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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시평] 괄목할 성장과 방향타 ... '동네북' 아닌 '세계적 전략기업' 가자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인 2002년 9월의 일이다. 세계적 음료기업 미국 코카콜라의 아시아담당 사장이 은밀히 제주도지사 집무실을 찾았다.

 

그가 제주행을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 민선 2기에 이어 3기까지 연거푸 재선에 성공한 도지사의 의중을 떠보기 위한 것이었다. 먹는샘물 ‘제주삼다수’를 생산하는 기업 제주개발공사의 인수 가능성 타진이 목적이다. 지사로부터 명쾌한 답은 얻지 못했지만 그는 지사를 접견하고 난 뒤 곧바로 조천읍 교래리 제주개발공사로 달려갔다.

 

당시 지사의 측근이자 선거공신이었던 개발공사 사장을 만나 다양한 경로의 의견을 주고 받았다. 그가 내세운 논리는 “이왕 민영화 할 생각이면 세계적인 기업인 우리에게 넘겨 달라. 값은 후하게 쳐주겠다”는 것이었다. 일찌감치 제주삼다수의 가능성을 주목한 글로벌 기업다운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그 일은 성사되지 않았다. 아무리 도지사로 당선됐다한들 ‘도민의 물’이자 ‘도민의 공기업’을 민간에 팔아치우겠다는 발상은 제주도민사회가 용납할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삼다수를 제조하는 제주지방개발공사는 지금도 제주도가 출자한 당당한 제주의 공기업 신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잘못했다간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 그 선에서 중단된 것이다.

 

1995년 설립, 1998년 첫 제품을 출시하자마자 PET병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돌풍의 주역이 된 제주삼다수는 사실 출범 때부터 각종 내우외환에 시달렸다. 1995년 민선 1기 선거에서 한 후보는 “제주의 물을 팔아 부를 창출하겠다”는 선거공약으로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하지만 그는 이어진 1998년 민선 2기 선거에서 패했다. 아직 시장에 내놓지도 않은 ‘제주삼다수’를 겨냥, “팔면 팔수록 손해가 쌓여 적자에 직면할 삼다수 기업을 민영화하겠다”는 후보에게 밀려 패했다. 누가 그런 공약을 했고 당선됐는지는 확인해보시길 권하는 정도로 그친다.

 

제주지방개발공사가 최근 제주도의회에 업무보고를 했다. 지난해 영업내용 결산자료도 제출했다. 매출액은 자그마치 2330억원에 영업이익은 808억원이다. 이것 저것을 뺀 당기 순이익은 무려 591억원이나 된다. 지난 한햇동안 76만3000톤의 물을 팔아 그 전년도보다 5% 성장한 매출실적을 기록했는데 놀라운 성과는 당기 순이익이 무려 111억원이 늘어 전년도 480억원보다 23%나 증가했다는 것이다. '알짜경영'을 한 셈이다. 그래서 올해 매출목표는 2485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제주개발공사는 지난해 591억원의 순이익금 중에서 170억원을 배당금으로 출자기관(제주도)에 돌리고 84억원을 공익사업에 썼으며, 25억원을 사회복지단체 등에 기부했다. 내친 김에 현재 440명인 개발공사 임직원 정원을 787명으로 늘려 정규직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일자리 창출’ 계획도 도의회에 보고했다.

 

지난해 삼성을 비롯한 국내 전 브랜드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21위를 기록한 브랜드가 제주삼다수인데다 올해 제주개발공사의 브랜드 파워 목표는 ‘10위권내 진입’이다. 물론 지금도 제주삼다수는 매출액 기준 44.8%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면서 부동의 1위다. 게다가 공사는 2026년 먹는샘물 시장이 정체가 올 것에 대비, 프리미엄 탄산수 출시도 준비중이다. 이미 CJ제일제당과 업무협약을 체결, 합작법인을 설립해 사업을 시작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 것만이 다가 아니다. 제주개발공사는 올 7월 42억원을 들여 제주시 아라2동에 46호 규모의 행복주택 착공에 나설 예정이다. 2018년 입주예정으로 이외에 또 303호를 추가로 짓는다는 계획도 잡혔다. 게다가 도내 빈곤 소득계층을 위해 기존주택을 매입, 임대사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 46억원을 들여 50호를 추가 매입하면 공사가 운영하는 임대주택은 379호로 불어난다. 제주의 청년인재들이 수도권 대학에 살면서 거주하고 있는 탐라영재관 건립비용을 댄 것도 제주개발공사이고 지금 그 곳을 운영하는 위탁기관도 바로 제주개발공사다.

