고도 불린다. 전 세계에 약 1000여 종이 있다. 그 가운데 21종이 한반도에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작은 곤충을 잡아먹고 사는데 동물성 먹이를 먹는 종류 가운데 가장 많은 수의 곤충을 잡아먹는다.
또 집단 서식처에서 암수의 성별비가 1대10부터 1대40까지 매우 불균형하게 서식하고 있어 짝짓기가 어렵고, 환경오염이나 생태계 파괴로 개체수가 줄고 있기 때문에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다.
붉은박쥐는 야행성으로 보통 1년에 1마리, 많게는 2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여름에는 풀숲에서 지내고 겨울에는 습기가 높고 따뜩한 항온대(恒溫帶)에서 1∼2마리씩 겨울잠을 자는 것으로 전해진다. 수명은 25년 정도로 추정된다. 생존 개체 수가 매우 적고 아직까지 체계적인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에 있다.
김홍두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장은 “세계적인 희귀종인 붉은박쥐가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용암동굴계에 둥지를 튼 만큼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민간인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붉은박쥐가 서식하는데 알맞은 환경을 유지하여 매년 붉은박쥐가 찾아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리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