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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관훈의 '제주근대경제사 신문읽기'(1) 프롤로그-일제강점기 제주사회와 경제

또 새로운 연재를 시작합니다. 경제학·사회복지학 분야에 능통한 진관훈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의 ‘제주근대경제사 신문읽기’입니다. 비록 지금의 경제시스템과 여건이 구비돼 있다하지만 제주 역시 과거의 실타래가 얽히고 설킨 땅입니다. 기업과 산업이 척박했던 제주에도 그 맹아가 등장하던 시기가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제주사회와 경제상황을 살핀 ‘신문’을 통해 그 시절의 기업·경제가 지금 우리 제주의 삶과 어떻게 연관·연동되고 있는지 가늠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제주도는 토지가 척박하고 수전(水田)이 태무(殆無)한데 대지주가 무(無)하고 거개 자작농임으로 빈부의 차가 현격하지 아니하고 따라서 생활태도가 균일하며 소작쟁의는 볼 수도 없다. 경지면적은 전(田) 십만사천삼십일 정보, 답(沓) 팔백수십오 정보인데 매석당 이정이반보나 되며 작년 수확고는 대맥 삼십만 석, 속(粟) 삼십만 석, 수륙도(水陸稻) 삼만 석, 대소두 등 잡곡 삼만여 석, 감저(甘藷) 일천여만 관에 달함으로 소농민도 그리 곤난치 아니한 생계를 도모할 수 있다.

 

본도는 교통 불편의 관계상 자연 상업도 미비 부진하더니 근래 해륙교통기관이 완비와 대판직항로가 개통된 이래 제주성내를 중심으로 각지에 상업이 점차 은성(殷盛)하야 활기를 정(呈)하고 남선(南鮮)의 유수(有數)한 상업지대로 굴지(屈指)케 되었다. 이출품은 수산물을 위주로 면화, 관물(冠物), 추용(椎茸), 우피(牛皮), 양말(洋襪) 등인바 연액(年額) 백만원 내외에 달하며 이입품은 백미, 맥분, 면사포, 인촌, 석유, 기타 잡화 등 인바 연액이 백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공업은 아직 유치하야 목하 자급자족의 역(域)을 탈(脫)치 못하였으나 농한기를 이용하야 가정공업으로 소규모의 주조, 조선즐관물(朝鮮櫛冠物), 모자, 양태, 암건(岩巾) 탕건(宕巾) 망건(網巾)등을 제조하며 근래 관힐(瓘詰), 패구(貝釦), 양말, 주류(酒類) 조면(繰綿)등의 공장도 설치되어 그 산액(産額)도 불소(不少)하야 본도 공업계의 신기원(新紀元)을 작(作)하였다.

 

사위(四圍)가 망망한 대해임으로 무진장의 해산물이 있는 보고(寶庫)이다. 해안선에 연(沿)하야 거주하는 자는 거개 어업에 종사함으로 그 산액이 불소하며 본도 명물인 해상여왕 해녀는 비등(比等) 수산계에 막대한 공로가 유(有)한 자이다. 이외에 왕시(往時) 유명하였던 목축 등은 근간 다소 쇠퇴한 경향이 유하며 면작 임업등이 연연발전함으로 제주산업계의 전도는 실로 유망하다(1926. 10. 27. 동아일보).

 

제주지역은 토지생산성이 낮았기 때문에 지주제가 강화된 육지 논농사 지역과 달리 소작비율이 적고 자작농 비율이 많았다. 또한 남성노동력 보다 여성노동력이 매우 비중 있게 존재하였는데, 여성노동력은 농업과 해산물 채취에 동시에 수행했다.

 

주요 재배 작물은 보리, 조 등과 식량 확보를 위한 곡물, 윤작에 필수적인 콩이다. 토양의 특성과 적은 비료 사용, 자연 재해 즉 태풍의 영향으로 인해 생산량은 낮았으며 그나마 고르지 못했다. 이에 더하여 중앙관리, 토호들의 작위적 징세(徵稅) 등은 재생산구조를 더욱 악화시켰다. 또한 제주도 농촌 내․외의 교환과 거래의 부족은 농업생산이 단조로운 곡물중심 재배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1900년대 초반 제주도는 토지, 상품, 노동력의 교환과 거래가 부진하고 외부와의 교역이 결핍된, 고립적이고 자급자족적인 경제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농가부업으로 말사육과 양태, 망건, 모자 등을 생산하고 있었으나 갑오개혁으로 인한 역제의 폐지, 단발령 실시 등은 제주도 농촌 부업인 말사육과 말총을 재료로 하는 망건생산을 위축시켰다. 또한 토지조사사업과 산림령, 화전개발 금지로 인해 광활한 중산간 미개간지를 생산기반으로 삼고 있던 제주도 중산간 농촌의 생산기반이 몰락했다.

