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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호의 제주풍향계(8) '희대의 사기극' 세계 7대 자연경관

제주도민으로써 정말 다시 듣고 싶지도,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용어가 있다. ‘세계 7대 자연경관’이 바로 그것이다. 그 용어를 듣거나 활자로 볼라치면 부끄러움으로 모골이 송연해지고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그러나 다행스럽게 한 동안 그 용어를 접할 수 없어 그로 인한 상흔(傷痕)이 다소나마 가시는 듯 했다.

 

그런데 요즘 또 다시 ‘세계 7대 자연경관’이란 용어가 눈을 어지럽히고 있다. 며칠 전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과정에서 부정투표 문제를 제기한 전 KT 노조위원장이 대법원에서 사측의 부당한 인사처리에 대한 취소 판결을 이끌어 냈다"는 요지의 언론보도를 접했다. 또 다시 부끄러움으로 모골이 송연해지고 있다.

 

왜 그토록(모골이 송연해질 정도로) 그 용어가 부끄러운 이유를 장황하게 늘어놓을 생각은 없다. 장황할 수록 그 용어를 많이 사용해야 하고 그로 인한 트라우마는 뇌리에 더욱 깊이 파고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주의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이 ‘희대의 사기극’이었다는 극명한 사실 몇 가지는 언급할 필요가 있다. 아직도 제주의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을 전(前) 도백(道伯)의 표현대로 ‘불멸의 타이틀’ ‘세계가 인정하는 가치’로 생각하는 제주도민이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이 희대의 사기극’이었음은 선정투표 주관처인 N7W의 실체를 조금이라도 파헤치면 금방 극명해진다.

 

 

2012년 KBS의 시사 고발프로그램인「추적60분」에서 ‘세계 7대 자연경관, 그 논란을 추적하다’란 제목으로 ‘희대의 사기극’을 집중 보도한 바 있다. 다음은 그 보도내용의 일부다.

 

"N7W재단에 대한 자료를 찾으려 해도 한국에서는 찾을 수 없고, 홈페이지에 전화번호와 주소도 없었다. 한국에서 재단의 실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 취재진은 재단본부가 있다는 스위스로 향했다. 스위스까지 가서 N7W와 인터뷰를 하려 했지만 실행하지 못했다. 주소지도 없고 전화번호도 없고, 취리히에 있는 지역 언론들도 N7W 재단은 들어보지 못했다 한다. 심지어 주(駐) 스위스 한국 대사관마저 N7W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으며, 공식문서에 기입되어 있는 주소는 어떤 박물관이었는데, 이마저 그 박물관은 폐쇄된 상태였고, 주변 사람들 중 N7W재단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을 만날 수 없었다.”

 

그러니까, N7W는 겨우 인터넷사이트만 운영하는 실존하지 않는 ‘허명’의 단체였던 것이다. 그 뿐이 아니다. 이 인터넷사이트가 했던 짓거리는 우리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그 사이트가 자랑스럽게 떠벌렸던 사업은 ‘지구촌에서 가장 화끈한 여성 7명 선발’ ‘지구촌에서 가장 멋진 남성 7명 선발’ ‘동남아시아에서 잘 생긴 남자 7명 선발’ 등등이었다.

 

이런 저급한 인터넷사이트를 운영하는 N7W재단을 두고 당시의 제주도정은 ‘UN의 파트너’ ‘UN 협력사무국’이라고 도민에게 외쳐댔다. 그러나 당시 일부 언론과 트위터들의 끈질긴 추적 끝에 UN으로부터 ‘N7W가 UN의 파트너도 아니고, UN 협력사무국도 아니다’라는 답신을 받아냈다.

 

이 쯤이면 다른 설명 없이도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이 희대의 사기극’이었음이 명명백백해진다. 그리고 이런 저급하고 조잡스러운 사기극에 제주도정이 도민혈세 300억을 퍼부은 사실, 당시 제주도가 투표실적을 매일 보고하도록 하여 가장 많은 중복투표를 한 공무원을 매달 뽑아서 ‘투표 왕’ 시상까지 해 댈 정도로 몇 개월 동안 행정력을 낭비한 사실,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이 외국의 신문에 단 한 줄도, 방송에 단 1초도 보도되지 않았음에도 ‘세계가 놀라고 있다’며 제주도정이 도민을 속였다는 사실 등도 명백하게 드러났다.

 

 

 

그 뿐이 아니다. 그런 사기극에 놀아난 결과물인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을 두고 당시 도백이 “제주도민이 제주역사에 전무후무한 위대한 업적을 만들어 냈다”고 기자회견을 함으로써 제주도민이 세계인의 조롱거리가 되고 말았다는 참담한 사실도 명명백백해졌다.

 

문제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당시 제주도정이 그 희대의 사기극을 사전에 혹은 진행과정에서 알고 있었느냐의 여부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이다. 모르고 사기극에 말렸다면 도정의 무능과 정보부재의 도정난맥상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며, 알고 있었다면 제주도정이 사기극의 공모자 혹은 협력자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으로 어이 없고 슬프게도 사기극이 시작되기 전에 제주도정이 이 사기집단(N7W)의 정체와 그들이 벌일 사기극을 예견하고 있었다는 정황이 이곳 저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최소한 사기극의 진행과정에서는 제주도정이 이 사기극의 실체를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이곳저곳에서 포착된다.

 

사전 혹은 진행과정에서 제주도정이 사기극임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여러 가지다. 하지만 대표적인 것은 수백억의 예산과 막대한 행정력이 동원되는 응모에 전화 몇 통화면 파악되는 선정투표 주관처에 대한 기초정보를 하나도 확보하지 못했다는 사실, 도의회와 언론의 줄기찬 계약서 공개요구를 애써 외면한 사실, 계약체결 전에 어느 인터넷신문이 N7W의 정체를 낱낱이 파헤쳐 보도했음에도 계약체결을 강행한 사실 등등이 바로 그것이다.

 

 

 

제주도민을 세계인의 조롱거리로 만들었고, 300억의 예산과 막대한 행정력을 탕진했으며, 초등학생 저금통장을 비롯한 도민성금 56억을 사기집단에 진상한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는 죄악이다. 나아가 백서를 만들어 또 한 번 도민을 우롱한 처사, 그 주역들 일부가 지난 지방선거에 도지사 후보로 나서려 했다는 사실은 뻔뻔스러움의 극치다.

 

석고대죄(席藁待罪)는 거적을 깔고 엎드려 벌 주기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희대의 사기극에 관여 혹은 공모 협력한 자들은 제주도민 앞에 거적을 깔고 엎드려야 한다. 그리고 제주도민이 내릴 벌을 기다려야 한다. 그래야 도민들의 가슴에 새겨진 부끄럽고 아픈 상흔을 조금이나마 지울 수 있다.

 

☞정경호는? = 도의원을 지냈고 정당의 대변인 노릇을 하면서도 ‘제주타임스’ 논설위원으로 활동했다. 더불어 제주의 여러 매체에 글을 썼다. 그래서인지 어느 전직 대학총장은 그를 두고 ‘정치인인지 문필가인지 헷갈린다’고 했다. 그는 4․3 연구가다. 1990년대 초 ‘월간제주’에 1년 동안 4․3을 주제로 한 칼럼을 썼으며, 4․3특별법의 제안자이자 기초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6년 동안 대변인을 지내면서 제주정가에 대변인 문화를 착근(着根)시킨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6.4선거에선 신구범 캠프의 대변인을 맡아 정가논평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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