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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시평] 추락하는 투표율 ... 주인임을 포기할 순 없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2항으로 구성돼 있다. 그 2항은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

 

 

 

잠시 우리의 헌법 이야기를 논외로 하고 한 정치학자의 진술을 옮겨 본다.

 

“민주주의는 적어도 정치적 자유를 유지하면서 갈등을 평화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방식이다. 이것은 갈등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내전(civil war)보다 더 나은 방법임이 분명하다. 민주주의는 모든 사회적·경제적·정치적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는다. 언제나 청렴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민중(people)들이 평화와 자유 속에서 살도록 한다.”

 

미국의 정치학자 아담 쉐보르스키(Adam Przeworski)가 한 말이다. 미국 뉴욕대 정치학과 교수다. 폴란드 출신으로 이제 만 76세다. 민주주의의 본질, 민주화 이행의 조건, 민주주의와 시장의 관계 등에 관한 주요저작을 냈다. 한국정치학계에서 이론가로 꼽는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스승이기도 하다. 최 교수의 미국 유학시절 박사학위 논문을 지도한 이가 바로 그다.

 

그는 2010년 말 아프리카의 5개 신문과 인터넷 미디어 아프로온라인(Afronline)과 인터뷰 자리를 가졌다. 코트디부아르·튀니지·이집트·리비아 등 아프리카 지역에서 민중의 정치적 열망이 번지면서 정치적 위기와 대중혁명으로 나라마다 체제가 흔들리고 있을 무렵이었다.

 

우리가 자칫 이념(ideology)으로 잘못 이해할 지도 모를 민주주의(Democracy)를 간명하게 진술한 그의 설명이다. 공산주의(Communism)나 자본주의(Capitalism), 사회주의(Socialism) 등과 애당초 다른 성격으로 보아야 하는 민주주의의 특성을 설파한 그의 말이다. 결국은 어차피 만날 수 밖에 없는 갈등을 해결하고 우리 사회가 평화와 자유를 구가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으로 얻은 제도적 선택이란 것이다.

 

그 민주주의론을 설파하며 쉐보르스키는 선거를 ‘민주주의를 작동시키는 마지막 의식(final ceremony)라고 규정했다. 그의 저서 『Paper Stones』에서 한 말이다. 제목만 놓고 봐도 의심심장한 책이다. 저항하고 싶다면 투표함에 ’종이 돌‘을 던지라는 소리다.

 

다시 우리의 대한민국 헌법 얘기로 돌아간다.

 

우리 헌법이 규정하듯 우리 나라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더불어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으로부터 나온 권력을 확인하는 순간이 곧 선거다. 투표(Voting)를 통해서만 국민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고, 주인된 권리인 주권(主權)을 행사하는 순간이 바로 투표다.

 

하지만 우리네 현실은 녹록지 않다.

 

총선 투표율만 따져본다. 1996년 제15대 총선 제주도 투표율은 71.1%였다. 그래도 다른 지역과 달리 그 시절 경북지역에 이은 2위 투표율이었다.

 

하지만 2000년 16대 총선에선 67.2%, 2004년 17대 총선에선 61.1%, 2008년 18대 총선에선 53.5%의 투표율로 하락을 거듭했다. 그나마 2008년 19대 총선에서 54.7%의 투표율로 그 이전 총선에 비해 반등의 분위기를 보였을 뿐이다.

 

앞서의 진술로만 놓고 본다면 투표를 하지 않는 건 단순히 국민의 기본권인 참정권(參政權)을 포기하는 것에 불과한 게 아니다. 스스로 나라의 주인임을 포기한 것이란 소리가 된다. 결과적으로 민주주의가 작동될 수 있는 길이 어두워질 뿐이다. 다른 말로 한다면 갈등의 문제를 그나마 조화롭게 풀 수 있는 제도화된 길을 버리고 굳이 내전적 방식으로 갈등을 처리할 수 밖에 없는 길을 스스로 가는 것이나 진 배 없다. 그 것조차 아니라면 모든 이가 애써 ‘정의로운 사회’를 향해 움직인 결과물에 무임승차(free riding)하겠다는 발상이 된다.

 

지난 9일 마무리된 제20대 총선 제주지역 사전투표율이 10.7%를 기록했다. 아쉽게도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나온 11.09%의 사전투표율엔 못미쳤다. 4·13 총선 당일 투표율이 지난 총선 때만 못할 것 같은 우려가 드는 이유다.

 

선거일 당일 비소식이 있다. 봄비 소리에 젖어 대한민국과 제주의 미래를 생각하며 투표장에서 꾸욱 기표의 즐거움을 누리자. 정 찍을 사람이 없다면 최악의 후보가 당선되는 걸 막는 선택이라도 하자.

 

최선이 등장하면 더 좋지만 어차피 선거는 최악의 등장을 저지하는 역할을 더 많이 했다. 민주주의를 작동시키는 마지막 의식(Final Ceremony)의 순간이 다가왔다. [제이누리=양성철 발행·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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