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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성의 날씨이야기(14) ... 오랜 세월 관찰에 의한 체험적 사실

 

태풍에 관한 날씨 속담은 그렇게 많지가 않은데, 대표적인 것이 ‘까치가 낮은 곳에 집을 지으면 태풍’이라고 할 수 있다.

“까치가 높은 곳에 집을 짓는걸 보니 올해는 큰바람이 없겠네” 동네 어귀 포플라 나무 꼭대기에 까치가 집을 짓는 것을 본 할아버지가 한 말이다.

“몇 년 전에 온통 까치들이 집을 낮은 곳에 지었거든, 그랬더니 그 해 태풍이 몇 번인가 들이닥치는지 온통 곡식이 결단 나 버렸어. 까치가 영물이긴 영물이여”

우리만 그런 줄 알았더니 중국에서 전해지는 ‘본초강목’에도 ‘까치는 내년 바람을 미리 예측하여 집을 만드는데 바람이 많을 것으로 예상할 때는 반드시 낮은 곳에 집을 짓는다’고 기록하고 있다.

까치가 어떻게 그 해의 바람을 예측할 수 있는지는 규명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선조들은 오랜 세월 관찰에 의해 까치가 낮은 데 집을 지으면 태풍이 온다는 사실을 체험적으로 알았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오고 있는 것이다.

까치는 다른 새들과는 달리 한겨울부터 둥지를 짓기 시작한다. 다른 새들이 일주일 정도 걸려 집을 짓는데 반해 까치는 한달 이상 걸린다. 집을 짓는 것을 보면 그렇게 꼼꼼할 수가 없다. 한마디로 안전과 튼튼함을 원칙으로 삼고 둥지를 짓는데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고성지방에서 전해오는 민요에도 까치의 집 짓는 아름다운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까치 까치 노랑까치/풍지풍지 물어다가/골작골작 집을 짓고/개닥개비 물어다가/서방각시 들랑날랑”

까치가 집 하나를 만드는데 물어오는 나무 가지의 수가 1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옛말에 “까치 둥지 하나를 털어 내면 가마솥에 밥을 짓는다”는 말이 생겼나 보다. 까치는 바람이나 비를 막기 위해 둥지 안에다 진흙과 닭털, 솜, 나무 뿌리 등을 촘촘히 바르는 뛰어난 건축기술자이기도 하다.

우리 조상들은 사람과 쉽게 친해지고 한번 둥지를 틀면 계속 찾아오는 습성을 보고 까치를 길조로 여겨왔다. 그래서 이른 아침에 까치가 울타리 안으로 날아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찾아온다고 했다.

그러면 까치는 반가운 손님을 어떻게 알아볼까? 조류학자들에 의하면 까치는 자기 주변의 사람을 잘 알아본다고 한다. 그래서 마을에 낯선 손님이 오면 경계하며 우는데, 우리 조상들은 손님을 반갑게 대접했기에 이런 말이 전해진 것이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태풍의 영향을 받는 제주도 지방에 전해오는 ‘해안에는 파도가 쳐도 먼바다가 잔잔하면 태풍이 온다’는 속담이 있다. 제주도에서 3대 째 고기를 잡고 있는 어부 어성호씨는 ‘갯바위 쪽의 파도는 센데, 먼바다 쪽의 파도가 잔잔할 때는 1-2일 후에 반드시 태풍이 오더라’며 그간의 경험을 말해 주었다.

어씨가 먼바다에서 고기잡이를 마치고 돌아올 때 가끔 포구 쪽 해안에 엄청난 파도가 칠 때가 있다고 한다. 또한 1-2일 후에는 어김없이 모든 바다에 큰 폭풍이 일었다며 그 까닭을 알고싶어 했다.

통상의 폭풍은 바다 밑의 지진이나 화산폭발, 태풍 등에 의한 해일(海溢)을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이 큰바다(大洋)의 중앙부에서 일어났을 때는 그 강도가 아무리 크더라도 파의 간격(波長)이 160km나 되므로 해일의 크기(波高)는 고작 1m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큰바다 위에 있는 배에서는 해일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또 해일의 파 이동속도는 수심이 5,400m 일 경우에 시속 828km로 엄청나게 빠르다.

그러나 연안에 가까워지면서부터는 수심 18m 일 경우 시속 48km 정도로 현저하게 느려지고 수심이 얕아지면 물결의 정상은 점점 더 높이 치솟아 올라 어느 순간 무서운 기세로 해안을 덮치게 된다.

태풍에서 발생한 큰 물결의 장파도 태풍의 이동속도보다 2배에서 40배 정도까지 빨리 다가온다. 따라서 먼 바다에는 파도가 거의 없어도 먼저 접근한 파로 인해 갯바위 쪽의 파도부터 세지는 것이다.

1896년 일본 동북부 지방의 산리쿠 해안을 높이 25~35m 높이의 거대한 해일이 강타했다. 이 해일로 가옥 5만 채가 파괴되고 주민 2만6000명이 숨졌다. 살아 남은 사람이라고는 고기를 잡으러 나갔던 어부들뿐이었다. 살아 돌아온 어부들의 증언에 의하면 당시의 먼바다는 파도 한 점 없는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고 한다.

이와 같은 흉포한 바다 물결은 멀리서부터 조용히 다가오기 때문에 경보체계가 발달한 요즘에도 그 위험을 미리 알아차리기가 매우 어렵다.

이 속담은 적절한 기상정보를 획득하지 못한 해군이나 해안지역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매우 요긴할 것이라 생각된다. <온케이웨더>
 

반기성은?

 

=충북 충주출생. 연세대 천문기상학과를 나와 공군 기상장교로 입대, 30년간 기상예보장교 생활을 했다. 군기상부대인 공군73기상전대장을 역임하고 공군 예비역대령으로 전역했다. ‘야전 기상의 전설’로 불릴 정도로 기상예보에 탁월한 독보적 존재였다. 한국기상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군에서 전역 후 연세대 지구환경연구소 전문위원을 맡아 연세대 대기과학과에서 항공기상학, 대기분석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기상종합솔루션회사인 케이웨더에서 예보센터장, 기상사업본부장, 기후산업연구소장 등도 맡아 일하고 있다. 국방부 기후연구위원, 기상청 정책자문위원과 삼성경제연구소, 조선일보, 국방일보, 스포츠서울 및 제이누리의 날씨 전문위원이다. 기상예보발전에 기여한 공으로 대통령표창, 보국훈장 삼일장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날씨를 바꾼 어메이징 세계사>외 12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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