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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필의 세상훑기(33) ... 숭레문과 처지 다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우리나라 국보(國寶) 및 보물 등의 일련번호가 폐지될 전망이다. 문화재청은 국보를 ‘문화재 중 인류문화의 견지에서 그 가치가 크고 유례가 드문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총 317개의 국보가 있다. 1호가 숭례문이다.

 

 국보 번호 폐지 논의는 국보 1호에 숭례문이 적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에서 비롯됐다. 일제는 1934년 8월 우리나라 보물(국보) 153건을 지정할 때 숭례문을 1호로 했다. 당시부터 임진왜란 때 왜군이 서울 입성에 사용한 문을 기념하기 위한 속셈이 라는 얘기가 돌았다.

 

 이 때문에 1996년 이후 역사바로세우기 차원에서 국보 1호 교체가 논의됐지만 “혼란을 부른다”는 문화재위원회 반대로 무산됐다. 2008년 숭례문이 불타자 다시 1호 교체 주장이 대두했다. 지난해 숭례문 부실 복구 사태까지 겹치면서 번호 교체나 폐지 등 개선 작업은 미룰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제가 자신들의 승리를 기념해 1호로 정했다”는 것이 확실하다면 우리나라에선 이에 맞서 ‘1호 숭례문’을 지킬 논리도 명분도 없다. 일부에선 1호 교체 주장에 “지정번호에 불과한 데 훈민정음이나 팔만대장경 등으로 바꾸려 하는 것은 모든 것을 서열하려는 1등주의의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문화재청도 국민이 국보 번호가 빨라야 더 소중하다고 인식하는 경향을 더이상 외면할 수 없어 지정 번호 ‘개선’ 작업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국민 중 국보 1호, 보물 1호(흥인지문·동대문)만 알지 국보 2호, 보물 2호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2호는 원각사지 십층석탑, 3호는 북한산 신라 진흥왕순수비이고 보물 2호는 옛 보신각 동종, 3호는 서울 원각사지 대원각사비다.

 하여튼 국가지정 문화재 번호는 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문화재청 측은 국보 지정은 법 개정 사항이 아니어서 ‘국보 숭례문’‘국보 훈민정음 해례본’등으로 전체 목록을 나열해 고시하면 효력이 발생해 절차가 간단한 편이라고 밝혔다.

 

 이런 얘기를 듣자마자 번호 떼기가 간단치 않은 국보가 떠올랐다. 11자 이름을 가진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金銅彌勒菩薩半跏思惟像)’. 우리 문화재 이름이 결코 쉽지 않다는 걸 대변하는 유물이다. 금동은 재질, 미륵보살은 주인공, 반가는 자세, 사유는 형상을 말한다. 풀어보면 ‘다리를 꼬고 뭔가 생각하는 금동으로 만든 미륵보살상’이다.

 

 그런데 이 이름을 가진 국보는 한 개가 아니라 세 개다. 78·83·118호. 일련번호를 떼면 이름만으론 구별이 안 되는 국보다. 재질이 같고 모양이 비슷하니 현재 이름을 바꾸긴 힘들 테고 앞에다 차별화할 수 있는 이름을 더 붙여야 한다. 그러면 국보 이름은 이제 13자 이상이 된다.

 

 이름 추가도 간단치 않다. 삼성리움박물관 소장의 118호 유물만이 출토지(평양), 시대(고구려)가 명확하다. 국립중앙박물관 두 소장품은 그렇지 않다. 78번은 출토지를 전혀 모르고 83번은 경주로 전해질 뿐이다. 다른 차이점을 찾아 유물을 구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다른 문화재도 번호를 뗐을 때 지금까진 없었던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다. 번호가 있을 땐 헷갈리지 않았지만, 번호가 사라지면 문화재를 지칭할 때 재삼 확인해야 할 것이다.

 

 작업이 간단치 않으니 문화재청은 번호 개선 작업을 돈 들여 외부 기관 용역에 맡길 계획이다. 이나 저나 관리·보존에 참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게 문화재다.

 

☞조한필은?

 

=충남 천안 출생. 고려대 사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한국고대사를 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 편집부·전국부·섹션미디어팀 기자를 지냈다. 현재는 충청타임스 부국장 겸 천안·아산 주재기자로 활동하면서 공주대 문화재보존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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