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고병수 원장이 말하는 메르스] "모든 가능성 열고 상황 준비해야"

제주도에 141번으로 지칭되는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확진을 받기 전이지만 3박 4일 동안 도내 관광을 다녀간 것이 17일 밤 밝혀졌다. 제주도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순식간에 걱정에 휩싸였다. 여러 인터넷 포털의 검색어 상위에 오를 정도로 관심이 높을 정도였다. 필자는 지난번 칼럼<제이누리 6월 3일자>에서 정부의 선제적인 대처와 병원 공개 및 동선 공개 등을 통해서 국민들을 안심시켜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도지사 또한 그러하기를 바란다고 했었다.

 

이제는 중앙메르스대책본부나 여러 지자체에서도 당연히 정보 공개를 하고 있지만, 17일 밤의 비보로 제주도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기에 새로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의료정책을 연구하며 현장에서 일하는 의사로서다.

 

 

사실 관계로 복기해 보면.....

 

6월 17일 밤에 제주도정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메르스 감염 확진 141번 환자가 6월 5일부터 8일까지 제주도 관광을 하였다는 것이다. 필자는 제주도라고 예외일 수 없다는 생각과 더욱이 관광객이라는 유동 인구가 많은 특징상 언젠가는 전국적인 확산에 휘말릴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

 

다행히 원희룡 지사는 초기부터 공항과 항만을 자주 방문해서 관계자들이 흐트러짐 없이 대처하도록 채찍질을 했다. 그 때문에 그나마 들어오는 관광객들과 도민들이 안심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전과 다른 대처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가지 생각을 해야 한다.

 

하나는 141번 환자의 동선을 통해 추측되는 것들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그에 따른 만약의 상황을 가정해서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141번 환자의 동선을 처음부터 복기하면서 살펴보자.

 


5월 23일 : 감기 몸살로 강남의 가정의학과에서 치료 받음
5월 27일 : 아버지의 진료를 위해서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관 외래 동행
6월 5일 : 오후 12시 15분 비행기로 제주로 출발
 -------* 3박 4일 동안의 여행 도중 몸이 안 좋아 보였다는 동료 진술
6월 8일 : 오후 4시 30분 비행기로 서울로 출발
6월 9일 : 오후 4시(제주도 발표는 6월 10일 새벽 4시경) 고열, 기침 발생
6월 11일 : 6월 9일부터 이 날까지 출근 안 하고 집에서 쉼
6월 12일 : 강남구보건소로 전화 걸어 메르스 증상 호소
-------보건소에서 구급차를 보냈지만 기다리지 않고 오후 4시경 택시를 타고 강남세브란스 병원으로 감
6월 12일 : 강남세브란스 응급실 방문, 검사 후 격리실 보내졌으나 난동부림
6월 12일 :강남구 보건소에서 양성 판정
6월 13일 : 국립보건연구원 확진
6월 17일 : 밤 11시 30분 경 제주도로 관광 사실 통보

 

 

우선 환자의 동선을 통해서 여러 추측을 해보고자 한다. 이러한 추측은 만에 하나의 위험 상황을 미리 대처하기 위한 방편으로서 가정이지만 무시하지 않기 위함이다.

 

18일 원희룡 지사는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하면서 상세한 정보 공개와 환자 동선에 따른 철저한 대비 상황을 밝혀줬다. 배종면 교수(역학조사반)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서 상세히 얘기를 했고, 도지사에게 선제적인 대처를 해야 한다고 자문을 한 사실도 알려줬다. 아주 잘한 일이다.

 

기자회견 자리에서 배종면 교수는 환자의 증상이 실제로는 6월 10일 새벽(중앙대책본부 발표로는 6월 9일 오후)에 있었으니 제주도 방문은 그 이전이고 증상이 없을 때는 전염 위험이 없으니 안심하라고 기자들에게 답했다. 하지만 몇 가지 가정을 해보자.

 

첫째, 5월 23일 감기몸살을 앓았다고 하는데, 그것이 메르스 증상 아니었을까? 물론 27일 삼성서울병원 다녀가기 전이지만 다른 경로로 메르스 환자와 접촉해서 병원 방문 이전에 감염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전파 위험이 있는 상태로 제주도를 방문했던 것이고, 방문 기간 동안 내내 몸이 아파서 쉰 건 아닐까? 그렇다면 그가 다닌 제주도 몇몇 곳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전염시켰을 수도 있다.

 

둘째, 3박 4일 방문 동안 식사도 잘 안 하고 자주 쉬었다고 했고, 동료들도 몸이 안 좋아 보였다고 한 것이 메르스 첫 증상 아닐까? 삼성서울병원 방문 후 9~10일 지난 후니까 가능하다. 그러한 가정이 사실이라면 이 사람은 비행기에서나 제주도에 바이러스를 전파하면서 다닌 꼴이 된다.

