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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룡의 '담담(談談)클리닉'(5) 권력이 사이코패스를 만드는가?

 

사이코패스는 타인의 정서를 추론하지 못한다. 언감생심 공감이 다 무슨 말인가. 기본적으로 지금 이 사람이 어떤 감정이겠구나 하는 추론이 되어야 추론한 감정에 공감을 하든 말든 할 게 아닌가. 사이코패스는 전두엽(frontal lobe), 그 중에서도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 기능에 문제가 있다. 호르몬 차이는 없을까. 정상인에 비해 사이코패스는 테스토스테론 수준은 높고 코르티솔 수준은 낮다. 애초부터 뇌(신경)와 호르몬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1920년 러셀(철학자. 논리학자. 1872-1970)은 모스크바에서 레닌을 만났다고 한다. 농업 부문의 사회주의에 관해 질문했다. 레닌은 즐거운 목소리로 어떻게 빈농이 부농을 적대시할 수 있게 했는지 설명하며 말했다. “그리고는 얼마 안 있어 (빈농들이) 부농들을 근처의 나무로 끌고 가 목을 매달아 버리더군요. 하! 하! 하!”

 

레닌은 ‘원래부터’ 그런 사람이었다고? 김병수(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부교수)가 쓴 <권력이 사이코패스를 만든다> (「인물과 사상」5월호)를 읽었다. 김병수는 몇 가지 근거와 레퍼런스를 들며 대게 멀쩡한 인간도 권력을 갖게 되면 사이코패스처럼 변화해간다고 주장한다. ‘생물학적’으로 말이다. 오싹하다.

 

 

「인기 없는 에세이」(버트렌드 러셀. 함께읽는책)에 나오는 레닌 이야기가 내게 깊은 인상을 줬나보다. 김병수 글을 읽으며 왜 하필 저 이야기가 떠올랐을까. 그렇다고 권력을 잡은 레닌이 사이코패스가 되었다는 말은 아니다. “여러분. 권력 잡으면 사이코패스가 되니 사이코패스가 되지 않으려면 권력 탐하지 마세요.” 김병수도 설마하니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무튼 권력은 자기도 모르게 자기중심성을 강화시킨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지나치면 사이코패스처럼 극단적 자기중심성으로 가버린다는 점이다. 권력은 정상인과 뇌-호르몬 네트워크가 다르거나 달라지게 된다. 사이코패스는 (아마도) 선천적이지만 권력은 후천적이라는 점이 다를 뿐 권력은 사이코패스와 유사하다.

 

인간은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진행하는 흐름에 휩쓸리는 무력한 존재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여하한 형태의 자기성찰을 통해 자기(여기서 뇌와 호르몬을 지킨다고 하면 좀 거시기해서 자기라고 표현했다)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도 하다. 대게는 흐름에 무력하지만 성찰하는 사람들은 무력하지 않다. 권력을 잡았어도 자기를 지킨 사람은 꽤 많다. 비근한 예로 한국 김대중 같은 사람도 있고, 심지어 남아공 만델라 같은 사람도 있다. 여하한 형태로든 끊임없는 자기성찰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권력이 사이코패스를 만든다>. 전체 요지와 내용엔 동의하지만, 구체적 호르몬의 기능과 설명에 독자들이 오해할 만한 대목이 있었다. 김병수는 권력이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낮아' 불안을 떨칠 수 있게 도와준다고 했다.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낮기 때문에 위기상황에서도 스트레스를 덜 받고 긴장하지 않게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스트레스 호르몬은 코르티솔이다. 이렇게 말하면 독자들은 코르티솔을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호르몬으로 오해할 수 있다. ‘아, 코르티솔이 적으면 스트레스를 덜 받고 코르티솔이 많으면 스트레스가 왕창 생기는 모양이구나’ 하고. 인과 관계가 뒤바뀌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에 반응하여 코르티솔이 생긴다. 김병수가 말한 스트레스 호르몬이라는 말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에 반응하여 방출되는) 호르몬’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스트레스 반응 호르몬”이다. 사이코패스나 권력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적어서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게 아니라, (선천적, 후천적 뇌의 변화에 의해) 스트레스에 대해 둔감하기 때문에 코르티솔을 적게 방출하는 거다.

 

 

이범룡은?
=제주 출생. 국립서울정신병원에서 정신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2002년 고향으로 돌아와 신경정신과 병원의 문을 열었다. 면담이 어떤 사람과의 소통이라면,  글쓰기는 세상과의 소통이다. 그 또한 치유의 힌트가 된다고 믿고 있다. 현재 서귀포시 <밝은정신과> 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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