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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필의 세상훑기(36) ... 소모적인 한일고대사 논쟁

 

지난주 한국 언론은 일본 문화청 홈페이지의 ‘임나(任那)시대’문구로 떠들썩했다. 일본 교과서가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적어, 한국 언론을 분노케 한 후 그 연장선상에서 터져 나왔다.

 

 도쿄국립박물관 한국 유물의 시대명(名) 표기에 발끈, 우리 스스로 임나일본부설(說)까지 거론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급기야 이완구 국무총리도 나서 “일본의 고대사 왜곡”을 들먹였다.

 

 곧바로 ‘한일고대사 전쟁’이라도 벌일 조짐처럼 보인다. 쉽게 달아오르는 언론 탓으로 돌려버리기엔 사안이 중대해 한마디 하고자 한다.

 

 1960~80년 사이 많은 한일 역사학자들이 일본서기에 나오는 임나일본부에 대해 각기 다른 주장을 내놨다. 일본에 있었던 기관설, 가야 거주 왜인의 자치기관설, 가야지역의 백제 군사령부설, 가야에 파견된 외교사절설 등 다양하다. 아직 대다수 학자를 납득시키는 학설은 없다. 확실한 고고학적·문헌적 증거가 나오지 않는 상황으로 소모적 논쟁은 중지된 상태다.

 

 그런데 일본으로 넘어간 창녕 출토품에서 사단이 벌어졌다. 한국 언론들은 ‘임나시대’표기를 일본이 4~5세기 한반도 가야지역을 점령 통치했다는 임나일본부설의 주장으로 간주하고 있다.

 

 가야사 전공자인 인제대 이영식 교수는 2009년 펴낸 ‘이야기로 떠나는 가야 역사 여행’에서 “임나는 가야 여러 나라들이 경남 김해와 경북 고령을 높여 님(主)의 나라로 부르던 것에서 비롯된 가야의 대명사”라고 말했다.

 

 임나는 가락, 가라처럼 가야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얘기다. 임나라는 용어는 ‘일본서기’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광개토왕비, 삼국사기 강수전(傳), 창원 진경대사탑비에도 나오고 있다.

 

 

 가야는 여러 나라였다. 현재의 김해, 고령, 함안, 합천, 고성, 창녕 등에 6~10개국이 있었다. 고구려·백제·신라를 칭하는 삼국시대명은 562년까지 존재했던 가야를 무시한 시대명이다. 이 때문에 삼국시대의 가야지역 유물을 말할 때 ‘가야시대’ 유물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일본에선 가야를 임나라고 부르기 때문에 ‘임나시대’로 표기한 것일 수 있다. 반드시 임나일본부를 염두에 둔 단어가 아니라는 얘기다.

 

 일본의 일부 사학계 및 교과서가 한일관계사를 편향적으로 보고 있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한국 언론이 일본 사학계의 이런 일부 동향을 침소봉대해 보도할 필요는 없다.

 

 지난 9일 한 중앙언론은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위안부의 강제연행을 부정하도록 유도한 근대사 왜곡에 그치지 않고 4세기 중엽 왜(倭), 즉 고대 일본이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이른바 임나본부설을 강화하면서 고대사 왜곡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라고 규정했다.

 

 총리까지 거들고 나섰다. 이 총리는 “한일고대사 관계를 명쾌히 해야겠다”며 “교육부에 이 부분에 대한 연구활동을 강화해달라, 사실 규명에 대한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곧바로 역사전쟁이라도 벌일 판이다.

 

 한일고대사의 무대는 민족과 영토가 지금처럼 명확하지 않던 때다. 두 지역의 주민들이 정치적 상황, 전쟁 등으로 서로 옮겨 다녔고, 그들에 의해 문화가 뒤섞이던 때였다.

 

 제발 소모적인 한일고대사 논쟁을 다시 일으켜 국민감정 들쑤시는 일은 하지 말자. 작금의 한일 간 정치상황을 볼 때 차분하고 객관적인 한일 고대관계사 논의는 애당초 틀렸다.

 

☞조한필은?

 

=충남 천안 출생. 고려대 사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한국고대사를 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 편집부·전국부·섹션미디어팀 기자를 지냈다. 현재는 충청타임스 부국장 겸 천안·아산 주재기자로 활동하면서 공주대 문화재보존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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