 

제주의 산업발전책에 대하야 말하자면, 제주는 농업 이외에는 산업이란 전무하고 그도 또한 토지가 척박한 관계상 속맥 이외 농업물이 극히 소량입니다. 그러함으로 농업 이외 어떠한 산업을 물론하고 장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중(其中)에서도 제주는 사방이 해안인 지리적 관계로 보아 수산업이 가장 적당하고 둘째, 초원이 광대하니 목축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재래(在來)에 있어서 제주의 경제계를 많이 완화시키든 부녀의 가정부업인 관물제조업(官物製造業)이 불소한 타격을 받고 있으니 그 대(代)로 다른 부업을 장려하였으면 좋겠습니다... 관물업(官物業) 대신 직조업을 장려하는 것이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제주는 여러 가지로 보아 우마(牛馬)의 개량번식이 가장 필요합니다. 금년에 용산육군부에서 제주마(濟州馬)를 시용(試用)하기 위하야 이십육 두를 사갔는데 제주마가 일등을 점(占)하고 평안도마(平安道馬)가 이등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를 보더라도 제주마 총수가 이십만 두 이상인데 이것을 개량하여 도외로 판매한다면 적지 아니한 이익이 있을 것 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해산물장려에 있어서 농업보다도 소자본을 요(要)할 것이니 조선 각지에 비하야 해산물이 가장 풍부한 제주를 반드시 해산국(海産國)으로 만드는 것이 제일 적절한 발전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1931. 01. 25. 동아일보).

 

1920년대, 별다른 산업발전 대안이 없던 제주도는 해산물 가치의 상승으로 형성된 해녀경제에 적극 가담함으로써 낙후성에서 탈출하고자 했다. 또한 교통이 발달하기 시작했고 일본 내 노동시장이 형성되어 그 동안 고용기회가 부족하였던 제주도민들이 일본노동시장에 포섭되는 형태로 식민지 시장경제에 적응하여 갔다. 이처럼 산업발전의 측면보다 일본의 노동시장에 흡수되는 방식으로 일본경제에 대응하여 나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제주도가 일제의 식민지 정책으로부터 소외되어 있는 지역이었고 1920년대 산미증산 정책과 1930년대 공업화정책의 주변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아진다.

 

원래 자본의 여유가 업는 도민이라 어떠한 사업을 경영한다 할지라도 그것이 유리만 한 것 이라면 외지의 대자본가가 출현하야 자본의 힘으로 독점하야 버리게 되니 도민은 호상단결(互相團結)하야 대자본의 침입을 금(禁)하는 동시에 모든 이권(利權)을 민중화(民衆化)하지 아니하면 생산보다 소비가 늘 초과하는 도민의 경제생활이 대단(大端) 비참하게 될 날이 있을 것입니다(1931.01.28. 동아일보).

 

일제강점기는 일제가 제주사회를 식민 통치했던 시기이다. 하지만 그 정작은 제주도민이 생활하고 경제적 삶을 유지하던 시기이다. 일제강점기 제주사회와 제주경제의 실질적 주체는 당연히 제주도민이다. 때문에 일본 제국주의 통제 하에서도 저항하고 적응하며 제주도민 특유의 역량과 저력을 발휘하여 경제적 기반을 조성했다.

 

☞진관훈은?

 

= 서귀포 출생. 제주대 사대를 나왔으나 교단에 서지 않고 동국대에서 경제학 박사(1999), 공주대에서 사회복지학 박사(2011) 학위를 받았다. 제주도 경제특보에 이어 지금은 지역산업육성 및 기업지원 전담기관인 제주테크노파크에서 수석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겸임교수로 대학, 대학원에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는『근대제주의 경제변동』(2004),『국제자유도시의 경제학』(2004),『사회적 자본과 복지거버넌스』 (2013) 등이 있으며『문화콘텐츠기술과 제주관광산업의 융복합화연구』(2010),『제주형 첨단제조업 발굴 및 산업별 육성전략연구』(2013),『제주자원기반 융복합산업화 기획연구』(2011) 등 보고서와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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