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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세평] 신경영을 원하면 독려할 혁신팀을 갖춰야

 

1993년 무렵이다. 새롭게 삼성을 담금질하던 이건희 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을 선언했다.

 

신경영의 캐치프레이즈는 '마누라와 자식빼고 모든 것을 다 바꿔라'였다. 신경영의 이름아래 삼성은 모든 조직을 혁신하고 재조직화했다.

'강요된 위기감'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삼성은 당근과 채찍을 끊임없이 구사하며 신경영의 속도를 냈다. 이후에도 이 회장은 삼성의 경영실적이 최고로 달리고 있을때 마다 어김없이 '위기'를 외치며 독전대 역할을 그치지 않았다.

이제 삼성은 세계 일류기업이 됐고 상상하기 힘든 영업실적을 매 분기마다 발표하고 있다. 20여년간 혹독한 담금질의 결과였다.

 

원희룡 지사가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제주판 3김' 시대를 뒤로 한 채 새로운 시대의 출발을 알리듯 도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화려하게 무대에 올랐다.

상황은 다르지만 원 지사가 추구하는 행보는 삼성의 '신경영'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제주도의 모든 관행에서 새로운 모습을 찾고 싶어하는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원 지사는 1년간 카지노, 개발과 환경보전 문제, 신공항, 신항만, 감귤정책, 농지관리 등 큼직큼직한  이슈를 제기하면서 제주도의 미래를 그리는 밑작업에 집중했다. 워낙 큰 이슈들인지라 1년만에 업무 성과를 평가하는 일은 당연히 시기상조다.

 

1년이 지난 지금 어떤 평가를 내리든 한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취임식 때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비해 어느 정도 빛이 바랬다는 점이다. 

 

협치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원 지사의 입장은 도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1년 전의 입장을 견지한다는 관점에서는 일관성이 있지만 그 동력은 예전만 못해 보인다. 무언가 빠져 있다는 허전함이 남는다.

 

원 지사는 1년 동안 예산문제와 공무원의 청렴성, 인사문제 등 조직 내적인 문제를 비롯해 카지노, 개발문제 등 전방위적인 이슈에 대해 자신의 정치적 역량에 한계가 없음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그럼에도 1년간의 도정이 내년이나 내후년에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희망보다는 오히려 방향을 잃고 소용돌이에 빠져 허덕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우려가 먼저 든다. 왜 일까?

 

 

이쯤에서 묻는다. 원 지사의 색깔은 뭔가? 한가지 더. 원 지사에게는 신경영에 있었던 경영혁신팀이 있나?

 

많은 사람들이 민선 6기 1년을 이야기하면서 '이미지 정치'를 이야기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이미지인 도정의 색깔이 무엇인지 도민들에게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옛적의 기록들을 보면 많은 지도자가 적대 집단과 평화관계를 맺거나 내부적인 단도리를 해야 할 상황에서는 여지없이 향연을 연다. 공교롭게도 그 향연의 최대 여흥중 하나가 칼춤이다. 현란한 칼로 춤을 추며 여러 사람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할 것을 암시하는 춤을 춘다.

 

때로는 그 춤이 동맹을 맺은 적 장수를 암살하는 수단이거나 혹은 자신의 충복 중 한명을 척살하는데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아주 드물게 그 칼춤을 통해 장수 자신이 암살당하는 경우도 있다.

 

그 어떤 경우든 칼춤은 즐거움과 함께 자신이 칼로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는 긴장 상태를 유지케 해준다.

그 칼춤은 결국 피바람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소속 조직에 대한 결속력을 다지는 통과의례 역할도 한다.

 

어쩐지 원 지사의 1년을 돌이켜보면 어느 상황에서도 칼춤이 추어졌던 기억은 없다. 신경영의 이념은 있으되 오히려 칼춤을 추어야 할 시점에 부채춤을 추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흥겨움은 마찬가지여도 결국 부채춤을 봤던 구성원들은 그 향연을 단순한 유흥으로 생각하기 쉽다.

 

원 지사의 돌파력과 다방면의 학습능력, 순간 대응력은 1년간 도의회와의 예산갈등, 국정감사, 중앙정부 협상 등을 통해 충분히 드러났다. 그는 이전의 지사에 비해 개인적으로 훨씬 똑똑하고 협상능력도 뛰어나다. 중앙정부에서 인지도도 매우 높다.

 

그러나 원 지사의 도정에는 '원 지사만 보인다'는 비판도 있다. 내부적으로 훨씬 많은 토론을 하고 협의를 거친다는 사실은 지사 본인의 언급이든 다른 참모를 통해서든 자주 듣지만 말이다.

 

취임 2주년 첫날인 1일에만도 그는 정례회의, 간담회, 현장도지사실 등 공식적인 행사만 7개를 소화하고 있다.

 

원 지사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더불어 그 주변에서 팀플레이를 하는 일단의 무리도 함께 봤으면 좋겠다. 아주 구체적으로 원 지사의 주변에 칼춤을 추는 무희가 있었으면 좋겠다.

 

지사가 스스로 원칙을 고수하며 업무를 추진할 때 진행을 독려하는 독전대 역할을 하는 무희가 있었으면 한다.

 

모든 것을 혼자서 풀 수는 없는 노릇이다.

1년을 지나온 원 도정이 이제  자신의 정치 색깔을 강하게 드러낼 시점이 됐다. 그 색깔을 위해 협치와 소통을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원 지사의 현재 모습에 색깔을 부여하는 무희들이 색깔을 보여주면  좋겠다.

똑똑한 도지사가 현실에 힘겨워 하는 과정을 보고 싶지 않다. 그것은 지사 개인의 비극일 뿐 아니라 제주도의 입장에서도 커다란 기회를 잃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경영의 모토처럼 '다 바꾸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취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더 이상 좋은 게 좋을 수는 없는 시간이 됐다.

 

칼춤을 추는 무희들이 꼭 있어야 한다. 모두가 구경꾼일 수는 없다. [이재근/ 제이누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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