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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고운호의 제주진단(9) 자폐적 권력을 민간부문 침탈에 악용하지 말라

해박한 경제논리와 사회분석이 일품인 고운호 전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이 다시 제주사회를 진단합니다. 원희룡 민선 6기 제주도정 2년의 성과와 더불어 향후 걷어내야 할 적폐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제시됩니다. ‘연속기획-고운호의 제주진단’에 많은 성원 바랍니다./ 편집자 주

 

 

국내외 정치·경제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는 가운데 우리 사회에 대한 위기 경고음이 날로 커지고 있다. '트럼프 현상'과 '브렉시트'는 고립주의와 보호무역 확산의 시그널이다. 강대국들의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의 대두는 대외 무역과 개방으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엔 치명적 장애물일 수밖에 없다. 이런 대내외적 악재 하에서 제주가 살길은 경쟁력을 높이고 체질을 강화해 자생력을 키우는 길뿐이다.

 

‘제주호’는 쓰러졌다가 다시 설 만큼 복원력이 큰 사회가 아니다. 조속히 도민의 중지를 모아 지금의 난기류를 벗어나기 위한 방향을 제대로 설정해 새 성장전략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정치 경제 패러다임 격변기에 개혁 기조가 흔들리고 방향 감각을 잃으면 ‘제주호’는 좌초할 수 밖에 없다.

 

내부환경 요인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외부환경 요인의 기회 및 위협 등을 잘 분석한 후, 강점은 살리고 기회는 활용하며, 취약하거나 부실한 분야는 보강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법·제도를 고쳐 위협에 대비할 수 있는 강인한 사회 체질을 만들어야 한다. 제주사회 전반에 걸쳐 뼈를 깍는 개혁을 단행해야 하는 이유다.

 

개혁의 첫 단초는 시대흐름에 어깃장을 놓아 제주 성장동력을 약화시키는 공기업의 민간영역 침탈행위의 근절에서 찾아야 한다. 공공기관의 사업은 선거공신들이 무슨 전리품인 양 하나씩 꿰차고 노는 낙하산 놀이터가 아니다. 공공기관의 막무가내식 민간영역 침탈에 대한 도정의 조장과 도의회의 방관에 도민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자폐적 권력 추종세력에 의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자유롭고 경쟁적이며 공정한 경제활동의 장이 되도록 제주사회가 바로 잡아야 하는 이유다.

 

이제 제주 공기업은 민간부문의 마중물 역할에 그쳐야 한다. 더 이상 개혁 대상인 제주관광공사, 제주개발공사, JDC의 민간영역 침탈 행위를 궤변적 논리를 동원, 혁신으로 포장하며 도민을 기만하지 말라. 궤변을 늘어놓을 수록 개혁이 측근 챙기기의 방편으로 이용된다는 의혹을 살 뿐이다.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지도자들이 고통스러운 말년을 보낸 사례가 적지 않다. 측근 정치의 덫에 빠져 나라와 자신을 망가뜨렸기 때문이다. 지사 개인의 실패가 제주의 흥망으로 이어지는 일은 결코 피해야 하는 이유다. 임기 말까지 원 지사의 삶은 매순간 선택과 결단의 연속일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무엇보다도 지사의 혜안과 리더십과 투지가 필요한 때다.

 

 

 

히틀러 개인의 그릇된 기행과 탐욕은 독일 국민을 죄의식의 굴레에 갇히게 하였다. 1970년 비가 추적추적 내린 날, 브란트 서독 총리는 폴란드 유대인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어 진정한 사죄를 하였다. 역사 앞에 무릎 끓은 독일 빌리 브란트 수상의 빛바랜 흑백사진 한 장이 유대인 학살에 대한 독일 사죄의 상징이 되어, 나머지 독일 국민을 당당히 일어설 수 있게 하기에 충분했다. 원 지사도 고뇌에 찬 결단을 내려 제주 도민의 뇌리에 남길 한 장면을 남은 임기 중 보여주었으면 한다.

 

그러려면 원 지사는 자폐적·세습적 패거리 정치를 버리고 강력한 공공성의 담지자가 되어야만 한다. 선거 슬로건인 협치의 정신을 살려 민간 부문과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민간을 지원하고 활용하는 관계로 바꾸어 새 지평을 열어야 한다. 바로 지금이 제주사회 전 영역에서 혁신적 사고와 변화가 절실한 때이다. 낡은 체제에 대한 전면적 혁신으로 관료사회와 공기업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지 않으면 제주사회는 영영 퇴행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지금 변하지 않으면 남는 건 절망뿐일 수 있다.

 

한스 파울 뷔르크너 보스턴컨설팅그룹 회장은, "한때 큰 성공을 거뒀던 기업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실패하는 이유는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읽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시장 상황이 극적으로 변하는데 기존 기업들이 타성에 젖어 변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며 "이들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새로운 경쟁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혁신에서 정부의 역할은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를 끊임없이 만들어 주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 개인들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까지"라고 강조했다. ”그 다음에는 민간이 혁신의 주가 될 수 있도록 알아서 하게 놓아 두어야 한다”며 “미국 실리콘밸리가 왜 혁신의 중추가 되었을까를 곰씹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브렉시트와 미국 공화당의 트럼프의 돌연변이 현상은 현실에 대한 불만과 분노의 표시로 '역주행'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폐적·반시장적 권력의 횡포에 의해 지금처럼 제주가 계속 퇴행의 길을 가게되면 제주에서도 브렉시트와 트럼프 현상과 같은 비이성적 격변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권력층을 향한 분노의 에너지는 언젠가는 출구를 찾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자폐적 권력을 민간부문의 침탈에 악용하지 말라. 권력의 힘에 의해 제주 기업가 정신이 말살되면, 종국에 원 지사의 회한은 겉잡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전략 빈곤과 기량 부족으로 도정의 발목을 잡는 측근들에게 더 이상 기대지 말라. 지금이야말로 측근보다 원 지사가 강조했던 민간부문과의 협치가 필요한 때이다. 주변 사람의 재구성과 재편부터 서둘러야 한다.

 

측근 개혁을 통해 자폐적 권력의 특권을 포기하고 비정상 정책을 정상으로 돌려놓으면 도민이 다시 쳐다보고 신뢰를 보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계파 이익보다 도민의 이익을 앞세우는 것이 지도자의 진정한 용기다. 인기보다 용기있는 원 지사의 리더십이 요구된다. 원 지사 성공이 길이 바로 여기에 있다. 원 지사의 거듭되는 실정이 존재감이 사라져가던 ‘3김’을 다시 살려낸다는 얘기가 회자되는 건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그냥 웃어넘기기에는 웬지 벌레 씹은 듯 참 씁쓸하다. <고운호의 제주진단. 끝> 

 

☞고운호는?

=1979년 한국은행에 발을 들여 놓은 뒤 제주출신으론 처음으로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이 됐다. 2005년 3월부터 2008년 2월까지 3년간 재임하는 등 한국은행에서만 31년간 재직, 외길 금융인의 길을 걸어왔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으로 재직중엔 지역경제의 콘트롤타워를 목표로 제주경제포럼을 출범, 제주도지사와 함께 공동대표 역을 맡아 제주의 경제와 미래방향 논의의 불을 지핀 인물이다. 제주본부장 재직시절엔 제주본부가 한국은행 지역본부중 최우수본부로 지정됐다. [제주경제의 선진화를 위한 외침] 등 다수의 저서와 연구논문,자료를 냈다. 한국은행에서 퇴직한 최근에도 활발한 저술과 기고활동을 펼치며 제주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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