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시평세평]'주민 스스로'와 중간조직 등 지원조례 강화 ... 자발성이 돌파구

 

마을만들기 사업은 근래 몇 년 사이에 전국적으로 대세다.

 

서울은 물론 주요 대도시와 지방행정 단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마을사업들이 진행중이다.

 

이를 지원하기 위한 중간조직 형태인 마을공동체지원센터 설립이 유행이다. 바야흐로 마을공동체 사업이 자치행정 분야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사업 중 하나가 됐다.

 

그 흐름이 제주도에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분위기다. 이전의 마을만들기 사업과 다른 변화와 도약의 시기다.

 

새마을운동으로부터 시작된 우리나라의 마을사업 역사는 한 때 무분별한 근대화의 대명사였다. 의혹의 눈길을 받기도 했으나 마을사업은 최근 다양한 형태로 도시와 농촌마을 모두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의 지원과 보조금을 전제로 마을의 인프라를 바꾸거나 마을단위에서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는 주요 채널이 됐다.

 

제주도 마을들이 지원받는 마을사업만 봐도 그 종류는 산만할 정도로 다양하다.

 

예를 들어보자. 권역별 종합개발사업으로 지원을 받는 마을을 비롯, 베스트 특화마을, 행복마을 플랫폼, 창의아이디어사업, 창조적 마을만들기, 체험휴양마을 만들기, 제주형커뮤니티비즈니스마을, 마을기업까지 제주의 모든 마을들은 마을사업의 카테고리에 다 연결돼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지원사업을 통해 각 마을은 많게는 수십억에서 적게는 1000만원에 이르기까지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다양한 지원금을 받는다.

 

그러나 활발한 마을사업에도 불구하고 담당 공무원들이나 마을 사람들을 만나면 늘 아쉬움이 마음 한 구석에 남는다. 마을사업이 결국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금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을단위가 되든 청년회나 부녀회 단위가 됐든 사업의 목적은 얼마나 많은 자금을 확보해서 마을의 길을 잘 닦고, 담을 정비하고, 회관을 확보하느냐 등에 집중된다.

 

그 덕인지 제주의 마을들은 해가 바뀔수록 인프라가 바뀌고, 업그레이드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다른 아쉬움은 많은 사업들이 지원금이 끊기는 순간 곧바로 중단된다는 사실이다. 행정의 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결국 수 없이 많은 마을사업에 매년 적지 않은 금액이 지원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인 '주민 스스로'가 빠져있는 것이다.

 

마을만들기 사업의 핵심목표는 마을의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더욱 공고히 해서 마을주민들이 행복하게 잘 살자는 것이다. 그런 사실을 근거로 균형발전도, 인프라 개선도, 마을기업도 의미가 있다. 모든 사업에는 그렇기에 마을과 더불어 '공동체'라는 단어가 필수요소처럼 따라 붙는다.

 

석회동굴 안에서 탄산칼슘의 침전이 일어나며 형성하는 다양한 기둥을 석주라고 한다.

 

석주는 천장에서부터 만들어진 고드름 모양의 석회암인 종유석과 바닥에서 죽순이 자라듯 만들어지는 석순이 서로 맞닿아 만드는 기둥이다. 종유석과 석순이 붙어 기둥을 이룬 후 물이 기둥 표면을 따라 흐르며 탄산칼슘의 침전이 계속되면 단면의 모양을 동심원으로 만들면서 계속 자란다.

 

문제는 모든 종유석 아래에 석순이 성장하는 것은 아니며 또한 석순 위에 반드시 종유석이 자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적절한 양의 물이 떨어지는 것과 적절한 속도, 그리고 동굴의 습도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종유석 혹은 석순이 생기기도 하고, 생기지 않기도 한다.

 

지난 2일 오후 제주시 열린정보센타 6층에서 제주시 공모사업에 대한 심사가 이루어졌다. '2015 마을(지역)공동체 활성화 공모사업'에 대한 심사다. 11일에는 우선순위 선정결과를 발표했다.

