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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필의 세상훑기(37) ... 아베 총리가 품은 DNA

1858년 10월 18세의 이토 히로부미(1841~1909)는 조슈번(長州藩) 하급무사로 규슈의 나가사키에 간 일이 있었다. 스승 요시다 쇼인(1830~59 )이 지인에게 소개장을 써줬다.

“제 아래 있는 사람 중 가장 낮은 자입니다. 다른 이보다 재능이 떨어지며 학문도 미흡합니다. 성격은 좋지만 화려하진 못합니다.”

 

이토는 16세 때 요시다 쇼인의 사설학당 쇼카손주쿠(松下村塾)에 들어가 수학했다. 당시 스승으로부터 좋은 평가는 받지 못했다. 그렇지만 후일 일본이 제국주의 국가로 발전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요시다 쇼인은 쇼카손주쿠에서 조슈(야마구치현) 출신의 메이지유신 주역을 다수 배출했다. 막부 타도의 선봉 다카스기 신사쿠(1839~67), 유신 3걸로 불리는 기도 다카요시(1833~77), 군부 실력자 야마가타 아리토모(1838~1922)가 그의 제자다. 공교롭게도 모두 조슈번의 중심지 하기(萩)시에서 태어나 사무라이로 자랐다. 그곳엔 요시다 쇼인의 쇼카손주쿠가 있었다.

요시다 쇼인은 막부 말기의 급진 사상가이자 교육자다. 존왕양이(왕을 받들어 오랑캐를 물리침)를 위해 극단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 행동파다. 일생 21번 맹렬한 행위를 감행할 거라는 의미로  ‘21회 맹사(猛士)’를 호로 지었다.
 
1854년 미국 페리제독이 군함으로 일본을 압박해 조약을 체결하자 정박 중인 미 군함에 몰래 승선해 밀항하려다 투옥됐다. 그는 감옥에서 쓴 책에서 “무력 준비를 서둘러 군함과 포대를 갖추고…오키나와와 조선을 정벌해 북으로 만주를 점령하고, 남으로 타이완과 필리핀 루손 일대의 섬들을 노획해 진취적 기세를 드러내야 한다”고 야망을 펼쳤다. 원조 정한론(征韓論)이다.

그러나 결말은 나이 30세 참수였다. 왕 허락 없이 막부가 미일통상조약을 체결한 것에 격분해 막부 고관 암살을 꾸미던 게 알려져 사형에 처해졌다. 그는 일찍 죽었지만 이토·야마가타 등 그의 제자들은 조선 식민지화에 직간접 영향을 끼쳤다.

 

 

일본이 메이지유신의 태동지 쇼카손주쿠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려 한다. 메이지유신은 산업화 및 근대화의 길을 열어 일본을 20세기 전후 동북아의 강자로 만들었다. 또 제국주의 침략의 길도 열어 우리를 비롯해 중국·동남아시아 등 주변국에 씻지 못한 과오를 저지르게 했다. 그 모태가 된 곳이 50㎡의 작은 목조건물 쇼카손주쿠라고 말할 수 있다.

유네스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최근 일본이 제출한 쇼카손주쿠 등 근대시설 유적등재 신청에 대해 “부정적 역사까지 담으라”고 권고했다. 이 권고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건 왜일까.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야마구치 출신으로 하기시와 가까운 나가토에서 태어났다. 그는 수년 전부터 요시다 쇼인을 존경한다고 밝혀왔다. 그는 2013년 8월 요시다 쇼인의 신사에 참배하기도 했다.

그의 지역구는 야마구치현의 최대도시 시모노세키다. 이토 히로부미의 정치적 고향이기도 한 곳이다. 이토는 1895년 시모노세키 단골 요정에 청나라 리훙장을 불러 청일전쟁 승리에 따른 조약을 맺었다.

아베 총리에겐 조슈번의 피가 흐르고 있다. 그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도 야마구치 출신이다. 일제 말기 만주국 관리, 군수성 차관을 거쳐 전후 A급 전범 혐의를 받았으나 풀려나 총리까지 지냈다.

부국강병을 외치다 대외침략까지 주장한 요시다 쇼인 등이 그들에겐 자랑스러운 조상인지 모르겠지만, 주변국엔 혐오스런 존재임을 알아야 한다.

 

 

 

☞조한필은?

=충남 천안 출생. 고려대 사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한국고대사를 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 편집부·전국부·섹션미디어팀 기자를 지냈다. 현재는 충청타임스 부국장 겸 천안·아산 주재기자로 활동하면서 공주대 문화재보존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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