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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헌의 법률이야기

'부러진 화살'은 좋은 영화가 아니다. 팩트를 바탕으로 했지만 팩트가 아니다. 소재만 가져왔을 뿐이다.

 

제작자는 항소심 공판기록을 토대로 90% 이상 일치하는 대본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사건의 대부분 쟁점은 1심에서 정리가 됐다. 따라서 1심의 재판과정을 무시하고 항소심 공판기록만 놓고 봐서는 절대 진실에 접근할 수 없다.

 

하지만 영화는 항소심 공판기록을 토대로 사실을 구성하는 의도된 오류를 범했다. 그 결과 석궁테러가 정당화되고 나아가 피고인이 의인 또는 사법부의 권위에 희생된 순수한 수학자로 비춰지게도 했다.

 

'창작의 자유'를 모르는 바 아니다. 제작자가 이 영화를 창작이 아니라 다큐라고 하고 있으니 걱정이다. 서두에 좋은 영화가 아니라고 한 이유다.

 

필자에게는 많은 왜곡된 진실을 일일이 지적할 지면의 여유가 없다. 다만 사법부에 대한 공격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거나 나아가 '제식구 감싸기' 차원에서 일반인에 대한 상해에 비해 그 형이 너무 중하지 않느냐는 비판에 대해 법조인으로서 변명을 해볼까 한다. 그리고 사법불신의 한가지 잘못된 오해도 덧붙이겠다

 

판사에 대한 보복성 범죄를 일반인의 그 것과 동일한 선상에서 보는 사람이 많다. '제 식구 감싸기' 운운하면서...

 

판사도 법정밖에서는 나약한 인간이다. 판결에 불만을 품는 여러 사람들을 상대로 단호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 사람이 예측 불허의 사이코일 수도 있고 혹은 조폭의 수괴일 수도 있다.

 

판사를 상대로 한 보복범죄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소위 조폭 수괴에 대한 단호한 결정은 포기해야 할 지도 모른다. 상당수 관객은 이 영화의 진실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 '영화의 진실이 조금 달랐다고 그래서 뭐!! '라고 한다. 사법 불신이 깊이 자리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필자는 사법불신의 현상과 원인에 대해 깊이 논할 수 없다. 다만 우리가 오해하는 아니 적어도 필자가 경험했던 오해의 한 부분은 얘기하고 싶다.

 

때때로 이런 의뢰인들을 만난다.

'혹시 필요한 게 있으면 말씀하십시오' (의뢰인)

 

'예? 무슨 말씀이시죠?' (변호사)

 

'미리 준비할테니 만날 때 말씀하십시오' (의뢰인)

 

웃으면서 '잘못된 오해 입니다. 로비 없습니다'라고 말씀 드리면 더 크게 웃으면서 '변호사님!! 순진해서 모르시나 봅니다. 제가 다 경험해 봤고 아는 사람들도 돈으로 다 해결됐습니다. 돈으로 안되는 게 어디 있습니까. 요즘 세상에'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혹여 위 의뢰인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까?

 

변호사는 사건해결을 위해 형사처벌을 무릅쓰고 로비를 하지 않는다.( 이렇게 얘기하면 독자들은 '벤츠여검사'를 떠올리면서 웃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왜 대다수의 사람들이 로비로 결론이 바뀔 수 있다고 여길까. 혹시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공정하지 못한 잣대를 우리 스스로가 마음 속에 품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다.

 

'부러진화살'에 대한 많은 이들의 반응을 보면서 가슴 한켠에 들어있는 '괴리감'이 떠올라 얘기해 보았다. 법조인으로서 조금은 억울한 부분이 있다는 변명쯤으로 너그러이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도가니'와 함께 이 영화가 사법불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촉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제 국민 일반의 참여 없이 권력작용이 신뢰를 획득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근자의 생각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그런 의미에서는 좋은 영화였다.

 

   

☞ 구자헌은?= 제주시 출생, 오현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나와 1997년 사법시험(39회)에 합격해 2000년 사법연수원(29기)을 수료했다. 2005년까지 대전ㆍ대구(상주)ㆍ인천ㆍ부산 동부지청 등에서 검사로 재직했다. 이후 부산, 서울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2011년 봄 제주에서 법률사무소 부경을 개업했다. 제주도규제개혁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초임검사 시절 선불금을 갈취했다며 사기죄로 고소당한 탈매춘 여성들에 대해 우리나라 사법사상 처음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려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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