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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명의 세밀화명상(3) 상상으로 바꿔 읽는 소설(하)

 새해 새로운 첫 연재를 시작합니다. 오동명의 ‘세밀화명상’입니다. 오랜 기간 신문기자 생활을 하며, 또 광고기획 일을 했던, 그리고 기자로서 카메라를 맸던 오동명 작가의 연재입니다. 모진 세상풍파와 맞닥뜨렸던 그가 그의 ‘자존’을 지키고자 그의 손놀림으로 다듬었던 채색과 스케치를 곁들인 명상의 담론입니다. ‘새로운 나라’를 꿈꾸게 된 2017년-. 우리가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상식의 사회’를 되새기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 편집자 주

 

원작은 내가 상상한 대로일까? 60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영어원서의 소설을 순식간에 내가 읽어내다니...... 이제 십 수 년 펼쳐보지 않던 퀴퀴한 영어사전을 꺼내놓고 내 상상과 소설을 비교해볼까나? 베껴 그린 그림이 어린아이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그렇다. 적어도 따라 그리고 베껴 그리는 동안만큼은 어린아이가 된다. 그것도 절로저절로. 소동파의 비난이 돌려 새기니 틀린 말도 아니다. 다시 인용해본다.

 

‘대상의 외형을 따라 그리는 것은 어린아이들이나 하는 짓이다.’

 

 

이제 느긋하게 색을 골라 덧칠을 해주려고 한다. 칠은 책의 그림대로 따라 하지 않을 것이다. 색은 내 임의대로, 내가 상상한 대로 쥐여지는 색에 의존하려 한다. 그리는 내가 색만큼이나 예뻐지겠지. 닮아가며 고와지고 따라하며 아름다워진다. 그 소녀가 되고 그 사랑도 품는다. 아픔? 뭐 그거이 대순가! 사랑이 깊기에 아픈 것이다. 사랑이 없으면 아픔도 없다. 이도저도 아닌 밋밋함? 결코 사랑이랄 수 없다. 사랑에는 계획도 기획도 있을 수 없다. 알 길 없기에 막막하고 알 수 없기에 먹먹하다.

 

그릴 때 꼭 참고해야 할 최우선의 덕목은?

 

“왜 똑같이 안 그려지는 거야?”

 

이런 소리는 마음에서조차 하지 말기. 비교는 절대금물이다. 덜하고 모자란 맛에서 정겹고 그래서 더 따뜻해질 수 있는 멋이 있다. 그러다가 보면 어느새 늘어나있는 나의 그림실력!!! 앞서 머리말에서 인용한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러지 않았던가. 평생 해야 하는 것, 그러니 절대 서두르지도 비교하려 들지도 말자. 먼훗날, 나의 처음 그림들을 보며 웃을 날 있을 텐데...

 

“내 그림 맞아?”

 

유치하고 어눌한 나의 옛 그림을 비난하는 말일까? 어린 시절 내 추억과 같다. 불쑥 그림실력이 능력, 내 재주가 돼 있단 말도 되겠지? 그 날은 온다. 평생 천천히 서두르지 말고 즐기다보면 그 날은 이 날이 되어 오고야 만다.

 

남의 그림따라하기로 얻은 오늘의 수확은? 마침 해가 바뀌어 새해다. 새해 계획을 세운다.

 

‘그래. 이제 영어소설 한 권을 올 한해 중 다 읽어내자.’

 

이 역시 따라하기의 힘이며 서둘지 말기의 힘이다. 대신 꾸준하게 또바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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