 

셋째, 서울로 돌아가던 8일에 이미 증상이 있었고, 심해진 게 6월 9일이나 10일이라면 그 역시 바이러스를 제주도에 남기고 간 셈이 된다. 그 시각이 9일이면 더 가능성이 높아진다.

 

 

제주도정의 남다른 대처가 필요

 

1%도 안 되는 만약의 가정이지만 생각할 여지가 있다면 지금 제주도정은 달라져야 한다. 물론 도민들을 안심시키면서도 할 일은 잘 하고 있는 것 같아도 혹시 놓치는 것이 없을까 해서 제언을 하는 것이다.

 

우선 제주도정은 철저한 대응을 하되 섣부른 확신이나 무조건 도민들을 안심시키려는 발언을 하지 말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초기에 “개미 한 마리 못 빠져나가게 하겠다”든지, “3차 감염은 없다”와 같은 무지한 발언을 했다가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것을 반면교사 삼아야 할 것이다. 원희룡 지사도 초기에 공항을 방문해서 비슷한 발언을 했는데, 무조건적인 안심 발언은 삼가는 게 좋다.

 

그리고 위에 적은 세 가지 가능성을 무시하지 말고 일일이 따져보면서 대처를 해야 한다. 5월 23일 몸살감기는 과연 열이 몇 도였고, 상태는 어떠했는지 직접 강남의 가정의학과를 방문해서 알아보도록 하면 좋겠다. 3박 4일 동안 아팠다는 동료들의 의견을 다시 들어볼 필요도 있고, 심한 고열이 난 게 9일인지, 10일인지도 더 정확히 파악해서 도민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그 하루 차이는 상당히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분명히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을 맡고 있는 정은경씨가 "141번 환자가 역학조사 당시 9일부터 발열이 있다고 밝혔지만 그가 제주도 여행 당시에도 기침을 하는 등 증상이 있었다는 증언이 있다"고 브리핑을 했기 때문에 더욱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제주도에 수 명, 수십 명의 환자가 발생했을 때를 가정해서 움직일 필요도 있다. 만일 그랬을 때 거점병원으로 지정된 곳이 격리시설과 음압장치, 방호복 등은 충분히 준비되었는가 지금부터 살펴야 한다. 사태가 벌어져서 허둥지둥 하면 도정은 완전히 도민들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또한 안심을 해야 하는 날짜도 환자가 다녀간 8일 기준으로 잠복기 14일째인 22일로 잡지 말고 더 늘려서 6월 말까지로 잡고 긴장감을 늦추지 않도록 할 필요도 있다.

 

제주도정이 했으면 좋을 남다른 대처로 마지막 제언은 보건소나 거점병원에서 메르스 검사를 능동적으로 했으면 하는 것이다. 이것은 일선 의사로서 느끼는 것인데, 현장의 병의원에서 환자를 의뢰하면 조건 따지지 말고 메르스 검사를 해주기 바란다. 육지부의 보건소 등에서는 질병관리본부의 지침에 안 맞는다고 병의원에서 보낸 환자의 검사를 거절하는 사태가 많다고 전해 들었다. 제주도는 메르스 청정 지역을 추구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더 값비싼 대가를 치르지 말고 각 보건소나 관련 병원에 새로운 지침을 줘서 적극적으로 검사를 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제주도에서는 이번 메르스 사태의 위기를 맞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성적을 따려면 남다른 노력이 필요하듯이 기본적인 조치만으로는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들을 해야 하고, 혹시 실수하거나 뭔가 놓치지는 않았는지 끊임없이 돌아봐야 한다.

 

단순히 의심자 격리와 관찰, 방역, 호텔 영업 정지와 같은 기본적인 조치 외에도 앞에 적은 내용들과 많은 조언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서 대처해 주기 바란다. 이번 141번 발 메르스 위기, 많은 도민들의 지혜와 힘을 모아 이겨내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고병수는?
= 제주제일고를 나와 무작정 서울로 상경, 돈벌이를 하다 다시 대학진학의 꿈을 키우고 연세대 의대에 입학했다. 의대를 나와 세브란스병원에서 가정의학 전공의 과정을 마쳤다. 세브란스병원 연구강사를 거쳐 서울 구로동에서 개원, 7년여 진료실을 꾸리며 홀로 사는 노인들을 찾아 다니며 도왔다. 2008년 고향 제주에 안착, 지금껏 탑동365의원 진료실을 지키고 있다. 열린의사회 일원으로 캄보디아와 필리핀, 스리랑카 등 오지를 찾아 의료봉사도 한다. 『온국민 주치의제도』란 책을 펴내는 등 보건의료 선진화 방안과 우리나라의 1차 의료 발전방안을 다룬 다수의 논문을 낸 보건정책 전문가다.

 

 

추천 반대
추천
0명
0%
반대
0명
0%

총 0명 참여


배너

관련기사

더보기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제이누리 데스크칼럼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댓글


제이누리 칼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