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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동양(東洋)산책(2)

삶이 팍팍하다. 지난해를 어떻게 보냈는지도 모를 판에 올해는 혼탁함이 더할 것 같은데, 어찌 보내야 할지. 나만 그런가? 아니다. 해가 바뀌면서 ‘용’의 해다, 그것도 ‘흑룡’이다 하며 좋다고 난장을 친다. 이는 현실의 삶이 너무 힘들기에 상징에 희망이란 단어를 붙여놓은 억지다. 그만큼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모든 이들의 어려움을 표출하고 있다는 행태다. 

 

 올해 2012년을 ‘임진壬辰’년이라 한다. 壬辰은 ‘간지干支’ 역법에서 왔다. 팔자명리八字命理를 응용한 것이다. 이 ‘팔자八字’의 영향은 대단하다.

 

   


 

  중국에서 자주 쓰는 대련對聯 중에

 

八字如相許,雙杯未可辭.(“八字如相許,雙杯未可辭.”는 원래 唐 吳融의 「送策上人」와 耿湋의 「晚春青門林亭燕集」의 시구에서 한 구절씩 따온 대련이다)

 


 

  팔자가 서로 허락한다면, 쌍배라도 거절할 수 없다. 라는 말이 있다. 쌍배는 ‘주불쌍배酒不雙杯’라는 말을 이해하면 된다. 주석에서 술을 마실 때 잔의 수數가 짝수로 마침을 싫어함을 이른다. 3ㆍ5와 같이 기수寄數로 마셔야지 2ㆍ4와 같은 우수偶數로 마시지 않는데, 팔자가 허락하면 된단다. 그만큼 ‘팔자’를 중시했다는 얘기다.

 

  보자.

 

  천간天干의 ‘壬’는 ‘물水’에 속하고, 지지地支의 ‘辰’은 ‘용龙’을 말한다. 그래서 2012년을 ‘수룡水龙’의 해라 한다. 오행五行(金, 水, 木, 火, 土) 중 ‘水’는 흑색黑色에 해당한다. 그래서 또 ‘흑룡黑龙’의 해라고도 한다.

 

  용은 권세와 존귀를 상징한다. 그리고 12가지 띠 중 유일하게 날 수 있는 동물(?)이다. 인간 세계에는 용이 없다. 그래서 용은 ‘신수神兽’이기에 좋단다.

 

  신룡神龙은 머리는 나타내나 꼬리는 감춘다고 한다. 그래서 용은 운무雲霧를 연상시키며, 짐작하기 어려움을 상징하는 것이다. 흑룡은 ‘물水’의 품성을 지니고 있기에 깊은 호수나 바다를 들고 난다. 그래서 무섭고 교활한 동시에 신비감을 가지고 있다. 하여 2012년은 뜻하지 않는 일이 발생한다고 본다. 크게 나쁘거나 엄청 좋다는 말이다.

 

  용은 ‘陆海空’에 자유자재로 머물 수 있는 유일한 놈(?)이다. 땅을 기어 다닐 수 있고, 잠수할 수 있으며, 하늘을 날 수 있다. 그래서 일까? 서양의 용은 날개가 있다. 하지만 동양의 용은 날개가 없다. 그러면서도 난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동양의 용이 더 대단하다. 날개 없이 기로 난다. 하여 기운차다고도 한다.

 

  신기하다. 하늘에 있으면 신과 같이 영적이고, 바다에 있으면 ‘용왕龙王’이 되며, 땅에 떨어지면 ‘뱀蛇’처럼 된다.(그래서 12가지 띠 중 ‘뱀’은 ‘龙’의 다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지상에는 ‘범虎’이 왕이다. ‘龙’은 천상, 해상의 왕이다. 하여 용과 호랑이가 만나면 다툼이 생긴단다.

 

  용은 인간세계에 존재하지 않으면서 늘 혼자 지내기에 다른 띠와는 그리 크게 다투지는 않는다. 하지만 ‘닭鸡’에 대해서는 흥미를 가진다. ‘닭’이 봉황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용과 봉황이 짝이 됨이 걸맞지 않는가? ‘개狗’는 좀 민감하다. ‘신수神兽’를 보면 괴물이라 소리친다. 용은 고요함을 좋아하기 때문에 개를 싫어한단다. 해서 흑룡黑龙의 해에 ‘닭鸡’의 띠는 기쁜 일이 많고, ‘개狗’띠는 귀찮은 일이 많이 생긴다고 한다.

