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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시평] 의회 증.감액 예산 처리 유감 ... 저항할 도민은 누군가?

그냥 눈을 감을까 생각도 해봤다.

 

그래도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좀 변화되는 조짐이 있으니 "굳이 말을 꺼내 무엇하리" 곱씹어도 봤다.

 

그런데 찬찬히 살펴보다 “이건 아니다”란 생각으로 바뀌었다.

 

2015년도 제2회 제주도 일반회계 및 특별회계 세입·세출 추가경정 예산안 처리결과를 보고 든 결론이다.

 

제주도의회는 제2회 추경예산안 세출부분에서 112억6996만원을 삭감하고, 똑같은 금액을 다른 명목으로 증액한 수정안을 28일 본회의에서 가결, 통과시켰다.

 

삭감된 예산은 무언지, 증액된 예산은 무언지 찬찬히 훑어봤다.

 

무엇보다 눈에 들어오는게 있다. 집행부가 요구했지만 의회에서 삭감한 예산내역을 나열한 A4 용지 분량이다. 5페이지다.

 

그 반대로 증액한 예산내역을 나열한 문서의 분량은 21페이지다. 종이 분량만으로도 4배가 불었다.

 

게다가 감액된 예산항목이 70건이었다면 증액된 예산항목은 340건이다. 항목은 5배 불었다. ‘목돈’을 쓰려던 도 집행부의 계획이 의회에 의해 짜잘한 ‘푼돈’으로 쪼개진 것이다.

 

 

먼저 제주도가 요구했지만 의회에서 깎인 예산 내역이다. 다 열거할 수 없어 눈에 띄는 대목이다.

 

공무원 노후PC 교체 예산은 1억3000만원중 5000만원이 잘렸고, 제주평생교육진흥원 설립 타당성 연구용역비 5000만원은 아예 싹둑 잘려 나갔다. 관광경찰 순찰차 등 디자인 도색비 3700만원은 물론 제주도가 의욕적으로 준비한 메르스관련 제주관광 정상화를 위한 홍보마케팅 예산 60억원도 통째로 사라졌다. 또 해양관광 테마 강정항 조성사업 6억8000만원, 자원순환마을 시범사업 운영 2억원 등도 전액 삭감했다.

 

그리고 나서 의회는 다시 다른 항목에 예산을 만들었다. 민간경상사업보조 등의 예산과목이 붙어있다. 면면을 살펴봤다.

 

◯◯청년회 워크샵 700만원, ◯◯부녀회 역량강화사업 700만원, ◯◯리 경로당 시설개선 2000만원, ◯◯읍 연합청년회 관내 직장인체육대회 300만원, ◯◯동 노인친선화합행사 800만원, ◯◯동 어르신 문화탐방 1000만원, ◯◯동 새마을부녀회 선진지 환경시설 견학 1000만원, ◯◯지역주민 한마당 생활체육 활성화 지원 300만원, ◯동 노인회 행사지원 1500만원, ◯동 자생단체 행사지원 1500만원, ◯동 관내 배드민턴클럽 행사지원 500만원, ◯◯마을 행사지원 200만원, ◯◯마을 화합 체육대회 행사지원 1000만원,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행복음악회 500만원, ◯◯리 한가위축제 700만원, ◯◯읍 노인회 민속경기 지원 300만원, ◯◯동 연합청년회 회원 역량강화 사업 500만원, ◯◯동 연합축구대회 500만원, ◯◯마을 단합체육대회 300만원, ◯◯ 등 3개 마을 어르신 게이트볼대회 500만원, ◯◯면 생활체육협의회장기 체육대회 지원 500만원, ◯◯면 체육회장기 축구대회 지원 500만원 ···.

 

이게 다가 아니다. 눈에 또렷이 박히는 대목도 있다. ◯◯마을 추석맞이 주민단합 노래자랑 300만원-. 이런 식의 ◯◯마을 추석맞이 노래자랑 예산배정은 4개 마을이 더 있다. 차이가 있다면 어느 한 마을은 다른 마을과 달리 배정된 예산이 500만원이다. 대단한 마을이다. 어찌됐건 제주도내 170여개 마을 중 이 5개 마을엔 추석 노래자랑에까지 제주도 예산이 책정됐다. 진정 대단한 마을들이다.

