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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고운호의 제주진단(7) 제주사회 정체 현상 심화

해박한 경제논리와 사회분석이 일품인 고운호 전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이 다시 제주사회를 진단합니다. 원희룡 민선 6기 제주도정 2년의 성과와 더불어 향후 걷어내야 할 적폐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제시됩니다. ‘연속기획-고운호의 제주진단’에 많은 성원 바랍니다./ 편집자 주

 

 

제주가 지금 겪고 있는 정치 문제의 핵심은 비정상이 정상을 밀어내는 퇴행성의 덫에 갇혀 공익을 정의하는 데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힘없는 민간영역은 보호받을 길을 잃고 경제는 추락하며 제주사회의 정체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자신들의 사익추구 행위를 마치 공익으로 포장하는 데 능수능란한 자폐적 정치권력이 문제의 근원으로 지목되고 있다.

 

공자는 "정치란 바르게 하는 것이다(政者正也)"라고 말했다. 정치란 국가의 운용이 국민들이 잘 살아갈 수 있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각계각층의 이해를 조정하고 국민의 의사를 통합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정치가 바르게 이루어지려면 국민 각자의 바른 행동도 중요하지만, 공동체에 영향이 큰 정치 지도자들의 솔선수범이 우선이다. 정치는 소통의 과정을 통해 국민들에게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정치인의 말과 행동은 중요한 것이다.

 

요즘 우리 국민의 정치에 대한 불신은 너무나 뿌리 깊다. 정치인은 나라를 망가뜨리면서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반성조차 없기 때문이다. 정치에 대한 냉소와 경멸이 사회에 만연될 때 국가는 퇴행하며 무책임한 선동가와 정상배들이 지배하는 공간으로 차갑게 변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제주 정치인들은 자질과 역량에서 도민을 대표해 제주의 미래를 믿고 맡길 만한 재목이라는 확신을 주지 못한다. 도와 의회 간 지리한 싸움에 지친 도민들에게 사과 한마디 없었다. 세월이 지났어도 여전히 변치 않는 것은 도민들로부터 선택받았다는 선민의식 뿐이다. 퇴행성 자폐적 권력집단을 견제해야 할 이들이 또 다른 자폐적 권력집단을 만들어 가고 있을 뿐이다.

 

그 결과 공익가치의 추구자란 사명은 고사하고 제주사회 정의실현을 위한 최소한의 양심과 용기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1991년 지방자치 부활 당시 무보수 명예직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마땅하다. 의원직이 출세의 끝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서 달콤한 꿀딴지의 포기를 기대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일 수도 있겠지만.

 

원 지사의 실질적 임기는 이제 2년 정도 남았다. 솔직히 그동안 원 도정이 어떤 성과를 냈는지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특히 정치 리더십 실종은 정치의 대립 구도를 고착화해 제주사회 파편화 현상을 심화시켰다. 도정과 의회 간의 견제와 균형이라고 하는 민주주의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데 주로 연유한다. 의회와의 대립적 갈등은 아직 봉합 수준에 머물고 있다.

 

‘3김’에서 비롯된 자폐적·세습적 정치는 원 도정 와서도 여전하다. 오히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는 듯하다. 이는 원 지사의 정치생명까지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자폐적 패거리 정치의 심화는 공포의 내면화를 부른다. 살아남기 위해 도민들은 뼛속까지 이중적인 행동 양식을 익힌다. 책임을 지거나 앞장서는 행위는 위태로운 것으로 각인된다. 이는 성장 생태계의 파괴와 혁신적 기업가정신의 소멸로 이어진다. 철저히 수동적인 제주 도민사회는 그렇게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창조성과 생산성의 사멸은 당연한 귀결이다.

 

자폐적 권력의 가장 큰 특징은 동종교배 집단 가운데에 파묻혀, 외부와의 소통을 회피하고 세상이 자신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에는 관심이 없다. 자신들이 내렸던 수많은 판단과 결정이 전부 옳았다는 강한 확신과 환상 속에 세상은 언제나 자신들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착각에 빠진다. 이들의 언어가 자기방어의 변명과 삭막함으로 빙빙 헛돌게 되는 이유다.

 

확신과 환상이 강해질 수록 지도자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은 더 깊어지며 결국 실패한 지도자로 내몰게 한다. 원 도정은 자신들에 대한 도민의 기대가 혐오에 가까운 비호감으로 바뀌고 있다는 현실을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원 지사처럼 곡절이나 드라마틱한 인생역정을 통해 성공 방정식을 만들어 낸 지도자에서 쉽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사실 원 지사는 지난 총선에서 자신이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던 측근들이 모두 낙선했을 때 정치적 수명이 다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럼에도 반성과 성찰이 없이 여전히 마이웨이를 계속하면 자신만이 아니라 제주가 불행해진다. 자폐적 권력의 덫에 빠진 집단은 '남들은 못 했어도 나는 된다'고 확신하며 자신들은 물론 공동체까지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도정에서 도민의 행복과 미래의 가치가 창조될 수는 없는 것이다.

 

원 지사의 임기 말 레임덕이 겹치면서 도정이 동원할 수 있는 자원과 영향력은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그나마도 레임덕 현상에 시달리지 않을 기간은 잘해야 1년 미만이다. 얼마 전 전국 광역지자체장 평가에서 원 지사는 취임 2년만에 과반 지지가 깨졌다. 도정 운영과 제주 개혁의 추동력이 되어야 할 원 지사의 도민 지지도가 추락한 것이다. 그와 대권 경쟁관계에 있는 광역자치단체장들이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는 크게 대비되는 대목이다.

 

결국 원 지사는 자신이 저지른 과거의 과오에 대해 심판을 받은 것이다. 이제 도정 운영의 권력과 책임을 도민과 함께 나누는 협치밖에 없다. 원 지사가 더 크게 달라져야 하는 이유다. 그게 불가능하면 원 지사에게 씌워진 멍에를 영영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권력의 퇴화와 노화는 노년의 시간처럼 빛의 속도로 흘러간다. 어느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권력 퇴화와 노화의 징조인 레임덕 현상은 권력 핵심 부근의 인사들에게서 집중 투영된다. 권력자의 힘이 빠질 수록 각자 도생과 측근 비리가 빈발하는 것이다.

 

요즘 그의 주변은 어떤가? 권력을 노리고 누리고자 하는 자는 많은데 제주사회를 진정 걱정하는 자는 찾아 볼 수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지사의 절박한 심정을 헤아리며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질 수 있는 인물들을 찾기가 그렇게도 어려운 일인가?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고운호는?

=1979년 한국은행에 발을 들여 놓은 뒤 제주출신으론 처음으로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이 됐다. 2005년 3월부터 2008년 2월까지 3년간 재임하는 등 한국은행에서만 31년간 재직, 외길 금융인의 길을 걸어왔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으로 재직중엔 지역경제의 콘트롤타워를 목표로 제주경제포럼을 출범, 제주도지사와 함께 공동대표 역을 맡아 제주의 경제와 미래방향 논의의 불을 지핀 인물이다. 제주본부장 재직시절엔 제주본부가 한국은행 지역본부중 최우수본부로 지정됐다. [제주경제의 선진화를 위한 외침] 등 다수의 저서와 연구논문,자료를 냈다. 한국은행에서 퇴직한 최근에도 활발한 저술과 기고활동을 펼치며 제주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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