 

  이렇게 저렇게 엮어지면서 ‘합合, 충沖, 살煞, 형刑’ 구조를 이룬다. 좋은 짝이 있고, 나쁜 짝이 있다는 것이다. 간단하지 않는 팔자명리를 만들어 낸다. 그럼 어떻게 피할까?

 

  용과 범의 다툼을 피하려면 ‘토끼兔’를 찾아 어울리면 된다. 토끼는 ‘묘卯’이고 범은 ‘인寅’이며, 용은 ‘진辰’이다. 寅卯辰은 ‘삼회목三会木’으로 범과 토끼와 용이 함께 있으면 끼리끼리 어울려 다툼이 없다고 한다. 용과 개의 상극이 두려워도 또 토끼를 찾으면 된단다. 개는 ‘戌’로 명리命理에 ‘술묘상합화戌卯相合火’라 하였으니, 개는 토끼의 말을 들을 수밖엔 없어 서로 사랑을 나누는 관계가 되니 무슨 시간이 있어 용에 신경을 쓰겠느냐고. 그래서 용의 해에 토끼띠와 같이 있으면 개띠도 아무 일 없단다.

 

  재미있다. 재미있는 얘기다. 동화와 같다. 이야기다.

 

 사주학도 그렇다. 생년, 생월, 생일, 생시의 4개의 간지에 의해서 성립돼있다. 만물은 천간의 기氣를 받고 지지 중에서 생하여 생육의 과정을 되풀이한단다. 사주의 지지 중에서 생한 장간藏干을 인원人元이라 하며, 자신의 운명의 추기樞機를 장악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근根이 있다, 없다고 하는 것도 지지에 맞추어본 기세의 후함과 박함을 말하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천간 10가지와 지지 12가지로 60으로 돌리고 돌리면서 천리를 논하고 운명을 말한다. 음효陰爻와 양효陽爻가 8쾌卦를 형성하고, 64괘를 이뤄 세상의 ‘역易’을 말하는 것과 별반 다름이 없다. 획분 하여 나누고 합하고, 돌리고 꿰맞추고.

 

  과연 그런가?

 

  우리는 1년을 춘하주동, 4계절이라 한다. 365일을 4등분하여 얘기한다. 그런데 정말 4등분 될 수

있는가? 확연히 구별이 되는가? 그저 3월이 되면 봄이 오는가? 고정돼있는가? 아니면?

 

  나눌 수 없다. 연속선상에 있다. 흐름이다. 단지 차이를 느낄 뿐이다. ‘변變’이 아니라 차이 즉 ‘이異’, 다름이다.

 


 

  이런 만상의 차이와 흐름에 10가지와 12가지로 나누어 60으로 회전한다고 정해버리면, 너무나 자의적이지 않은가? 난생난일로 사주를 정하고 8글자로 됐으니 팔자명리로 운명을 얘기한다는 것은 너무나 멋대로가 아닌가. 대천세계를 획분 하여 고정시켜버리는 건, 지나친 교만이다.

 

 만상은 흐른다. 고정된 것이 없다. 흔히들 ‘변화變化’한다고들 하지만, ‘화化’는 있으되 ‘변’은 없다. 변이 있으면 어제와 오늘이 실체가 없음으로. 달리 표현할 말이 없으니 ‘변’을 가지고 얘기하는 것일 뿐.

 

 바람이 분다.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 걸까? 거칠 것이 없다. 막히면 돈다. 흐르고 흐를 따름이다. 그 바람에 차가움과 따뜻함을 느끼는 우리네가 있을지언정, 바람은 그저 흐른다. 만상이 그렇다.

 

 그 흐름 속에 우리가 있다. 흐름의 주인일 뿐,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동쪽으로 가고 싶으면 동쪽으로 갈 것이고, 막힘이 있을 때 넘어가지 않고 주저앉아 있겠다면 그렇게 된다. 정해진 것은 없다. 아무리 삶이 팍팍해도, 제발 원래 없는 정해진 것의 실체를 억지로 알아내어 삶을 고쳐보겠다는 생각일랑 벗어던지자. 흐름이 있을 뿐이다. 우리네 마음이 있을 따름이다.

 

☞이권홍은?=제주 출생. 한양대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중국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신종문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는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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