 

이제 이런 제주개발공사를 민영화하겠다는 발상은 아예 입에 담을 가치조차도 갖지 못한다. 하지만 이렇듯 제주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제주지방개발공사는 창사 20여년이 넘는 성상을 거치는 동안 기억하기에도 참 많은 시련을 겪었다. 웬만한 이는 다 알듯 대기업인 한진그룹과 대법원까지 오가는 치열한 '물분쟁'을 거쳐 도민공기업이 할 수 있는 사업영역의 '최강자'가 된 것이 제주삼다수다.

 

그런데도 개발공사의 간판인 사장 자리는 도지사가 바뀌면 마치 점령군처럼 전문성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선거공신’이 꿰찼고, 이후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적군 색출’식 인사 칼바람이 불었다. 어찌보면 '땅 짚고 헤엄치기'나 다름 없는 '물장사'이기에 충분히 더 나은 경영실적을 낼 수 있는데도 그러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더욱이 지난 도정 시절 두 간부를 해임처분한 뒤 법적 분쟁에서 패소, 결국 복직한 간부를 또다시 해임.파면처분하는 ‘정치적 보복’을 자행한 것도 개발공사다. 국내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초유의 일이다. 그러다보니 매 지방선거 때마다 개발공사 임·직원들은 선거판 ‘줄서기’ 아수라장으로 내몰릴 수 밖에 없었다.

 

이미 ‘돈벌이’와는 무관한 것으로 판정난 호접란 사업을 도지사의 정치적 입김에 밀려 어쩔 수 없이 넘겨받아 적자를 떠안은 것도 개발공사다. 결국 최근에서야 미국의 벤추라 카운티 호접란 농장을 매각하는 것으로 출구를 찾았다. 여기에다 삼다수 출시 초기 전략적 관점에서 맺은 농심과의 판매협약은 그동안 도정이 숱하게 바뀌면서 ‘굴욕적 계약’이니 ‘전략적 궤도’니 하는 지리한 논쟁을 낳기도 했다. 하물며 여러 조사에서 바다로 유출되는 지하수를 나꿔채는 취수원으로 확인됐는데도 불구하고 무조건 ‘지하수 고갈 우려’란 시비부터 걸어 제때 생산량도 늘리지 못했다. 모두 선거판에 제주개발공사와 삼다수가 내몰리면서 벌어진 ‘동네북’ 현상이었다.

 

이제 제주개발공사가 진정 제주를 대표한 ‘제주의 전략기업’으로 성장할 방향타를 잡은 것 같아 기대가 된다. 최소한 원희룡 도정이 지목, 의회 청문회를 통과한 김영철 사장은 선거공신으로 보긴 무리인데다 전문성은 충분히 갖춘 것으로 보인다. 늘상 보아오던 공직 출신 인사의 ‘자리 꿰차기’도 아니다. 호접란 사업을 비롯해 “민간시장과 황당한 경쟁을 벌인다”며 항간의 비판을 받았던 지역맥주 사업을 접는 ‘결단’을 보면서 기대는 현실이 되는 감도 받는다. 게다가 최근엔 삼성전자 출신을 마케팅 담당 임원으로 영입했다. 사실 진작 했어야 할 일이다.

 

우리라고 ‘에비앙’이나 ‘볼빅’ 같은 세계적 명품생수의 본산지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물의 품질을 조금만 더 들여다보는 이가 있다면 사실 우리가 ‘세계 최고의 물’이라는 점도 이해할 수 있다.

 

이 참에서 딱 한가지만 제언한다. 제주의 지하수를 상품화한 삼다수를 비롯해 감귤주스는 물론 용암해수 등 제주의 자연이 품은 자원을 활용한 상품을 만들어 내놓는 곳이 이 기업 아닌가? 그런데 ‘제주개발공사’란 간판은 어쩐지 먼지가 풀풀 날리는 후진적 냄새가 난다. ‘순수’를 상징하는 물 공기업이 콘크리트와 포클레인의 이미지가 드리워진 ‘개발’이란 간판을 고집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다른 이름을 추천한다. 자연자원을 활용하는 기업에 걸맞게 ‘제주자연공사’가 어떤가? 그 이름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시장을 주름잡을 ‘제주도민기업’을 흐뭇한 마음으로 그려본다. [제이누리=양성철 발행·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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