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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근의 시평세평] 도시화와 네트워크 중심의 정치를 엿본다

예상치 못한 정치판의 격변이 온 언론을 뒤덮고 있다. 드라마와 같은 상황이 현실에서 벌어졌으니 우려와 기대, 탄식과 환호 속에 인구에 회자되는 것은 당연하다.

 

결과를 두고 수많은 분석이 난무한다. 중앙무대의 정치적 셈법을 보여주는 이야기도 나오고 현 정권의 레임덕 이야기도 나온다. 당연한 분석이자 수긍가는 측면도 많다.

 

그러나 정치가 어떻게 사회적 흐름을 반영했는지에 대해서는 비교적 이야기들을 아끼는 분위기다.

 

 

 

총선 결과를 보면서 왜 새누리당이 국민의 마음을 읽는데 실패했는지, 더민주당이 잘 하지도 않고 국민의 당이 충분한 설득력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승리가 돌아간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공천 파동, 유승민 고사, 대통령의 국회 비난, 당 대표의 역할 부재 등 다양한 원인이 제기된다. 그 같은 행태의 이면에 숨겨진 속성은 무엇일까.

새누리당이 연속해서 정권을 잡으면서 대구경북 등 지역정치 풍토는 중앙정치 무대의 주류였다. 지연과 학연 등으로 대표되는 지역의 정치논리가 전국적인 정치무대로 확대됐다. 종북을 키워드로 한 진영논리를 외피로 삼아 정치인들의 자질과 무관한 정치가 일상화됐다. 지역의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검증되지 않은 정책을 일방적으로 몰아 부쳤다.

 

‘어떤 행동을 하던 나를 지지하는 층은 지역에 굳건히 엄존하고 있다’는 논리다. 전국적으로는 보수의 기치하에 '종북'이라는 공통의 적이 있으니 문제 될 것이 없다. 정치를 펴는 근간이 이랬다.

문제는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도시에 근간을 둔 정치나 젊은이들의 정치 인식은 지역적 뿌리가 아니다. 지연, 학연의 의미가 아니며  '종북'같은 이슈에는 네트워크로 인지하고 검증한다. 이로 인해 정치의 방법론이 달라졌다. 언론과 방송에 잘 비치는 방법이나 지역적 이슈, 혹은 관심 있는 이슈를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하는 SNS 방법들에 집중한다.

이번 선거 결과 새누리당은 어찌 됐든 자신들의 정치가 사회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오랫동안 장막 뒤에서나 있을 법한 정치행태를 세상에 그대로 노출했다. 언론과 SNS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비치는 이미지를 등한시했다. 지역적 지지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진영논리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치가 점점 더 도시화되어가고 지연, 학연보다 네트워크의 영향력이 더 강해진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역으로 더민주당의 호남 패배는 결코 독이 아니다. 호남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이 있었다면 다른 지역, 특히 서울과 경기 부산 등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을까. 호남을 얻은 상태에서 서울 경기의 승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결과론적인 분석은 아주 단순한 사고에 불과하다.

 

지역정치의 울타리에서 벗어난 셈이다. 그로 인해 전국정당의 모습을 비로소 갖추기 시작한 셈이다. 네트워크가 중시되는 도시 정치의 스타일에 당을 적응시킬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호남 정서에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 호남에 대해 믿음을 가지면 된다. 그들은 결국 전국정당의 면모를 가진 정당을 지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호남 스스로 지역정치의 틀에 얽매이고자 한다면 스스로 지속적인 패배만이 남을 뿐이다.

 

시선을 제주로 돌려 보자. 제주의 더민주당 3석 석권은 예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사전 여론조사에서도 그렇고 정서적인 당위성도 3 연속 전석 석권의 분위기를 깰 때가 됐다는 논리에 수긍하는 사람들도 꽤나 있었다.

야권 분열의 상황도 도와주는 듯했다. 그러나 제주 역시 더민주당의 예전 강세가 이어졌다는 식의 분석은 적절치 않다. 이번 더민주당의 승리는 사실 반사이익의 측면이 강하다. 지역정치의 한계를 비교적 덜 차용한 결과인 셈이다.

새누리당 후보들은 지역정치에 다시 한번 매달렸다. 전직 지사가 출동해서 후보들을 지원하는 모양새는 전통적인 지역정치의 모습이다. 새누리당의 중앙정치를 장악한 대구경북의 정치인들이 그랬듯 이들은 끊임없이 지역의 셈법에 매달렸다. 누가 어디 출신이므로 지역표를 확보할 수 있고, 현 지사와의 관계도 매달렸다.

여전히 지연과 학연, 그리고 성(姓)씨가 영향을 미치는 정치풍토이기는 해도 제주는 근년 들어 끊임없이 도시화의 길을 걷고 있다. 사람들의 정치적 판단에서 '궨당'(친척)이 주는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정확히 파악은 되지 않았지만 수년래 갑자기 늘어난 이주민들이 지역정치의 특징을 지닌 후보보다는 도시적인 이미지 정치에 더 노출된 후보에 투표했을 가능성도 높다. 탈도시화를 꿈꾸며 제주를 찾은 인물들이지만 그들의 뿌리는 어쨌든 도시다.

전체적으로 제주의 변화 속도에 비해 새누리 후보들은 세련됨이 부족했다. 재산 문제에서 보여준 안일한 대응이나 SNS 등을 활용한 매체의 활용능력, 공무원 출신들의 정치활동 등은 새로운 변화와 멀어진 모습이었다.

 

어느새 농촌에서 도시로 탈바꿈 중인 제주의 정치 흐름을 되새길만하다. 제주 전체가 하나의 도시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국제자유도시라는 표현도 그렇거니와 광역시와 흡사한 특별자치도도 그렇다. 개발이 진행되는 속도나 교통의 접근성 등  무엇 하나 농촌으로 남아있을 수 없는 구조가 되어가고 있다. 특히 통신과 네트워크의 확장은 정치에서도 다른 접근을 요구한다.

이번 선거를 보면서 지역정치의 특징보다 네트워크가 강화된 도시 정치의 특징을 확신하게 된다. 대한민국의 1%가 아니라 중심으로 발돋움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 제주라면 그에 걸맞은 정치도 이루어져야 한다.

지역정서 중심의 정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 유권자의 의지에 담긴 방향을 당선자들이 읽어주길 바란다. 제주에 필요한 것은 세련된 네트워킹과 그에 수반되는 개혁의 안목이다. 발을 지역에 디디되 크게 보기를 바란다.  [이재근=제이누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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