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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시평] 쇠락하는 서울과 뜨는 제주 ... 무한경쟁사회 준비됐나?

1994년 9월이었다. 22년 전이다.

 

뭍생활을 하다 중앙언론사 기자란 명함을 들고 고향 땅을 다시 밟았다. 대학진학 때문에 처음 서울 땅에 발을 들여놓은 뒤 참으로 오랜만에 돌아온 고향이었다.

 

그 시절 제주는 모든 게 새로웠고, 사실 경이로웠다.

 

기껏해야 고교시절까지 집과 학교 등지만을 오가며 다람쥐 쳇바퀴 돌듯 세월을 보냈기에 고향 제주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당연히 수려한 자연경관은 물론이고 역사유적지도, 사회이슈현장도 도무지 ‘깡통’ 수준이었다.

 

그래서 기사를 쓸라치면 모든 게 새로 공부를 시작하는 마음으로 다가서야 했고, 다 새롭게 보이는 지라 배우는 재미도 쏠쏠했다. 주말이나 휴일이 되면 제주 곳곳을 누비며 익히는 재미가 지금과는 비견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 시절 제주는 기껏해야 제주KAL과 제주신라호텔 정도의 특급호텔을 둔 정도였고, 이른바 제대로 된 콘도미니엄은 서귀포 중문관광단지 딱 한곳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걸 바라보는 시각과 시야는 ‘제주인’이라기 보단 ‘서울인’의 그것이었다.

 

저렇게 아름다운 풍광 주위에 왜 호텔이 들어서지 않을까? 회원권을 분양하면 쉽게 사업비를 만들어 콘도를 지을 수 있는데 왜 없을까? 제주시 탑동에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데 왜 서울에서 그 흔한 24시간 편의점이 없을까? 패밀리 레스토랑이 대히트인데 왜 신제주권이나 중앙로엔 그런 게 없을까?

 

솔직히 생업인 ‘언론 마인드’보단 “차라리 내가 장사나 사업을 하면 더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으로 주변에 시선을 드리웠다. 그만큼 치열한 경쟁사회인 서울에서의 생활이 익숙했던 탓이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을 만난 기분이었다. 제주는 그렇게 ‘기회의 땅’으로 다가왔다.

 

그도 그럴 것이 오랜 세월 제주에 터잡고 사는 이나 줄곧 제주를 벗어나지 않았던 이들과 얘기하면 별 관심을 두지 않으니 더 그랬다. 스스로의 입장에선 ‘대박’을 꿈 꿀 수 있었다. 거들떠 보지 않으니 먼저 일만 벌이면 ‘따논 당상’이란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제주에서 나고 자란 신분(?)이기에 특유의 친족관계 등이 확고한 사회적 분위기를 무시할 순 없었다. 아무렇지 않게 한 일이 곳곳의 눈총을 받고 있었고, 결국 “여긴 익명이 아닌 실명의 섬”이란 결론을 얻고 나서야 경거망동의 우려를 갖게 됐다.

 

 

19세기 말 대한제국 시대 당시 제주도 인구는 고작 10만명이 채 되지 않았다. 이어 제주도로 승격, 출범한 1946년에는 27만6148명, 인구통계 조사가 실시된 1955년엔 28만8781명이었다. 1965년 제주 인구는 33만4765명으로 도제실시 20년만에 처음 30만 시대를 열었다.

 

이어 1975년에는 41만1992명으로 40만시대를, 1987년에는 50만5534명으로 50만시대를 열었다. 1970~80년대는 당시 관광산업 성장과 감귤산업 등 국가 주도 정책에 따른 ‘오렌지 드림’으로 제주의 인구증가를 견인했다.

 

하지만 뭍생활을 하다 돌아온 1990년대 제주는 최소한 인구면에선 오그라드는 섬이었다. 1990년대부터 2009년까지 제주 인구는 매년 1000~3000명 가량 줄었다. ‘이촌향도’ 현상에 따라 도민들이 육지부 대도시로 빠져나갔다. 물론 한 자녀 선호 등 사회 현상도 한 몫 했다.

 

그러다 2010년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제주 인구는 2010년에 전년대비 1.43%가 증가했다. 이후 2012년에는 1.57%, 2015년 3.19%의 급증세를 보였다.

 

결국 지난달 말 제주도는 인구 65만명을 돌파했다. 2013년 8월 60만명 돌파에 이어 2년9개월여 만에 5만명이 늘고, 지난해 말 64만명에 비해선 단 5개월만에 1만명이 불었다.

 

똑같은 날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인구는 1000만 벽이 무너졌다. 과거 1300만명까지 불었던 인구가 이제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전될 가망성도 없다.

 

제주도 인구증가 현상의 키워드는 '제주이민'과 '제주살기'다. '제주살기'를 위해 다른 시·도민 5792명이 올 1월부터 4월까지 제주로 전입해 왔다. '제주이주 러시' 열풍이 불던 지난해 같은 기간(4300명)보다 1492명(35%)이 더 는 수치다. 이 증가세가 유지된다면 올해 말까지 순유입인구는 2만여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리되면 연말 제주 총 인구는 66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4년간 제주의 인구증가를 견인한 순유입인구는 5만~6만여명에 이른다. 하지만 그건 유입인구에서 유출인구를 뺀 말 그대로 순증가분이다. 4년간 제주로 들어온 단순 유입인구는 13만여명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65만 전체인구로 따져봐도 5명중 한명은 최근 4년 내 제주에 새로이 등장한 인물이란 소리다.

 

서울인구 1000만이 붕괴됐다는 건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콕 짚어 말하고 싶은 건 ‘산업화 시대의 종언’이다. 고층 빌딩으로 넘쳐나는 도시에서 고액연봉을 받는 이른바 출세지향적 삶의 패턴이 이제 의미를 잃어버린 것이다. 각박한 교통지옥과 죽도록 일만 해야하는 피폐한 삶의 근거지를 이젠 떠나는 것이다. 권력과 부(富)로 통칭되는 ‘허풍’의 시장을 떠나 사람들은 이제 삶의 질을 찾기 시작했고, 그리고 그들은 팍팍한 삶터인 서울을 떠나고 있다.

 

하지만 인구폭증이 거듭되는 제주는 이제 무한경쟁사회로 돌입하고 있다. 온갖 경조사 일을 다 챙기고, 주말이면 감귤농사란 주업(主業)에 매달리다 부업(副業)처럼 봉급을 쥐는 주중 직장생활은 점점 아련한 추억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새벽 지하철·버스를 타며 한 시간여 통근지옥으로 길들여진 ‘새로운 제주인’들의 경쟁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주는 이제 누군가에겐 새로운 기회를 알려주고 있고, 누군가에겐 고즈넉한 정감이 사라져가는 황폐화의 섬으로 비친다. 하지만 치열하게 미래를 준비하는 이들이 결국은 승부의 세계에서 승리를 맛보게 되는 건 기정사실이다.

 

적극적 개방과 융합이 소극적 관조와 타박에 비해 훨씬 나은 전략적 접근이란 말은 이래서 나온다.

 

그리보니 제주는 이제 ‘새문명’의 길에 한참 들어선 것 같다. 쓰러지건, 걷건, 아니면 뛰건 그건 우리의 선택이다. 뒤돌아 서 가기엔 이미 너무 가버렸다. [제이누리=양성철 발행·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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