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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44) ... 중국사에 담긴 미스테리

  중국이 제주로 밀려오고 있다. 한마디로 러시다. 마치 '문명의 충돌' 기세로 다가오는 분위기다. 동북아 한국과 중국의 인연은 깊고도 오래다. 하지만 지금의 중국은 과거의 안목으로 종결될 인상이 아니다.

  <제이누리>가 중국 다시보기에 들어간다. 중국학자들 스스로가 진술한 저서를 정리한다. 그들이 스스로 역사 속 궁금한 것에 대해 해답을 찾아보고 정리한 책들이다. 『역사의 수수께끼』『영향 중국역사의 100사건』등이다.

 

  중국을 알기 위해선 역사기록도 중요하지만 신화와 전설, 속설 등을 도외시해서는 안된다. 정사에 기록된 것만 사실이라 받아들이는 것은 승자의 기록으로 진실이 묻힐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판단도 중요하지만 중화사상에 뿌리를 둔, 그렇기에 너무 과하다 싶은 순수 중국인 또는 중국학자들의 관점도 중요하다. 그래야 중국인들을 이해할 수 있다.
   중국문학, 문화사 전문가인 이권홍 제주국제대 교수가 이 <중국, 중국인> 연재 작업을 맡았다. / 편집자 주

 

맹강녀(孟姜女)는 춘추시대 제(齊)나라 기양(杞梁)의 아내다. 성은 강(姜)이요 이름은 맹(孟)이다. 제 장공(莊公) 4년(기원전 550년) 남편이 전쟁터에서 죽었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남편의 죽음을 슬퍼하여 10일 동안 울음을 그치지 않자 만리장성 벽이 무너졌고 자신은 강에 뛰어들어 자살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맹강녀 눈물로 장성을 무너뜨리다”의 이야기를 만들어 후세에 전했다.

 

맹강녀가 만리장성을 울음으로 무너뜨렸다는 이야기는 중국의 유명한 민간고사다. 천여 년 동안 이 이야기는 희극, 가요, 시문, 설창 등의 형식으로 민간에 광범위하게 전해졌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전해오는 바는 이렇다. 진시황 때 노역으로 온 백성이 도탄에 빠졌다. 젊은 청춘인 범희량(范喜良)과 맹강녀는 결혼한 지 3일 만에 신랑이 만리장성을 축조하는데 동원돼 집을 떠나게 됐다. 기근과 추위, 고역으로 범희량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죽었고 그의 시체는 장성을 축조하다 죽은 수천만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산해관(山海關) 장성 장벽 아래에 대충 묻혔다. 맹강녀는 남편을 그리워하여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 홀로 천 리를 멀다하지 않고 꿈에 그리던 남편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결국 남편이 죽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비통한 마음에 3일 밤낮을 울자 둑을 무너뜨릴 만큼의 눈물이 홍수처럼 쏟아졌다. 그러자 철옹성처럼 버티고 섰던 장성도 무너지고 땅 아래에서 범희량의 시신이 나타났다. 맹강녀는 비통함에 바다에 뛰어들어 죽었다. 산해관에는 맹강녀의 묘가 있다. 사람들이 비참한 운명을 가진 젊은 남녀를 위해 세운 것이다.

 

 

전설은 이렇듯 감동적이다. 그렇다면 진짜 이런 일이 있었을까?
맹강녀 이야기는 허구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범희량이 동원됐던 장성은 결코 산해관 장성이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산해관 장성은 진나라 이후에 건축됐다. 진시황 시대에 건축된 장성은 산해관과는 거리가 멀고 산해관 장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 시대에 그런 장성이 없었는데 맹강녀가 어떻게 울음으로 장성을 무너뜨릴 수 있었겠는가.

 

다른 관점도 있다. 울음으로 장성을 무너뜨린 일은 실재 존재하지만 주인공은 맹강녀가 아니라 기량의 아내라는 것이다. 『좌전․양공23년』기록에 춘추시대의 제나라 장공 4년(기원전 550년), 제나라는 위(衛)나라와 진(晉)나라를 토벌하는 전쟁 중에 제나라 대부 기량이 전사했다. 기량의 아내는 10일 동안 상을 치루면서 비통해 흘린 눈물이 장성을 무너뜨렸다는 것이다. 진나라에 이르러 통치자에 대한 원성이 민간에 자자하자 이를 알리기 위해 전대의 비참한 이야기를 진나라 이야기로 만들었다고 본다. 기량의 아내도 맹강녀로 변했고. 이 이야기는 진나라의 폭정을 고발하는 전형적인 장면으로 삼았다는 말이다.

 

 

사실 맹강녀가 울음으로 만리장성을 무너뜨렸는지 아닌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맹강녀 부부는 백성들의 고통을 대표하는 것만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중국 역대 봉건왕조의 노역 중 가장 잔혹한 것이 장성 축조였다. 춘추시대부터 명대(明代)에 이르기까지 근 이천 년이란 긴긴 세월동안 만리장성은 계속해서 축조되고 보수됐다. 그때마다 무고한 민부들이 강제로 동원됐고 매 시대마다 맹강녀 이야기와 같은 참혹함이 연속됐다.

 

맹강녀 부부는 백성들의 고통을 대표하는 한 예이다. 강제 노역에 동원돼 어디에서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를 이름 없는 민초들의 애환을 상징한다. 이 이야기는 수천수백만의 하층 백성들이 잔혹한 노역 때문에 집안이 참혹한 불행을 당하고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애통함을 표현하고 있다.

 

 

아름답게 전해오는, 맹강녀의 울음으로 장성을 무너뜨렸다는 이야기는 봉건 통치계급의 흉포한 행위에 대한 고발이며 노예와 같은 삶을 살았던 중국 역대 백성들에 대한 송가다. 만리장성에 가 본 사람은 안다, 그 속에 얼마나 많은 피들이 섞여 있는지!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중국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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