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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호의 제주풍향계(10) ... 영혼 없는 <야스쿠니> 대처 '망신'

덜컥 겁이 난다.

 

제주시 당국의 민망하기 그지없는 우행(愚行)이 제주 섬 밖에 까지 새 나간다면 그 망신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겁이다.

 

제주시 당국이 일본 군국주의 망령을 고발하기 위한 ‘야스쿠니 - 군국주의의 망령’ 이라는 제목을 내 건 사진전의 전시를 불허했다. 제주시 당국의 역사관이나 민족의식, 행정의 합리성 같은 것을 따지는 것은 너무 점잖은 따짐이다. 사안이 워낙 막장 코미디 같기 때문이다.

 

아시아권에서 가장 문제의식이 있는 보도 및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국내.외에서 널리 인정을 받고 있는 권철 작가의 이번 사진전의 기획의도와 배경에 대하여는 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 김민규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원의 언급 한마디면 충분하다.

 

그는 이 사진집 추천사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일본과의 모든 ‘과거사’는 미해결의 현재 진행형인 상태로 ‘현대사’로서 존재한다. 그게 바로 우리들이 이 야스쿠니 신사를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이고 사명이다. 그 사명을 영혼으로 담아낸 권철 작가에게 경의를 표한다."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여 그 의미가 깊이 녹여있는 이 사진전을 제주시 당국은 관덕정에서의 전시를 허가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제주시 당국은 사진전의 성격이나 기획의도, 배경에 대하여 단 일고(一考)도 하지 않은 채 허가를 해줬다. 마치 건축허가를 그 건물이 어떤 종류의 건물이며, 어떤 목적으로 건축하려는지 등을 전혀 살피지 않는 채 허가를 해준 꼴이 되고 만 것이다.

 

그리고선 “광복절 날 관덕정에서 일장기, 야스쿠니 사진을 내건다는 것은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 일이다. 사진작가가 일본을 옹호하기 위해 이런 짓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광복회 제주지부의 지극히 단세포적 항의에 제주시 당국이 사진전의 허가를 번복하고 불허를 통보했다. 이러한 사실은 제주시 당국이 이 사진전을 허가 해 줄 때 단 일고(一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극명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막장 코미디' 같은 행정이라고 아니할 수 없는 대목인 것이다.

 

 

제주시의 막장 코미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야스쿠니 - 군국주의의 망령’ 이라는 제목의 전시회를 제주시 당국이 단순 무지한 항의로 허가를 번복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진작가와 사진전 주최 측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었고, 도내 언론들이 일제히 제주시 당국의 행위에 비판을 했다. 그리고 번복 당사자인 제주시 당국도 “광복회가 항의한 내용을 실은 일간지 최초 보도가 잘못된 것을 우리도 알고 있다. 그리고 작품 취지도 이해한다”고 자신들의 과오를 시인했다.

 

그러나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전시회 결정(장소 사용 허가)이 취소됐으니 전시할 수 없다"고 끝내 불허 통보를 번복하지 않았다.

 

여기서 제주시 당국의 막장코미디가 이어진다. 제주시 당국은 광복회의 단순무지한 항의로 이미 허가했던 전시회를 번복했다는 자신들의 과오를 시인했다. 그런데 언론과 주최 측의 기자회견으로 그 번복이 매우 잘못되었다는 사실이 명명백백히 밝혀졌는데도, 그 번복을 '옳게 바로잡는' 또 한 번의 번복을 거부한 것이다.

 

서로 사랑하여 맺어진 한 쌍의 연인이 한 쪽의 어이없는 오해로 결별했다가 그 오해가 깔끔하게 풀어졌는데도, 결별을 통보했던 그 한 쪽이 ‘한 번 결별했으니 다시 만날 수 없다’는 황당한 고집을 부리는 것이나 다름없는 치기(稚氣)인 것이다.

 

제주시 당국이 번복을 옳게 바로잡는 또 한 번의 번복을 거부한 것을 놓고 ‘행정의 일관성 운운’한다면 그들은 염치없는 코미디언들이다.

 

이러한 제주시 당국의 일련의 행정행위를 두고 필자가 '막장코미디' 같다고 하는 것은 다소 심한 폄훼라고 여기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그런 사람에게 필자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시민의 문화행위를 허가해주면서 그 문화행위에 대하여 단 일고(一考)도 하지 않는 행위가 어찌 코미디라 하지 않을 수 있으며, 일부 단체의 단순무지한 항의에 이미 허가해준 사진전을 무뇌인(無腦人)처럼 덜컥 번복하는 행위가 어찌 코미디라 하지 않을 수 있으며, 번복이 매우 잘못되었다는 사실이 명명백백히 밝혀졌는데도, 그 번복을 옳게 바로잡는 또 한 번의 번복을 거부하는 치기의 행정을 어찌 코미디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막장 코미디 같은 그런 행정행위를 한 것은 제주시 당국이지만, 제주 섬 밖으로 알려진다면 육지의 그들은 전체 제주사람들의 역사관과 민족의식에 냉소를 보낼 것이다. 제주인의 한 사람으로서 겁과 불안을 감출 수가 없다.

 

야스쿠니(靖国) 신사가 어떤 곳인가? 당시 지구촌 전체 인구의 50분의 1에 해당하는 5500만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인류사 최대의 참사가 2차 세계대전이며, 이 전쟁을 일으킨 일본 A급 전범들의 위패를 안치시켜놓은 곳이 바로 야스쿠니 신사다. 이 신사에 일본의 내각각료들이 참배하는 것은 역사의 배신이며, 인류에 대한 오만이다.

 

이렇듯 야스쿠니 신사와 그곳에 대한 참배는 우리 민족의 영혼으로 단죄해야 한다. 제주시 당국도 마찬가지다. 야스쿠니 신사와 관련한 행정행위에는 영혼을 담아야한다.

 

이에 역행한 제주시, 그리고 제주시 행정의 책임석에 앉아 있는 사람은 제주시민에게 깊이 사죄해야한다. 그리고 그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에서의 진퇴를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할 것이다. 

 

☞정경호는?
= 도의원을 지냈고 정당의 대변인 노릇을 하면서도 ‘제주타임스’ 논설위원으로 활동했다. 더불어 제주의 여러 매체에 글을 썼다. 그래서인지 어느 전직 대학총장은 그를 두고 ‘정치인인지 문필가인지 헷갈린다’고 했다. 그는 4․3 연구가다. 1990년대 초 ‘월간제주’에 1년 동안 4․3을 주제로 한 칼럼을 썼으며, 4․3특별법의 제안자이자 기초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6년 동안 대변인을 지내면서 제주정가에 대변인 문화를 착근(着根)시킨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6.4선거에선 신구범 캠프의 대변인을 맡아 정가논평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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