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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세평] 오바마의 추도사 아닌 추모곡 ... 형식 파괴 원희룡의 세일즈

 

지난달 26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농구경기장.

 

클레멘타 핑크니 목사의 장례식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참석했다.

20대 백인 청년의 흑인교회 총기난사로 희생된 목사의 장례식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추도사 중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어메징 그레이스' 라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노래다.

예정에 없이 그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뒤에 앉아있던 장관들도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장례식은 일순간 합창단과 추모객이 함께 부르는 노래로 추도의 분위기가 고조됐다.

대통령의 애도사를 기다리던 청중들에게 대통령의 예정돼 있지 않은 노래는 파격이었다. 물론 감동이었다. 그 어떤 애도사보다 애도의 마음을 더 잘 대변할 수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권위적인 지도자에 익숙해 있던 우리에게는 생소하기 그지 없으면서도 동시에 부러운 모습이기도 하다.

우리 지도자들은 언제부턴가 '세일즈 외교'라는 이름 하에 경제 외교를 매우 중시하는 분위기다.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각 나라를 순방하면서 다양한 투자유치와 경제협력을 이끌어 내는 모습이 어느덧 일상화됐다.

 

마치 대한민국이라는 기업의 총수가 임원들을 이끄는 모양새다. 이후 대단한 경제적 성과를 거두었노라며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다.

 

 

지난 MB 정권때 아랍에미리트(UAE)의 원전 수주나 자원외교처럼 시간이 지나고 나면 처음 발표한 내용과 달리 실효성은 없고 껍데기뿐인 경제협력과 수주가 흔한 일이 돼버렸다. 그럼에도 정부 지도자들은 어김없이 세일즈 외교라는 이름 하에 외유를 다닌다.

16일 원희룡 제주지사가 서울 명동에서 제주 홍보를 위해 가두 캠페인에 나섰다. 그는 이날 오렌지색 티셔츠와 반바지에 샌달을 신었다. 얼굴에는 제주로고를 페이스 페인팅했다. 마케팅 극대화를 위해 파격을 선택한 것이다.

지나가는 관광객들에게 감귤을 나눠주며 ‘청정제주’로 오라는 홍보를 하고 거리의 밴드와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을 스스럼 없이 보여줬다. 언뜻 보면 연예인인가 싶다. '도지사가 저런 홍보도 하는 시대가 됐구나'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문득 원 지사는 이 일을 정치적 일정으로 소화하고 있는지 여부가 궁금해졌다. 지사에게도 이 같은 홍보행사는 쉽지 않은 정치적 이벤트였으리라 예상한다. 이미지 정치에 익숙한 국민들에게 파격적인 모습을 통해 제주 홍보와 정치적 이미지 제고를 위해 이같은 기획을 했으리라.

 

행사 이후 전체적인 반응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듯 하다.  그동안 정치인들이 세일즈 행보를 위해 보여준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파격적이기도 하다. 노회한 정치인들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던 제주의 정치에서 이같은 모습은 제주민들에게 더 낯설었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이런 이벤트는 제주 바깥 사람들에게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서울에서 보는 정치인의 세일즈 외교는 언제나 도식적이고 영혼이 없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이벤트의 포인트는 지사가 직접 가두홍보를 했다는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당사자가 이를 자연스럽게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정치적 일정 중 하나로 소화하는가 하는 점이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마음에서 우러 나올 때 보는 사람들에게 더 큰 호소력을 갖는다.

원 지사의 행동을 보면서 설사 그것이 잘 짜여진 각본에 의한 이벤트였을지라도 보이기는 달리 보였다.  원 지사가 억지로 떠밀려 이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은 없었다. 대단히 성공적인 시도였다고 보여진다.

메르스 청정 제주를 알려 관광객을 유치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그에게 자연스러움을 주는 것 같다. 얼마전 메르스 청정 제주를 홍보하기 위해 공항에서 손소독제를 직접 나눠주던 때보다 더 익숙해진 듯 하다.

오바마 대통령의 노래 만큼 감동을 주지 않더라도 길거리 밴드와 함께 춤을 추는 원 지사를 보면서 '자신의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슬픈 애도의 순간  연설 대신 진정한 마음의 노래로 추도사를 할 수 있는 지사를 만날 수도 있겠구나 하는 기대도 조심스레 갖게 된다.

정해진 원고만 읽고 가는 지도자를 보며 정치적 무관심과 냉소를 키운 것과 달리 흥겹게 춤을 추는 지도자를 보며 관심과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정치적 분위기가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다음에는 노래를 기대한다. 그것도 애도사가 아닌 축제의 노래라면 더 없이 좋겠다. [이재근=제이누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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