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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수의 원도심 살리기(4) 포세이돈에 비견되는 입춘굿과 영등굿

제주에는 새해가 세 번 있다.

 

올해는 1월 1일 신정, 2월 4일 입춘, 2월 19일 설날이다. 일년을 15일 단위로 나누어 표시한 24절기의 첫날인 입춘을 제주사람들은 새해가 아니라 새철 드는 날이라 부른다. 봄 춘(春)이라고 쓰나 이 날의 날씨는 대개 춥다. 칼바람에 폭설까지 동반해 일년 중 가장 추운 날도 있다. 입춘이 중국의 화북 지방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지금의 입춘은 입춘대길(立春大吉)이나 건양다경(建陽多慶) 같은 축원의 글을 써 대문에 붙이는 정도로 가볍게 지난다.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합니다'라는 인삿말이다. 입춘의 기원문(입춘첩)은 꼭 입춘대길 뿐만 아니라 각자 맘에 드는 구절을 써 내걸면 된다.

 

그러나 제주사람들에게 입춘맞이는 아직도 각별하다. 입춘 사흘전 까지 약 일주일 동안 섬 전체가 들썩인다. 열에 한두 집이 이사를 하는, 세계 어디를 가도 보기 힘든 진풍경이 펼쳐지는 것이다. 이사 뿐만 아니라 헌 데 고치고 묵은 것은 버린다. 또 새 것을 만들거나 들이는 이 시기를 신구간(新舊間)이라 하는데 묵은 해와 새해의 교체기라는 뜻이다. 올해 신구간은 1월 25일부터 2월 1일까지다.

 

이렇게 새단장을 해놓고 입춘 날이 되면 민관이 다 관덕정 광장에 모여 한바탕 축제를 벌이는데 이를 입춘굿이라 한다. 지금은 탐라입춘굿놀이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이 행사는 전 도민을 위한 풍농제이자 대동제다. 신화에 등장하는 대지의 여신 자청비와 곡식과 재산을 지켜주는 칠성이 이 날의 메인 캐릭터가 된다.

 

신구간과 입춘굿은 세계에서 제주에만 있는 문화다. 그래서인지 탐라문화의 사정에 어두운 일부 이방인들은 이를 미신으로 몰아부치기도 하고, 굿(good)이라는 소리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기도 했다. 지금도 간혹 이런 사람이 있는데 무식해서 용감한 경우이니 공부를 좀 해야 한다. 하필 칼바람 몰아칠 때 농부들의 축제인 입춘굿이 끝나면 어부들의 축제인 영등굿이 벌어진다. 너무 추워 밭농사와 바다농사를 쉴 수밖에 없는 시기에 축제를 벌였다. 지금도 제주에서 겨울에 결혼식과 이사를 많이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농한기이기 때문이다. 이 때가 지나면 워낙 척박한 땅을 일구러 밤낮으로 나가야 했다.

 

유럽인들에게 대표적인 바다의 신(sea god)인 포세이돈, 그 제주 버전이 영등이다. 남성 뿐만 아니라 여성으로 나타나기도 하는 영등은 뱃사람과 해녀들의 수호신이다. 포세이돈 같이 급하거나 까다롭지 않고 뱃사람들을 지켜주다 죽은 신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바다 사람들이 이 영등에게 감사드리며 보름동안 놀고 먹고 즐기는 축제를 영등굿이라 한다. 음력 2월1일 영등을 환영하고 2월 14일 전송한다. 바다농사의 농한기에 사람들은 풍어를 기원하며 이렇게 휴가를 보냈던 것이다.

 

 

영등굿 가운데 원도심 건입동에서 열리는 칠머리당굿은 1971년 중요무형문화재, 2009년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제주의 귀한 자산이다.

 

그런데 도청 홈페이지를 보다가 몇가지 의문이 들었다. 올해 제주에서 열릴 34개의 축제 가운데 영등굿이 빠진 것은 축제가 아니라 '굿'이라서 그런가? 탐라입춘굿놀이는 '놀이'가 들어가서 축제에 포함시킨 걸까? 참굴비축제, 자리돔축제, 방어축제, 소라축제, 해녀축제, 원담축제, 테우축제 등 어부나 해녀 관련된 축제가 많은데, 이 모든 것을 다 아우르는 종합 페스티발이 영등굿 아닌가? 제주의 화가와 조각가들은 포세이돈이 부럽지 않은가? 영등을 형상화하면 우상숭배라고 하나님에게 벌이라도 받나?

 

탐라의 전통에 입각한 두 축제, 입춘굿과 영등굿은 제주를 대표하는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고 마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 엄청난 콘텐츠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 입춘굿(2월 3-5일)과 영등굿(3월 1일, 14일)은 어떻게 치러질지 기대가 크다. 이 두 행사를 준비하는 분들을 위한 입춘첩을 써본다면 '아이들을 사로잡길!'이다.

(부기 : 유네스코는 영등축제를 Jeju Chilmeoridang Yeongdeunggut이라 표기하고 있으나 이 이름으로 세계 사람들의 인지도를 끌어내기는 쉽지 않다. Jeju Sea God Yeongdeung Festival이라고 하면 종교적인 이유로 거부반응을 불러올지 모르니까 Jeju Yeongdeung Sea Festival 정도면 어떨까?)

 

☞강민수는?
=어느 대기업 회장실과 특급호텔 홍보실장을 거쳐 어느 영어교재 전문출판사의 초대 편집장과 총괄임원으로 3백여 권의 교재를 만들어 1억불 수출탑을 받는데 기여했다. 어린이를 위한 영어 스토리 Rainbow Readers 42편을 썼고, 제주도와 중앙일보가 공동 주관한 제주문화 콘텐츠 전국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대안 중심의 환경운동가로 제주 최초의 마을 만들기 사례인 예래생태마을의 입안자이며 펭귄수영대회 등의 이벤트 개발자이기도 하다. 현재 제주의 한 고등학교 초빙으로 영어를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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