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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룡의 '담담(談談)클리닉'(9) 좋은 기분에서 시작되는 창조

 

블러그 이웃인 ‘마혼’님은 위대한 예술을 가능하게 하는 건 ‘광기의 이성’이라며 이를 부족하나마 ‘예술이성’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라고 한다. 마혼님 글을 읽으며 <창조는 좋은 기분에서 시작된다>(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부교수 김병수, 월간 인물과 사상 2015년 3월호)라는 글이 생각났다.

 

김병수는 창조적 인물들과 조울병(양극성 감정장애, bipolar disorder)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 결과들을 소개했다. 결론을 말한다면 창조적인 작품을 남긴 예술가들은 조울병 환자가 많았고, 현재 활동하는 작가들도 일반인에 비해 조울병 환자가 뚜렷하게 많다는 것이다. 이건 너무 심하다 싶지만 어떤 연구에선 시인들의 경우 거의 50퍼센트가 정신과 치료를 받았는데 대게 조울병이었다.

 

예술가들의 작품 활동은 우울 시기에는 거의 할 수 없었고 조증manic(혹은 경조증hypomanic) 시기에 맹렬하게 이루어졌다. 우울기의 경험을 에너지가 상승하는 조증 시기에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더 진행해서 생각해 본다면, 과거엔 위대한 인물들은 조울병을 앓았음에도 병을 이겨내고 특출한 성취를 이룬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조울병이 있어서 위대한 성취가 이루어졌다고 말하는 셈이다.

 

독자들은 이에 반발할지 모르겠다. 하긴 프로이트 시절부터 예술가와 정신병리 관계는 관심 대상이었다. 위대한 예술가들이 모두 조울병을 가진 것도 아니요, 조울병이 있다고 해서 모두 예술가가 되는 것도 아니다. 또 예술가라고 해서 누구나 위대한 작품을 남기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한 건 연구 통계에서 예술가 집단의 조울병 유병률이 일반인에 비해 유별나게 높다는 것과 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거의 대부분 창조적 시기(이들이 창조적 시기라고 묘사한 시기는 조증 혹은 경조증 상태와 거의 일치하였다)를 경험하고 그 때 작품에 몰두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김병수는 창조의 메커니즘은 ‘창조하라’는 말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우울하고 긴장된 정서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창조는 우선 좋은 기분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김병수는 서두에서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를 슬쩍 비꼬았다. 내 생각에 김병수는 대통령이 백날 ‘창조경제’를 말한다고 해서 뭔가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지금도 도대체 창조경제란 개념이 구체적으로 뭔지 온 국민이 궁금해 하지만) 국민들의 마음을 보듬어주어 편안하고 기분이 좋아진다면 자연스레 창조적 활동을 하게 된다는 주장을 하고 싶은 거다.

 

 

 

김병수는 꽤 많은 레퍼런스를 제시했다. 조울병을 앓았거나 그런 것으로 강하게 의심되는 인물을 나열해 본다. 정치적 인물은 윈스턴 처칠, 에이브러햄 링컨, 모한 다스 간디, 마틴 루서 킹 등을 제시했다. 모험가 중엔 크리스트퍼 콜럼버스, 존 윈스럽과 로저 윌리엄스 등이 있다. 앤드루 카네기나 루이스 셀즈닉도 빠지지 않는다. 예술가들은 너무 많다. 조지 바이런, 에밀리 디킨슨, 구스타프 말러, 세리게이 라흐마니노프, 로베르트 슈만, 폴 고갱, 빈센트 반 고흐, 에바드르 뭉크,...... 그만두자. 조울병이 아니었던 예술가를 말하는 게 더 빠르겠다. 조선이나 한국 사람은 따로 거론하지 않았다. 또한 이 글 서두에서 언급한 마혼님이 (내 판단이지만) 가장 의미있게 생각하는 철학자 니체도 따로 거론하지 않았다.

 

이범룡은?
=제주 출생. 국립서울정신병원에서 정신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2002년 고향으로 돌아와 신경정신과 병원의 문을 열었다. 면담이 어떤 사람과의 소통이라면,  글쓰기는 세상과의 소통이다. 그 또한 치유의 힌트가 된다고 믿고 있다. 현재 서귀포시 <밝은정신과> 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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