 

한마디로 말문이 막힌다. 마을마다 무슨 체육행사와 자생단체는 이리 많은지도 모르겠거니와 그 행사를 치르는데 그 마을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 세금을 들여 거들어 주겠다는 발상이다.

 

물론 감액된 예산이나 증액된 예산이 모두 다 이런 성격이라고 말하긴 곤란하다. 얼핏 증·감액된 부분이 타당하게 여겨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전체 골조는 대강 이렇다.

 

 

수정안에 대해 원희룡 지사가 본회의장에서 "의회가 증액한 항목은 상당수 이미 감사 과정에서 문제로 지적됐고, 특정 단체에 내정된 사업 예산, 끝까지 문제가 됐던 항목, 친목·단합 행사 예산 등 특혜성 증액 예산이 다수 포함됐다"며 증액예산 전부 '부동의' 의견을 제시했지만 결과는 통과됐다. 마이동풍(馬耳東風)이었다.

 

솔직히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내가 낸 세금을 이런 명목으로 쓰겠다고 의회에서 ‘계수조정’이다 뭐다 복잡한 용어를 들먹이며 이리 정했다니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다.

 

그러고 보니 이경용 제주도의회 예결특위 위원장이 29일 기자회견을 하며 “의회에서 증액한 사업을 집행하지 않으면 도민들의 크나큰 저항을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게 이해가 간다.

 

제주도내 온갖 마을에 죄다 이런 식의 돈을 뿌릴 예정이었는데 도가 ‘부동의’하고 ”집행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당연히 온갖 마을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도의원들은 ‘표심’을 얻었지만 원희룡 지사로선 당장 ‘표심’을 잃은 셈이다.

 

이 위원장은 “도의회가 도민을 위해서 조성한 예산에 대해 전액 집행하지 않는 것은 도의회 뿐만 아니라 도민까지도 무시하는 처사"라며 ”만일 집행하지 않을 경우 도정의 견제 감시자로서 행정사무감사, 업무보고, 도정질문을 통해 최대한 도정을 압박해 나가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원칙과 소신만을 강조하다 도민들의 대의를 저버리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라는 바"라며 제주도의 입장변화를 촉구했다.

 

구성지 제주도의회 의장은 수정안 가결 직후 폐회사를 빌어 "우리는 다 뿌리치고 도민의 입장에서 도민의 길을 걸어 나가겠다"며 도정과의 대립각을 세우겠다는 의지도 강하게 내비쳤다.

 

 

그러나 제주도는 추경예산안 수정안이 의회에서 가결된 직후 "의회가 삭감한 예산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지만 부동의 예산에 대해서는 집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물론 의회가 삭감한 예산 역시 도는 쓸 수 없다. 결과적으로 삭감한 예산도, 증액한 예산도 모두 쓸 수 없게 됐다.

 

묻고 싶다. 혼사를 치르는 자녀에게 주택이나 생활자금을 마련해 주는 게 옳은가? 아니면 하객을 모아 호화판 잔치를 벌여 그 비용을 충당해주는 게 옳은가?

 

우리 제주도민들이 그 돈을 받지 못해 진정 ‘도민저항’에 나설 정도로 수준이 낮단 말인가? 내가 그런 도민이란 말인가? 이런 게 도민의 입장에서 도민의 길을 걷는 것인가?

 

푼푼이 낸 세금을 차곡차곡 쌓아 제주도정이 ‘큰 일’을 하기를 바라는 도민은 수도 없이 많다. ‘제주의 미래’를 고민하는 도민들은 ‘푼 돈’ 때문에 자식의 미래를 망치는 일은 하지 않는다. 이게 소탐대실인가?

 

제주도민들이 의회에서 ‘어린애’ 취급을 당하는 것 같아 몹시 불쾌하다. [양성철=제이누리 발행·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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