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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근의 시평세평] 제주의 청정자연은 저임금 조건이 아니다

 

제주의 많은 부분이 ‘제주형’이라는 특수성을 추구한다. 어쩌면 이것이 제주의 힘이기도 하다.

 

그 특수성에 매료돼 많은 이들이 제주를 찾는다. 제주 인구가 64만명을 넘었다. 매년 제주로 이주하는 인구가 2만명에 육박했다. 증가 속도도 늘고 있다.

 

인구증가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의 고용통계와 일자리 수치는 언뜻 문제가 없어 보인다.

 

지난해 12월 고용율은 68.9%로 전년보다 1.6% 늘었다. 고용자수도 2만4000여명이 증가했다.

 

‘2015 제주도민 일자리 인식실태조사’에 따르면 제주도의 고용율은 전국 16개 시도중 2000년 이후 1위를 지속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좋은 고용지표다.

 

반면, 고용 지표에서도 제주만의 특성이 보인다. 만 19세~64세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200만원 미만’이 59.3%에 달한다. 5인 이상 사업체의 상용근로자 1인당 임금 총액은 제주가 17개 시.도 중 가장 낮다.

 

저임금을 전제로 한 고용확대다. 마치 경제개발 초기 상황을 연상시킨다. 저임금의 노동력을 적극 활용하는 산업구조다.

 

그러나 경제개발의 초기와 같은 제조업체 인력이 아니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화 단계를 건너뛴 서비스 산업의 고용구조를 반영한다. 서비스 산업은 특성상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높은 구조다. 쉽게 말하면 사람들을 채용하기도 잘하고, 덩달아 자르기도 자유롭게 한다는 이야기다. 고용의 안전성이 떨어지는 시장이다.

 

이는 산업별 취업자 비중과 근로시간에서도 잘 드러난다. 취업자 비중은 전국 17개 도시중 도소매.숙박음식점업이 1위인 반면 광.제조업은 17위로 가장 낮다. 또 18시간 미만 취업자 비중도 1위로 이마저 증가추세를 보인다. 임시직이나 비정규직 비중이 높다는 말이다.

 

취업률 1위와 근로시간 최저 사이의 극단적 상황에서도 재미있는 수치가 눈에 띤다. 수도권 소재의 연봉3000만원 일자리와 제주 소재의 연봉 2000만원 일자리중 하나를 선택하는 경우다. 2000만원 연봉을 선택하겠다는 비율이 무려 69.9%로 수도권 소재 3000만원 일자리를 선택하겠다는 30.3%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제주현상의 극적인 반영이다. 가히 ‘제주형’이라 할 만 하다.

 

많은 젊은이들과 1인 가구 등이 매년 2만명 가까이 제주로 이주한다. 제주는 당분간 저임금과 단기노동의 노동력 공급에는 걱정이 없어 보인다. 일정기간 노마드(유목민)처럼 살아가는 데는 매우 유용한 장소다.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고 그만두기도 쉽다. 저임금만 받아들이면 된다.

 

문제는 이 같은 제주 현상이 향후 제주의 경제발전에 긍정적일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산업을 고도화하고 부가가치 높은 산업의 적극 육성을 위해 서비스업 중심의 단기노동과 저임금 구조의 고용 시장은 매치되지 않는다.

 

서울과 대도시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장기간의 노동을 벗어나고자 하는 탈도시화의 주요 인력들에게 제주는 탈출구로 부상했다. 청정제주의 장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역으로 이들 인력을 받아들이는 제주입장에서는 전문직의 노하우와 경험치들이 필요하다. 공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주기업의 활성화를 위해, 고부가가치 산업 발전을 위해 전문 인력의 생태계가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 제주 자체 인력의 능력치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

 

제주가 청정자연을 무기로 이주민들을 빨아들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 그들이 가진 능력을 한껏 발휘할 수 있는 구조도 함께 만들어야 한다.

 

제주는 그동안 기술력 부족, 마케팅 미비, 전문인력 부족 등으로 기업의 성장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로 인한 저임금과 업무효율 저하, 잦은 이직, 고용의 불안정이라는 악순환을 당연한 듯 여겨 왔다. 고용자는 물론 피고용자 역시 현실적인 조건임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극단적으로 제주의 청정 자연환경이 저임금을 줘도 무방한 조건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제주의 자연환경은 기업체가 노동자에게 제공하는 근로조건이 아니다. 제주에 사는 사람들의 공유가치이자 기본조건이다.

 

자연친화적 생활을 위해 단순노동을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그에 부응하는 대가를 제공하는 것이 자연친화적 생활의 포기를 의미하지 않는다. 제주이기 때문에 그게 가능하다.

유능한 인재들이 서울과 대도시에서 가지고 있던 기회를 버리고 하향평준화를 위해 제주에 오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 기회도 살리면서 제주 생활의 장점을 함께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모습이 제주이주민 증가에서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자 제주의 미래비전이라 할 수 있다.

 

제주 전체가 변화의 한복판에 서듯 고용구조와 인재 채용의 시각 역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때가 됐다. 물론 개인적 생산성과 전문성은 절대적 기준이다. 적극적으로 의미 있는 인재를 활용하는 기업이 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시기다.

 

‘제주형’이 후진성을 의미해서는 안된다. 정상적인 고용구조가 청정 제주와 함께 할 때 ‘제주형’이라는 수식어가 의미있는 특수성이 된다. [이재근=제이누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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