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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성의 캘리포니안 드림(12) ··· 메마른 모랫속 생명의 원천

 

지구상에서 가장 덥고, 가장 건조한 곳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인요 카운티에 있는 데쓰 밸리(Death Valley)다.

면적은 약 7800㎢. 거대하고 황량한 분지는 1913년 섭씨 56.7도라는 세계 신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해수면보다 낮은 - 86 미터로 북미에서 가장 낮은 지점이고 물이 증발하면서 남긴 소금밭이 곳곳에 널려 있다.

이 거친 환경때문에 자동차 광고로 유명세를 치르는 장소다. 더욱이 지구상 그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기이한 지형들 때문에 스타워즈와 같은 공상과학(SF) 영화의 배경으로도 쓰였다.

 

'죽음의 계곡' 이라는 무서운 영어지명 역시 유래가 있다. 1849년 캘리포니아 골드 러쉬(Gold Rush)때 마차로 이 곳을 가로질러서 금광을 찾아 나섰던 13 명의 프로스펙터(Prospector: 금광이나 은광을 찾아 노다지를 노리는 사람)들이 숨지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Hell's Gate (지옥의 문)' 'Furnace Creek (화로 시냇물)' 'Dante's View (단테 전망대: 9개의 지옥을 설명한 단테의 신곡에서 유래한 지명) ' -. 국립공원 곳곳에 붙여진 지명들만 봐도 얼마나 덥고 건조한 곳인지를 짐작케 한다.

 

공원 안쪽에 작은 모텔이 하나 있지만 섭씨 50도가 넘어가는 더운 여름 철엔 문을 닫는다. 오픈 기간은 고작 10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다. 그 시기만 손님을 받는다.

 

데쓰 벨리 입구의 경고판에 적힌 글귀처럼 GPS도 거의 무용지물이다. 관광객들이 길을 잃고 조난을 당하거나 목숨을 잃는 경우도 가끔씩 있다.

 

이런 기후에 익숙지 않은 관광객들은 차에서 내린 후 살이 익는 듯한 뜨거운 바람을 들이키고 코피를 쏟기도 한다.

더위도 물론이거니와 눈을 뜨기 어렵게 항상 몰아치는 뜨거운 바람은 숨도 쉬기가 버겁다.

 

하지만 이 척박한 환경속에서 1000년이 넘게 삶을 유지하는 부족이 있다. 팀비샤라는 원주민 부족이다.

 

1933년 후버 대통령이 국립공원으로 이 곳을 선포하면서 졸지에 조상 대대로 살아온 터전을 잃었던 이들이다. 이들은 수십년간의 끈질긴 법적 투쟁과 공원 레인저들과의 마찰을 이겨내고 1982년 합법적인 인디언 보호 자격을 쟁취했다. 그리고 지금도 몇몇 가족이 이 열사의 땅에 살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이런 곳에서 살 수 있을까 ?

 

데쓰 벨리는 원래 땅안에 갇혀 있던 바다인  '내해'의 물이 증발 하면서 만들어진 지역이다. 그리고 오랜 세월 사막으로 점차 변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짠 맛이 물씬 배어지느 2개의 땅 속 실개천이 지하에서 숨어 흐르다 가끔씩 땅 위로 배어 나온다.

하지만 이 냇물도 결국에는 데쓰 벨리의 메마른 모래속으로 영원히 사라진다.

 

이어질듯 끊어질듯 위태위태하게 흐르는 이 두 개의 작은 냇물이 바로 끈질기게 주위의 생명력을 보전해온 삶의 비밀스런 원천이다.

이 보이지 않는 냇물에 의지해 원주민들과 온갖 동물, 사막의 식물이 살아왔고 지금도 살아간다.

 

나일강이나 황하처럼 오랜 세월 웅장하게 드러내놓고 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려온 강들도 있고, 이렇게 부끄러운듯 숨어서 사람들을 살리는 작은 물줄기도 있다.

 

새삼 삶의 소중함과 그 끈질김이 가슴으로 다가온다.

남들이 알아주길 바라고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면서 사는 게 우리네 얕은 인생이건만 이 짠 냇물에서 잠시라도 겸손을 배우고 간다.

 

라스 베가스로 숨가쁘게 넘어가는 15번 프리웨이에서 갈라지는 127 번 도로를 타고 오는 2시간여는 너무도 외로웠다.

 

혹시 차라도 덜컥 서버리면 어쩌나 내심 불안했던 내 자신이 좀 우스워졌다.

 

☞권혁성은?=경북 영일 출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백령도에서 해병대 하사관으로 복무했다. 포스코 경영기획실에서 잠시 일하다 태권도(6단) 실력만 믿고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짝퉁’ 티셔츠 배달로 벌이에 나섰던 미국생활이 20년을 훌쩍 넘었다. 현재는 캘리포니아 어바인에서 선라이즈 태권무도관의 관장·사범을 한다. 합기도와 용천검도(5단) 등 무술실력은 물론 사막에서 사격, 그리고 부기(Boogie)보딩을 즐기는 만능스포츠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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