 

언뜻 수많은 공모사업에 대한 심사와 비슷한 이날의 심사과정은 사뭇 다른 점이 보였다.

 

이 마을사업의 지원금액은 기존의 다른 사업에 비하면 상당히 적게 느껴지는 사업당 최대 500만원에 자부담 10%다. 마을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구체적인 마을단위의 사업에는 '택도 없는' 금액이다.

 

그러나 17개 팀이나 응모했다. 각 팀들은 주어진 단 몇분간 자신들의 응모사업에 대한 내용을 어필하기 위해 그 어느 심사에 응할 때보다 열성을 보였다. 자신들 사업에 대한 이해를 부탁하는 호소도 잊지 않았다. 서로의 사업에 대한 평가도 심사 점수에 반영됐다. 심사위원과 참여모임의 점수 배분이 각각 절반이었다.

 

이 사업이 제주도에 의미가 있는 이유는 자금규모나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있어서가 아니다. 무엇보다 각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인 모임을 통해 마을의 공동체활성화와 지역주민들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한 모임이라는 점이다.

 

제주도에서는 처음 있는 시도다. 이미 뭍지방에서는 마을공동체 사업이 일반화된 형태지만 제주도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5명이상의 주민모임을 지원하는 첫 모델이다. 마을단위나 행정단위의 사업이 아니다.

 

그래선지 이들은 필사적이다. 기존의 마을사업에 익숙한 사업단위 측면에서 보면 그다지 많은 금액이 아니지만 이들에게는 자비 부담과 재능기부 등을 통해 어렵게 유지해오던 사업과 모임을 유지하고 네트워크를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일 충분한 이유가 있다.

 

사업의 내용을 일부 보자.

 

'에코파티 및 생태 생명텃밭' '사진으로 보는 곱닥한 구좌마을 이야기' '기후변화방지를 위한 적정기술모임 공동체' '가족간 지역민간 갈등해소를 위한 교육 및 대화기술 코칭' '자녀와 함께 하는 만들기 프로그램' '천연화장품 만들기' '마을신문 만들기' '마을학교 및 도서관 설립'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이 제안됐다.

 

모든 사업들이 현재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진행중인 모임이자 프로젝트다. 지원금이 확보된 후 회원을 모집하는 형태가 아니다.

 

마을사업은 오랫동안 행정중심의 지원과 주민주도의 자발적 모임이 별개로 진행되어 왔다.

 

마을공동체 사업이 뭍 곳곳에서 활성화되면서 제주에서도 이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제 주민주도의 다양한 활동이 행정과 적극적으로 만나기 시작했다. 제주도의 주민주도 마을공동체 사업에 새로운 전기가 의미 있게 시작됐다.

 

15일 제주도의회에서도 제주도 특별자치 마을만들기 조례 개정안이 통과되는 등 중간지원 조직의 구체화 등 마을만들기 사업에 대한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점점 구체화 되고 있다.

 

자발적인 주민 모임들이 마을사업의 주체로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에서 행정차원에서 이를 담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그릇이 만들어지는 모양이어서 기대를 하게 된다.

중간지원센터의 설립과 역할로 대표되는 종유석과 자신들만의 콘텐츠로 만들어 가는 자발적 사업인 석순의 적절한 만남이 있어야 마을사업은 활성화 될 수 있다.

 

첫발을 내디딘 작은 만남과 중간지원 조직의 태동을 통해 제주도에서도 자발성이 우선되는 다양한 마을사업이 활짝 꽃피울 시기가 준비되고 있다.

 

각각 다른 움직이지만 내년의 마을공동체 사업이 만나 제주에서 더 의미있게 다가오기를 기대한다.

 

이제 마을만들기에 관심을 둘 이유가 생겼다. [제이누리=이재근 선임기자]

 

추천 반대
추천
0명
0%
반대
0명
0%

총 0명 참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제이누리 데스크칼럼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댓글


제이누리 칼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