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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룡의 '담담(談談)클리닉'(12) 야심과 경쟁심이 도사리는 영역

 

성격의 분류도 선명하게 떨어지지 않지만, 분류된 각 성격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는 것과 비정상(非正常)에 ‘장애’라는 진단을 붙이는 것 모두 쉽지 않습니다. 당장 ‘정상’이란 도대체 뭘 정상이라고 하는 걸까요? 통계적 정상, 주관적 고통을 기준으로 한 정상, 사회적.문화적 기준의 정상, 이상적 관점에 따른 정상, 임상적 관점에 따른 정상.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부교수 김병수는 월간「인물과 사상」2월호에서 정상성의 5가지 관점을 이렇게 소개했었지요. 이 부분 소개 및 논평은 나중에 따로 포스팅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성격의 분류

 

성격을 분류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여기선 미국정신의학회 분류기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우선 사람은 모든 성격 요소를 조금씩 다 가지고 있다는 것과 이런 분류는 장애(질병)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입니다. 대략 다른 사람에 비해 특별히 두드러지고 또 그것으로 인해 대인관계에 문제가 되는 정도를 말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무리 진단기준을 마련했다고 하더라도 이런 진단에는 정신과 의사의 직관이나 인상(impression)이 개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성격장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눕니다. 첫째는 '독특하고, 섬뜩하고, 일반과는 동떨어진, 이상한 사람들'입니다. 편집성(Paranoid), 분열성(Schizoid), 분열형(Schizotypal) 성격장애가 여기에 속합니다. 이런 성격장애를 묶어 A군이라고 합니다. 많은 부분이 겹치기 때문에 한 군으로 묶어 말하는 겁니다. 대략 A군은 ‘정신증’적 모습이군요.

 

둘째는 경계성(Borderline), 자기애성(Narcissistic), 히스테리-연극성(Hysterical-Histrionic), 반사회적(Antisocial) 성격장애입니다. 이걸 B군이라고 합니다.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예외로 한다면, 가장 많을 뿐더러 어쩌면 인간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특성들이 이 B군일 지 모릅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정도(intensity)의 문제입니다. A군이 그러하듯 B군에 속한 성격 장애들도 서로 많은 부분을 공유합니다.

 

나머지 C군에는 강박성(Obsessive-Compulsive), 회피성(Avoidant), 의존성(Dependent) 성격장애가 속합니다. 얼핏 C군이 가장 ‘신경증’적인 모습을 하고 있네요. 정신증적 모습, 신경증적 모습이라는 소리가 도대체 무슨 말이냐 하는 분도 있겠네요. 정신병, 신경병이라고 하면 보다 쉽게 그림이 그려질 수 있을까요? 정신병이 현실감이 없는 경우라면, 신경병은 신경이 너무 예민한 겁니다. 이렇게 말해도 오해의 소지가 있군요. 이 부분도 따로 포스팅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정신치료 관점에선 C군을 비교적 말랑말랑하게 본다는 정도만 말하고 여기선 넘어가겠습니다.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지만요.

 

연극성 성격

 

히스테리-연극성(Hysterical-Histrionic) 성격이라 말하기도 합니다. ‘히스테리’를 지금은 신체형과 성격으로 나눠서 말합니다. 히스테리 신체형은 전환 장애, 신체화 장애 등으로 나눠 부르고 히스테리 성격은 연극성 성격이라고 부릅니다. 히스테리 신체형과 히스테리 성격이 서로 깊은 관계가 있는 건 아닙니다. 다시 말해서 전환 장애가 특별히 연극성 성격장애에서 더 많다거나 거꾸로 연극성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신체화 장애가 더 많은 건 아니라는 소립니다. 히스테리라는 용어만 공유하는 거죠.

 

B군 성격장애 중에 연극성 성격장애를 간단히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같은 군에 속한 성격장애들은 많은 부분에서 포개집니다.

 

 

 

성별에 따라 양상이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만, 성별에 관계없이 연극성 성격장애에서 보이는 공통된 특성을 말해 보겠습니다. 연극성 성격은 자신이 관심의 초점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내심 불편해 합니다. 어떤 식으로든 화제를 자신에게 돌리려고 하지요. 자신의 일이나 자신이 관여된 사건이라면 아주 인상적으로 표현을 하지만 세밀한 면이 없어요. 과장되고 강렬해서 인상적이지만 상세한 부분이 없습니다. 피상적입니다. 관심의 초점이 자신에게 있기 때문에 어떤 경험의 다른 디테일한 부분은 기억에 없는 거지요. 하지만 자신이 조금이라도 연관되어 있는 부분이면 극화하고 과장되게 표현합니다. ‘연극성'이라는 말은 여기에서 나왔습니다.

 

인지관점에서 보다 극단적으로는 자신의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건 다른 사람의 행동이었다는 겁니다. 인격 해리장애처럼 말이죠. 반대의 경우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의 ‘영웅적 행동’이 그가 아니라 자기로 인한 행동이거나 심지어 자기 행동이라고 기억하는 겁니다.

 

대인관계에서 실제보다 더 친밀한 관계인 것처럼 말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특히 자신을 드러내고 관심을 받는데 그 사람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말이죠. 영화배우나 연극배우가 관심을 받으려면 멋진 세팅이 필요하잖아요. 야심과 경쟁심은 주로 이런 방면에서 두드러집니다. 의식적이기도 하지만 때론 의식 너머에서 일어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성적인 면을 보면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비춰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묘한 방식으로 성적 과시를 하고 성적 관심을 끄는 방식이 더해져 유혹적으로 느낄 지도 모릅니다. 비유하자면 성관계를 포함하여 모든 관계는 그에게 연극이지 실제가 아닙니다. 따라서 성기능 장애도 더 흔합니다.

 

연극성 성격장애의 정신역동이나 정신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는 이 글의 범위를 넘어섭니다. 정신분석(프로이트 학파)에서는 외디푸스 콤플렉스 시기(약 4~6세)에 도달하기 전 발달시기를 눈 여겨 봅니다. 부모 한쪽의 부재 여부 혹은 모두 계시다고 하더라도 양육 환경이 어떠했는가에 관심이 있습니다. 자기심리학에서는 연극성 성격장애 역시 ‘자기애 성격장애’로 봅니다. 자기심리학에서는 연극성 성격장애 역시 초기 발달시기 자기대상(selfobject)과 성숙한 자존감 형성에 관한 문제인 것입니다.

 

이범룡은?
=제주 출생. 국립서울정신병원에서 정신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2002년 고향으로 돌아와 신경정신과 병원의 문을 열었다. 면담이 어떤 사람과의 소통이라면,  글쓰기는 세상과의 소통이다. 그 또한 치유의 힌트가 된다고 믿고 있다. 현재 서귀포시 <밝은정신과> 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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