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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세평] 원희룡 스타일 정치읽기 ... 충만한 자신감 너머 보이는 우려

 

원희룡 지사가 최근 정면 돌파카드를 거듭 꺼내 들고 있다. 기회가 될 때마다 감귤정책  강경드라이브를 재확인하고 있다.

그 동안의 정책들이 전임 도정이 저질러온 황당(?)한 사안들에 대한 설겆이 성격이 강했다면 이제는 도민을 대상으로 좀더 과감한 승부수를 두는 느낌이다.

감귤구조 혁신정책을 통해 감귤산업을 고품질 구조로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포부다.

자신감의 표현이다.

그 동안 원 지사가 보여준 행보는 이전 도정에 반대했거나 의구심을 품었던 도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박수를 치거나 고개를 끄덕일 정책들이 대부분이었다.

공무원 내부의 청렴도를 높이고, 근무평가의 공정성을 꾀하고, 예산문제 등을 바로잡는 등 상식선에서 봐도 당연한 과정이다. 반론을 제기하는 게 이상할 정도이자 그 정도도 손을 안대면 오히려 욕을 먹을 만한 정책이다.

원 지사가 조금씩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월 말 토지, 공기, 물, 경관 등 공유 자연자원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 가이드라인을 정립한다고 나섰을 때 부터다.

정확히 일주일 뒤 농지기능 관리 강화방침을 발표했다.  ‘자경을 하는 사람만이 농지를 취득하고 소유할 수 있다'는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제시했다. 외지인들에게 수많은 농지가 넘어가고 편법으로 유지되어 온 농지관리를 바로 잡겠다는데 원칙적으로 나쁘다고 할 사람들은 없다.

그 다음으로 환경보전을 제주의 핵심 가치로 내걸며 중산간 지역의 개발사업에 제동을 걸겠다고 나섰다. 중산간도로 주변의 건축물에 대한 경관심의 의무화 등 경관 심의 대상을 확대는 경관조례도 들고 나왔다.

무분별한 개발을 우려하던 사람들의 입장이나 제주의 미래가치를 고려하면 잘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카지노 조례의 경우도 감독을 강화해 도 재정에 도움이 되는 세금을 확보하고 감독기구를 만들겠다는 내용으로 조례가 통과됐다. 카지노 업체들이 사실상 방치돼 왔던 상황에서 세부적인 방법의 문제를 논외로 하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거의 한 달여 만에 약속한 종합관리대책 중에서 경관과 토지에 대해 방침을 발표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바람과 물이다. 지금의 속도로 보면 6월 안에는 나올 것 같다.

혹시 계속된 몰아치기에 대한 반응을 살피는 숨고르기를 하지 않으려나 싶을 때 뜻밖의 카드를 다시 꺼냈다. 이번에는 제주감귤 혁신정책이다.

 

주마가편(走馬加鞭)이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저돌적이다.

 

이번 감귤정책은 채찍이다. 성격이 달라 보인다. 제주를 대표하는 작물이자 '대학나무'로 불리우며 제주를 견인해 오던 감귤산업의 현실을 총체적으로 비판하며 뒤엎겠다고 나섰으니 놀랄만하다.

그동안 도의 지원에 기대며 호시절을 누렸던 감귤농업인과 관련단체들의 입장에서 보면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농업인들이 즉각 반발에 나섰고 농업경영인들도 슬그머니 농민들의 입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농업인들의 반대나 반발이야 당연히 예견됐지만 원 지사는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방증하듯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반대는 예견됐다"며 "합의를 통해 돌파하겠다"고 말했다. 또 도정 주간정책회의에서 작심하고 입장 관철의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했다.

하루 만에 또 다시 담당국장으로 하여금 다시 한번 기자회견을 하게 하더니 반발의 조기진화는 물론 입장의 고수를 재확인시켰다.

 

최근 강연에서는 "잘못된 부분은 행정이 끊어야 한다. 중독된 약을 끊어야 한다"며 강경어조를 숨기지 않았다.

앞의 정책들이야 관련 도민들의 부분적인 이해관계가 존재하지만 광범위한 전선을 형성하는 성격들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은 가장 기초적인 감귤나무를 흔들기 시작했다. 약한 나무들은 뽑아버리겠다는 의지가 강력하다.

자신감의 충만함을 느낀다. 작심한 속도전이 느껴진다.

 

도민의 정서적 부분을 가장 예민하게 건드릴 수 있는 감귤정책을 건드릴 만큼 자신감이 붙었다.

그런데 왠지 그 자신감이 자칫 발등을 찍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든다.

 

 

정책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 정책을 수행할 특단의 방안도 어느 정도 준비됐을 것으로 예견된다. 문제는 사람이다. 아니 조직이다.

계속해서 터져 나올 혁신의 정책을 현실화시킬 말단의 실무 조직들이 준비가 돼 있는지 묻고 싶다. 공무원 조직의 밑바닥부터 그 정책을 구현할 준비를 마쳤는지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지난 인사를 통해 고위직 공무원들의 업무 중심주의를 호언한 상황을 잊지 않고있다. 그러나 그때부터 지금까지 말단 행정조직의 손발들이 잘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 오히려 불협화음을 내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들이 자주 들린다.

업무 집행의 현장에 있는 실무진들이 원 지사의 바쁜 속마음을 이해하거나 실행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검증하지 않았다.

나를 따르라고 돌격하면서 장교들과 산을 넘는데 정작 병사들이 귀찮아 한다면…

아직 갈 길이 바쁜 원 지사의 여정이 지사와 간부들의 말 잔치가 돼서는 결코 안된다.

달리는 말에 채찍을 휘둘러야 잘 달린다는 것은 알겠다. 그 전에 곪은 종기를 짜내고 발바닥의 가시는 미리 뽑고 갔으면 좋겠다.그래야 더 잘 달릴 것 아닌가. 달리기 전에 편자는 다시 손봐야 하지 않을까.

아직도 궁금하다. 왜 도민의 대다수로부터 비수가 되어 날라올 가능성이 높은 그 카드를 지금 꺼냈을까.

원 지사의 손발이 되어 움직일 군사들은 전투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 군사들은 진정 원 지사의 군대인가? [제이누리=이재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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