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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룡의 '담담(談談)클리닉'(15) 여성에게 더 많은 우울병

 

우울병은 자기경과가 있습니다. 한번 오면 평생 계속 우울병 상태로 가는 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오르락내리락 몇 개월 지속되다가 ‘저절로’ 좋아집니다. 극단적으론 한번 수개월 앓고 다신 재발하지 않고 사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우울병은 재발하기가 아주 쉽습니다. 저절로 호전되어 잘 지내다 재발하면 병의 기간이 더 오래고 정도도 심할 수 있습니다.

 

드문 경우겠지만 이런 상상을 해 봅니다. 수많은 재발과 호전을 겪으면서도 운이 좋아 아무런 ‘사고’ 없이 평생을 살았다고 칩시다. 우울병으로 점철된 삶이죠. 삶의 본질 자체가 고통이라는 말이 있지만 다른 사람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고해(苦海)의 인생입니다. 하물며 결국 자살로 매듭 짖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울병이 ‘질병’으로 규명되고 치료할 수 있는 병이라고 밝혀지기 전에는 ‘누구나 인생은 어차피 고독해’ 테마에 묻혀갔을 겁니다.

 

​세간에선 뭉뚱그려 말하지만 진단분류학에선 우울병도 여러 가지로 나뉩니다. 임상에선 이런 분류도 중요합니다. 치료 접근에 있어서 미묘하지만 분명히 다른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다루지 않겠습니다. 간략하게 우울병의 성별 차이에 대해서 써보고자 합니다.

 

우선 우울병 발병률에 차이가 있습니다. 전체적으론 여성에서 발병률이 높습니다. 특히 가임기가 시작하는 시기와 끝나는 시기에 높습니다. 하지만 55세 이후에는 남녀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남자가 더 우울병이 많다고 알려졌습니다. 초발 연령이 남성에 비해 빠릅니다. 남성은 빠른 경우에 20대에 첫 발병을 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여성은 빠르면 10대 중반부터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증상 정도가 심하고 더 오래갑니다. 재발이 더 쉽고 자살 시도율도 높습니다.(자살 성공률은 남성이 더 높다고 알려졌습니다.) 다른 병을 동반할 가능성이 더 많습니다. 남성에 비해 비전형적 우울병(atypical depression)이 더 많습니다. 물론 이건 각 성별 집단의 ‘통계적 평균’ 차이를 말한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합니다.

 

 


우울병은 왜 여성에 더 많을까요?

 

병의 발병과 원인을 일대일 기계적으로 보면 곤란합니다. 모든 병은 거의 언제나 복합적인 원인을 갖습니다. 말하자면 중층결정인 셈입니다. 여기 제시되지 않은 요소들이 끼어들 여지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역시 감안하고 봐야 합니다. 여러 관점의 설이 있습니다. 우선 인위적이라는 이론입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도움을 구하는 행동을 쉽게 표현한다는 겁니다. 우울병이 있어도 남성보다 쉽게 표현을 하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여성에서 더 우울병이 많은 것처럼 나타난다는 게 그 한가지입니다. 의사의 반응도 그렇습니다. 남성보다는 여성 환자를 쉽게 우울병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정신사회적(psychosocial) 이론입니다. 아주 어린 시절보다는 청소년 시기가 되며 여성에 대한 사회의 태도 변화와 그에 대한 인식이 스트레스 혹은 외상으로 작용하는 겁니다. 남성보다 성 및 신체폭력 피해도 흔합니다. 여성은 대인관계에서 자기 비난이나 어떤 생각을 반복 생각하는 인지형태를 보입니다. 이런 인지형태만 해도 ‘처음부터 뇌가 달라서 그래’라는 설명만으론 부족합니다. 복합적으로 봐야 합니다. 이런 사회적 요인과 인지형태가 남성보다는 여성이 우울병에 더 취약한 이유가 된다고 합니다.

 

세 번째로 생물학적 이론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호르몬 차이입니다. 우울병은 에스트로겐(estrogen) 및 프로게스테론(progesterone)의 변화와 관련 있습니다. 생리 전 증후군의 감정변화나 갱년기에 우울병이 많이 발생하는 점 등에서 추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계적으로 말할 수는 없겠지만 에스트로겐의 급격한 감소와 우울병 발병 간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계절성 우울병인 경우 성호르몬 특히 시상하부(Hypothalamus)에서 에스트라디올(estradiol, 주된 에스트로겐)이 감소돼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따져보면 갱년기나 폐경기 우울병에 우울병치료제와 에스트로겐을 복합 투여하는 건 장점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임신 중 우울병을 간략하게 언급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임신은 여성만 하니까요. 모든 임신한 여성의 20% 이상에서 우울증상을 느끼고, 10% 이상에서 실제 우울병이 발생한다고 알려졌습니다. 만약 이 여성이 임신 전에 우울병 치료제를 복용하다가 중단한 경우 임신기간에 50%이상에서 재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임신 중에 약을 먹는 게 꺼림칙한 건 사실이지만 최근 우울병치료제들은 태아에 눈에 띌 만한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증상이 심한 경우 산모 및 태아를 위해서도 우울병치료제를 사용하는 게 낫다는 견해가 우세합니다.

 

이범룡은?
=제주 출생. 국립서울정신병원에서 정신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2002년 고향으로 돌아와 신경정신과 병원의 문을 열었다. 면담이 어떤 사람과의 소통이라면,  글쓰기는 세상과의 소통이다. 그 또한 치유의 힌트가 된다고 믿고 있다. 현재 서귀포시 <밝은정신과> 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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