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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의 아!이어도(5) ... 사라져가는 제주민의 이상향

제주만의 독특하고 고유한 문화가 점점 본래의 색을 잃어가고 있는 것을 날마다 목격한다. 

 

해녀문화와 함께 제주 특유의 문화중의 하나인 이어도문화가 제주도민들의 기억 속에서 상실되어가고 있다. 오죽하면 제주의 노인들에게 물어봤더니 이어도에 대하여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면서 이어도문화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겠는가!

 

제주 노인들의 ‘기억창고’에서 이어도라는 담론이 보편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고 제주 무가(巫歌)는 물론 제주 속담사전에서도 이어도에 대한 내용이 없어 이어도가 20세기에 만들어진 산물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어도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킬 동력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과거에는 맷돌이 중요한 생활도구였다. 사람들이 곡식을 맷돌에 넣고 돌리면서 맷돌노래를 불렀다. 이 맷돌 노래 중에 이어도 노래가 있다. ‘이어도문화를 찾아서’라는 제목의 유튜브 동영상에서 진성기 제주민속박물관장이 맷돌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오늘 날에는 이처럼 동영상에서나 맷돌 노래를 감상할 수 있지만 과거에는 일상생활 속에서 들었던 노래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이어도와 친숙하였고 이어도는 생활양식의 일부였다. 이어도문학회 양금희 회장이 제작한 ‘이어도 문화를 찾아서’라는 동영상에서 노구(老軀)의 진성기 관장은 힘이 부치는 목소리로 맷돌노래를 부른다.

 

‘이어도 하라 이어도 하라/ 이어 이어 이어도 하라/ 이엇말 하민 나 눈물난다/ 이엇말은 말앙 가라/ 강남을 가건 해남을 보라/ 이어도가 반이엔 해라’

 

이어도 문화가 사라지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는 제주도민들이 많고 이 문화를 지키고 보존하려는 시민사회의 활동이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방정치권에서도 이러한 시민사회의 움직임에 동조,  ‘이어도의 날’ 제정을 도모하였다.

 

 

2007년 11월 제주특별자치도 도의회 강창식·임문범 의원 외 10인의 의원이 ‘제주특별자치도 이어도의 날 조례안’을 발의하였다. 초기에 강창식 의원과 임문범 의원이 개별적으로 이 조례안의 초안을 만들었는데 강창식 의원은 ‘이어도의 날’을 제정하고 기념행사를 통한 도민화합에 중점을 둔 반면에 임문범 의원은 해양갈등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어도해역이 제주의 해역이라는 선언적 의미에 중점을 두었다. 강창식 의원과 임문범 의원이 조정과 협의를 거쳐 작성된 ‘제주특별자치도 이어도의 날 조례안’은 2007년 12월 6일 접수되었고 제245회 임시회에서 처리하기 위하여 농수축·지식산업위원회에 회부하였다.

 

그러나 이어도는 수중 암초로서 유엔 해양법상 도서로서의 법적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해양관리업무부서 소관이 아니라는 점과 이어도의 날 제정 취지를 도민화합 시책차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는 사유로 회송돼 소관 상임위원회를 정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 조례안은 2008년 3월 17일 농수축·지식산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3월 18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었으나 외교부의 부정적인 입장이 전달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도의회 농수축·지식산업위원회에서 2008년 6월 24일 가결하였으나 2008년 6월 30일 열린 제주특별자치도 도의회 임시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았다.

 

‘이어도의 날’ 조례제정은 다시 2012년에 추진되었다. 박규헌 의원과 강경찬 교육의원은 ‘이어도의 날’을 1951년 해군이 이어도를 발견하고 대한민국령이라는 동판을 수중에 설치한 9월 10일로 지정하고 이어도 문화행사주간 등을 운영하는 내용의 ‘제주도 이어도의 날 지정·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하였다. 2012년 12월 14일 제301회 정례회 4차 본회의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였으나 박희수 의장이 '의장 직권'으로 상정 보류를 선언했다.

 

 

제주도의회 농수축지식산업위원회는 2013년 12월 12일 제312회 제2차 정례회를 열고 강경찬·박규헌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제주도 이어도의 날 지정 운영에 관한 조례안 번안 동의안’을 가결했다. 2013년 12월 13일 오전 장흔(張欣) 주제주 중국총영사가 도의회를 찾아 박희수 의장과 면담하며 한중 관계의 악화 등을 우려하며 조례 제정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였다. 제주도의회는 2013년 12월 13일 제312회 정례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제주특별자치도 이어도의 날 지정·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상정했으나 심의를 보류하기로 의결했고 이 조례안은 제9대 의회 임기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

 

지금까지 ‘이어도의 날’ 조례제정 추진과정을 검토하면 외교적 쟁점이 될 소지가 많다는 점이 부각되어 조례제정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어도의 날’ 조례제정이 해양영토를 지키기 위한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역할은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도의 날’ 조례제정은 제주도민들에게 면면히 이어져 오는 이어도 문화를 계승하는데 중점을 두는 것이 나을 것이다. 진성기 관장은 “이어도는 맷돌노래와 함께 광범위하게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맷돌노래가 사장되다시피 하면서 이어도에 대한 제주도민들의 인식도 많이 감소하였다” 면서 "채록 당시에 모두가 이어도가 이상향이라는 것을 명확히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고 일부는 이어도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도의 날’ 조례가 제정되어 이어도와 관련한 각종 문화행사를 개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제주도민들에게 중요한 문화적 자원중의 하나인 이어도 문화가 활짝 꽃피게 될 것이다. 해양갈등의 주체로서의 이어도가 아니라 문화적 이어도라는 측면에서 ‘이어도의 날’ 제정을 추진한다면 조례제정이 훨씬 수월할 것이다.

 

제주시민사회와 지방의회, 지방정부가 이제 의견을 조율할 시점이다.  

 

강병철은?

 

= 제주대에서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의체 구상과 실현 방안에 관한 연구 - ‘헬싱키 프로세스’의 함의와 ‘제주 프로세스’에의 적용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2년 『동북아 다자안보협의체를 위한 새로운 도전』을 발간하였고 “이어도 쟁점 및 해양주권 강화 방안 : 다층적 차원에서의 해법 모색”외에 다수의 논문이 있다. 소설가이기도 한 그는 국제펜투옥작가위원회 위원으로서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의 대표적인 위구르족 작가 중의 한명인 누르무헴메트 야신(Nurmuhemmet Yasin)의 ‘야생 비둘기(WILD PIGEON)’를 번역해 우리나라에 소개하는 등 투옥작가들의 작품도 소개해왔다. 제33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이자 국제펜 투옥작가회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2013년 제34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으로 재선임 돼 국제펜 투옥작가회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제주대 정치외교학과 강사와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교수, 이어도연구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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