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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세평] "행정오류와 문화기획은 별개 ... 나만 할 수 있다는 집착 벗어나야"

문화와 행정은 한쪽이 올라가면 다른 한쪽이 기울어지는 시소와 비슷하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다른 분야에 비해 그 경향성이 두드러져 보인다.

상호 균형을 잡기가 무엇보다 어려운 영역이다. 일반적인 사업이야 명확히 잘 짜여진 기획을 따라 하면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업무의 연속성과 경험이 중요하다.

문화와 예술은 정해진 방법이 늘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지 않는다. 그 이유는 관성과 기존의 틀을 따르다 보면 문화의 가장 중요한 힘인 '창조성' 혹은 '창의력'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그게 문화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수 많은 예술 영역이 갖는 묘미이자 모호함이다. 다분히 개인적인 능력에 많이 의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개인적인 특이성과 다름이 결국 경쟁력이 되는 영역인지라 한 부분에서는 독보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일반적인 행정이나 업무로 경계를 넘어 버리면 약점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띤다.

얼마전 정명훈 서울시향 상임지휘자를 둘러싼 서울시향 사장과의 내부 갈등의 예를 보더라도 그렇다.  정명훈 지휘자의 음악적 재능과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터지만  전국민적인 예술인이었던 그 조차 ‘서울시향을 사조직처럼 움직인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행정처리의 미숙으로 공격을 받았다. “음악밖에 모른다”는 예술가의 시각이 아닌 행정의 시각에서 본다면 방만한 운영이 보였을 터이다.

 

공교롭게도 지난달 27일 서귀포시 문화의 거리 조성사업에 대한 행정감사를 보면서 내용이나 파장은 다르겠지만 서울시향의 내홍, 그리고 문화와 행정의 관계가 다시 한번 떠올랐다.

도의원들의 질의 내용을 보면서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구석이 너무 쉽게 드러난 것이다. 기준이 명확해 유권해석을 내릴 모호함이 거의 없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쉽게 그 규정과 다른 조치가 취해졌다.

내용을 보면 21건 4억8500만원을 지원한 문화도시 조성사업 공모 업체와 추진T/F와의 관계가 도마에 올랐다. 이중 청장년 문화예술 관련 사업으로 8000만원을 지원받은 단체는 공모가 시작되기 12일 전에 비영리 임의단체로 등록된 단체로 활동실적이 전혀 없었다. 1억원을 지원받은 단체 역시 공모 기간 중 임의단체로 등록해 활동실적 또한 전혀 없었다.

답변에 나선 서귀포시 문화예술과장 역시 "공모사업은 사업의 내용을 보고 뽑았으며 개인적으로 사람을 보고 뽑지 않았다"며 지속적으로 같은 해명을 했다.

 

이 사실만 보면서 어이없으면서도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의원들의 지적은 지극히 정당해 보인다. 자부담 비용도 없는 단체, 추진 TF 위원과 지원단체 대표의 연관성 등을 따져 보면서 그들을 비난하기에 앞서 과연 담당공무원과 추진위위원들은 이 같은 사실이 나중에 문제가 될 지 모르고 한 일일까. 의구심이 들었다.

특히 지난해 지방보조금이 도내 주요 관심사로 자리 잡고 도와 도의회간의 예산 갈등의 한 축을 차지했던 상황이라 많은 사람들이 예민하게 신경을 쓰고 있는 영역이니 말이다.

가능성은 세 가지다.  별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한 안일함에 근거했거나 '이 일은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취한 행동이거나, 행정과 상관없이 순수한 열정이 넘쳤거나…

 

문화도시 사업이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사업 계획을 들춰 보면서 묘한 생각이 들었다. 서귀포시 자체의 문화적 역량이나 그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능력을 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그 동안 서귀포의 문화행사에 대한 기대치가 그다지 많이 높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지역사회의 소규모 행사나 흔히 접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가진 행사들이었다고 생각했기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문화도시 조성 추진사업 내용을 보고 있으면 몇 가지에 대해서는 틀에 박힌 사업의 연장선에 있다는 흔적이 그대로 묻어있다. 딱 꼬집어서 말하지 않더라도 문화도시 아닌 그 어떤 문화행사를 해도 비슷하게 진행됐을 행사들이다.  뻔한 사업이다.

반면, 그 동안의 '서귀포'스럽지 않은 사업이 혼재돼 있다. 조금은 의아한 기획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이 같은 사업이 5년간 잘 진행된다면 서귀포시는 너무나 흔하면서도 차이가 별로 없는 ‘축제 풍년’에서 벗어나 부산이나 부천처럼 특화된 서귀포만의 무언가를 기대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문화.교육의 사각지대였던 서귀포에서 진행하는 '예술섬대학' 프로그램이나 서귀포의 스토리를 만화와 연결시키는 만화페스티벌 등은 사실 서귀포가 그동안 가져보지 못했던 콘텐츠다.

공교롭게도 이와 관련된 단체들이 감사에서 문제가 됐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기로 했다. 혹시 그 같은 기획을 했으나 서귀포의 기존 문화단체들이 이 기획을 뒷받침 해줄 수 없어 결국 급조된 조직인 건가. 이리 이야기하면 서귀포의 문화단체들이 비난의 화살을 퍼부을지 모를 일이지만 새로운 기획과 가능성을 기존의 그릇에서 담을 수 없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도 여전히 찜찜하다. 기획이 좋고 열정이 넘쳤다 하더라도 그 사업을 나와 관련된 조직이 아니면 결단코 할 수 없었던 것일까. 문화단체들이 문화적 능력은 있으되 '내가 관여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이기적 관심에 매몰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열정이 넘쳐 그 일을 하려 했더라도 그 일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는 했어야 한다. 무엇보다 문호를 좀더 넓힐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설사 그런 단체가 없더라도 무시해서는 안된다.

 

명확한 행정 원칙을  너무 쉽게 무시하면 자신들이 하고 있는 사업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걱정이 된다. 서귀포에 어쩌면 문화적 이륙의 기회가 왔다고 느껴지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그런데 행정은 아직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문화이주자나 기타 새로운 문화 예술인들이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기존의 문화단체들의 폐쇄성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수도 없이 제주로 내려오는 많은 문화 이주자들이 시에서 하는 새로운 문화사업에 기회를 잡지 못하고 등을 돌릴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든다.

 

문화와 예술은 외부에서 끼어들면 잘 변질된다. 그럼에도 서귀포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행정의 지원이 적절하게만 이뤄지면 서귀포의 문화 바람은 거세게 불 것이다. 더불어 엉성한 행정처리를 보면서 좋은 기회와 콘텐츠가 송두리째 폄하되지 않기를 바란다. 내부 콘텐츠를 세밀하게 준비하는 문화인들이 도매급으로 비판받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하고 싶었다. 행정상 잘못은 잘못이기에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대신 사업 콘텐츠는 서귀포에는 좋은 일이니 포기하지 말고 잘 하라고… 더불어 기존의 문화단체들도 협력을 하지 않고는 결단코 업그레이드의 계단을 오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협력을 통해 더 폼나는 문화도시를 살려보라고.… 서귀포의 문화 예술인들에게 이야기 하고 싶다.

그래야 서귀포를 찾아가는 즐거움이 기대로 뒤바뀐다. [제이누리=이재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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