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조한필의 세상훑기(48) ... 역사를 쉽게 접근시키는 만큼 필요한 수위 조절

사극은 팩션이다. 팩트만 갖고는 흥미가 없으니 픽션을 보탠다. 그렇지만 항상 픽션의 수위가 문제다.

 

 

 

붕당간 정쟁이 치열했던 숙종, 영조 때를 배경으로 한 TV사극 ‘대박’이 인기를 끌고 있다. 숙종(최민수)과 이인좌(전광렬)의 강렬한 연기가 드라마를 이끌고 있다. 그런데 35년 후 반란을 일으키는 이인좌가 일찌감치 등장한 게 아무래도 개운치 않다.

 

이인좌가 누구인가? 영조가 왕위에 오른 지 4년째 되던 무신년(1728년) 경기·충청·경상·전라도를 무대로 일어난 반란의 주모자다. 난을 일으키기 전까진 기록에 나타나지 않는 몰락한 남인 출신 양반이다. 

 

이런 이인좌가 1693년 주인공으로 벌써 나타난 것이다. 숙종은 왕이 된 지 19년째로 나이 33세였다. 이인좌는 태어난 해를 모른다. 극 중에선 최소 30세는 된 듯하다. 그러면 난을 일으킬 땐 이미 65세 노인이 된다. 

 

숙종과 함께 극중 인물로 나란히 서기엔 왠지 어색하다. 이 드라마는 영조(연잉군, 1694~1776)가 1724년 왕위 오르고, 4년 후 이인좌가 난을 일으킬 때까지 끌고 갈 모양이다. ‘대박’이란 드라마 제목처럼 극중 인물들의 도박 승부, 인생에서 대박을 이루는 과정을 담을 예정이다.  

 

TV사극이나 영화는 일반인을 우리 역사에 쉽게 접근시킨다. 그 힘은 수십 편의 논문보다도 크다. 그런 이유로 TV드라마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이다.  

 

이 드라마는 주변 시기에서 흥미로운 인물은 죄다 모은 듯하다. 첫 회 펑펑 눈이 쏟아지던 날, 장기판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이인좌와 대길(장근석) 뒤에 두 무사가 버티고 있었다. 실존인물인 김체건과 황준기다. 20년이 지나 갓난아이가 장근석으로 성장한 숙종 말년 1713년경의 일이다.   

 

당시 황진기는 젊은 무사였겠지만 김체건은 이미 죽었거나 살았더라도 힘을 못 쓰는 80세 이상의 노인이었을 것이다. 그는 왕조실록에도 등장하는 전설적 검객이다. 검술의 고수 왜인이 있다는 동래 왜관까지 잠입해 검술을 익혔다. 젊은 시절 국가기관인 훈련도감의 살수(殺手)였다. 살수는 칼·창·권법에 능한 군인이다.  

 

인조실록 1643년 때의 기록이다. “오늘날 무인으로 말하면 김체건이란 자가 있는데 일을 만나면 피하지 않아 겁내는 기색이 없으니 한쪽 지방을 맡겨 군졸을 훈련시킬 만합니다. ” 이로부터 70년이 흐른 드라마 시점에 그는 결코 날렵한 무사일 수 없다. 검선(劍仙)으로 불렸다는 그의 아들 김광택이었다면 몰라도….

 

반면 황진기는 후일 영조 때 선전관으로 이인좌의 난과 연루돼 체포령이 떨어졌던 사람이다. 그는 당시 청나라로 망명했다고 알렸다가 다시 나타나는 등 신출귀몰했다.

 

“하나는 황초관(黃哨官)이라고 일컫는 자로 나이가 마흔 남짓하였습니다. 얼굴은 푸르면서 희고 코는 높으면서 길며, 수염은 적으나 검고, 몸체는 중간 정도였는데…날래고 용맹하기가 남보다 월등했으며 늘 칼을 차고 스스로 춤을 잘 춘다고 합니다.” (영조실록 9년, 1733년) 황초관은 황진기를 말한다. 이 기록에서 40세도 안된다고 했으니 드라마 시기엔 20대였을 게다. 

 

결론적으로 김체건과 황진기를 함께 등장시키려면 김체건은 할아버지 검객, 황진기는 새파란 젊은이로 분장시켜야 맞다. 현실적으로 두 사람은 같이 검술을 겨룰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다. 드라마가 허구의 인물을 만들어 내는 것에 뭐라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실존인물은 무작정 끌어당겨 쓰면 역사가 꼬일 수 있으니, 가려 하길 바란다.

 

☞조한필은?
=충남 천안 출생. 고려대 사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한국고대사를 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 편집부·전국부·섹션미디어팀 기자를 지냈다. 현재는 충청타임스 부국장 겸 천안·아산 주재기자로 활동하면서 공주대 문화재보존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추천 반대
추천
0명
0%
반대
0명
0%

총 0명 참여


배너

배너
배너

제이누리 데스크칼럼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댓글


제이누리 칼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