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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근의 시평세평]섣부른 협상결과로 막무가내 ‘이해’ 요구?

글이란 걸 쓰면서 가능하면 감정적 반응은 자제하려고 한다. 이렇게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입장제시 정도로 객관성이라는 이름하에 내 입장을 숨기는 연습을 한다.

 

그런데 일본과의 위안부 협상을 보면서는 감정을 숨기기가 쉽지 않다.

 

한.미.일 삼각동맹의 관점에서 보면 그동안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한국과 일본 간의 불편한 관계를 해소할 수 있는 큰 장애가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국과 중국이 역사적 경험의 공유를 바탕으로 연대를 하게 되는 상황은 매우 불편하다. 일본을 동아시아의 중심축으로 한 3각동맹에 끼워넣기 상품으로 한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들러리를 서줘야 하는 본분을 망각할까 걱정인데 그것을 일소해 줬으니 환영할만 하다.

 

 

국제관계에서 보면 위안부 문제는 중요치 않은 이슈일 수 있다. 국제관계에서 사람은 없다. 개인들의 감정과 경험 등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국가이익이라는 이름 아래 뭉뚱그려지다 보니 인간들이 관여하는 사회적 문제는 다양한 변수중 하나일 뿐이다. 국가간의 관계는 그래서 탈 가치적이다. 정치적 타결의 의미만 있지 사회적 고려나 합의를 전제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 사안이 정치적 협상으로 단순히 해결될 문제가 아님에도 이를 자신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인식하고 밀실합의를 해버리는 정부 당국자 아닌 위정자의 사고방식이다. 더구나 그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들은 다 빠뜨린 채 협상을 타결하는 어설픈 능력을 보이면서 국민들에게 이해해달라는 모습은 쉽게 넘기기 어려운 대목이다.

 

일본우익의 물타기는 당연히 예상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려한 내용이 전혀 없다. 국제사회에서 더 이상 논의할 명분이 없도록 면죄부도 줬다. 결국 이 협상은 불분명한 사과와 배상도 아닌 성격도 애매한 97억원이란 돈을 받는 대신 ‘불가역적’이라는 족쇄를 스스로 채웠다는 평가만 남을 뿐이다.

 

이 협상이 일본의 입장을 바꿨다고 이야기 할 근거는 아무데도 없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불분명한 문구로 역사적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하는 판단은 더더욱 이해할 수없다.

 

1990년대 초반 사회부 기자 시절이다.직장상사를 4가지 부류로 나누는 방법에 대해 간단한 기사를 쓴 적이 있다. 요즘도 가끔 보도되는 ‘똑부, 똑게, 멍부, 멍게’라는 식으로 직장 상사를 4가지로 분류하는 내용이다.

 

이중 부하직원들이 최악으로 뽑는 상사가 ‘멍부’다. 멍청한데 부지런한 상사는 되는 일도 없으면서 뭔가 해보겠다고 여기저기 설치고 다니지만 일은 다 망쳐놓고 만다. 그냥 손을 대지나 말았으면 좋겠는데 공명심이나 스스로 원칙에 충실하다는 이유를 들어 쉴새 없이 일을 망친다.

 

부하직원들의 입장에서는 아주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멍부는 결코 쉬지 않고 일한다. 아니 자신이 일을 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마이더스의 손’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말이다.

 

직장의 예는 그나마 조금 나을 수도 있다. 실적을 평가해 인사이동이라도 할 수 있지만 나라를 망쳐놓으면 참 답이 없다. 수 십년에 걸쳐 쌓아 놓은 결과를 하루 아침에 물거품으로 만드는데도 전혀 죄책감이 없다. 자신이 잘하고 있는 줄 안다.

 

 

위안부 협상의 타결을 보면서 '멍부'가 생각났다. 여러 가지로 손을 대더니 이젠 이런 짓까지 하는구나 싶다.

 

정부가 협상을 통해 미래세대의 한일관계를 위한 길을 열었다고 아무리 주장해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이를 무시하면서 스스로 잘했다고 주장한다고 덮어질 일이 아니다. 단순한 정치적 입장의 차이로 볼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을 종종 쓴다. 근데 이 정부는 무식하지 않은데도 용감하다. 대신 철저히 근본에 충실한 채 용감하다. 일관성이 있다.

 

부모를 존경하는 ‘효’정신에 충실하다. 부모들이 행한 집안의 친일내력과 정치 스타일, 국민을 무시하는 태도 등이 자식세대에 와도 한치의 오차도 없이 동일하다. 스스로 하는 일에 확신을 갖는다. 나라가 망가지거나 말거나 확신범이다.

 

‘불가역적’이라는 용어를 받아주면서, 국제적으로 아베와 향후 일본이 나아갈 우경화를 위한 면죄부를 주면서 정치적 협상이었으며 잘했다고 주장한다. 당사자들에게는 한마디 말도 없이 협상하면서 연휴라서 말을 못했다는 이유를 대고는 불가피했다고 말한다.

 

그동안 여러 가지 정책과 이슈를 처리하는 과정을 보면서 불통과 막무가내, 그리고 무능의 시대가 아직도 2년이나 남았다는 사실이 무섭게 느껴진다. 근거 없는 아집과 소견 좁은 애국심, 극단적인 불통의 인물로 인해 나라가 옴짝달싹 할 수 없게 가고 있다.

 

굿이나 기도라도 해야 할 판이다. 제발 가만히 있어 달라고 빌어야겠다. 자신이 ‘멍부’라는 사실을 깨닫고 아무 일도 안하게 해달라고 말해야겠다.

 

주어진 임기동안 비행기타고 외유를 다니라고 말하고 싶다. 오늘은 무슨 옷을 입을까 고민하면서 옷자랑도 하고 즐겁게 살라고 말하고 싶다. 대신 일 좀 안했으면 좋겠다. 국민 걱정도 그만했으면 좋겠다.

 

또 어느 분야에 ‘마이너스의 손’이 닿을지 걱정된다.

 

인과응보다. 국민들이 선택한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책임에 따른 결과를 자꾸 미래세대에 물려줘야 한다는게 미안하기만 하다.

 

‘얼음 땡’ 이라는 아이들 놀이가 절실하게 다가온다. ‘얼음!’[이재근=제이누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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