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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필의 세상훑기(31) ... 난징대학살 77주년 중국을 보며

중국이 올해 난징대학살 77주년, 청일전쟁 패배 12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기념식’을 열고 항일 목소리 톤을 높이고 있다.

 

“난징대학살은 제2차 세계대전의 3대 참사 가운데 하나이자 반인류적 범죄로 인류 역사의 암흑 사건이다. (일본이) 역사 범죄를 부인하는 것은 다시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13일 올해 처음 지정된 난징대학살 희생자 국가추모일 추모사에서 일본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토해냈다.

 

난징대학살은 1937년 12월 13일부터 이듬해 1월까지 난징과 그 주변에서 일본군들이 중국인 포로 및 일반 시민을 학살한 사건이다. 난징대학살기념관은 이때 ‘조난자’가 30만명이라고 입구에 크게 적었다.

 

학살된 양민의 유골이 발견된 구덩이 ‘만인갱(坑)’에 기념관을 건립했기 때문에 전시관 자리는 움푹 파여 있다. 기념관에는 학살 사진 3500여 점과 관련유물 3300여 점, 현장 모형도, 희생자 명단, 유골 등이 전시돼 있다

 

 

중국이 이렇게 대대적으로 ‘기념’하는 뜻은 과거를 잊지 말고 미래의 스승으로 삼자(前事不忘 後事之師)는 것이다. 나아가 국치를 잊지 말고 중화의 꿈을 실현하자(勿忘國恥 圓夢中華)는 뜻도 담겨 있다.

 

청일전쟁의 쓰라린 패전 현장인 웨이하이시도 갑오전쟁박물관을 짓고 나라 위해 목숨 바친 이를 잊지 말고, 해양 강국을 건설하자 (勿忘國傷 海洋强國) 고 외치고 있다. 이같이 중국은 옛 치욕의 역사를 발판으로 더이상 되풀이하지 말자고 다짐하고 있다.

 

우리는 어떠한가. 치욕을 잊으려고만 하는 습성이 있는 건 아닐까.

 

1637년 1월 엄동설한에 인조는 세자와 신하들을 이끌고 남한산성을 나와 삼전도로 향한다. 세 번 무릎 꿇고 머리를 아홉 번 조아리며 청 태종에게 용서를 빌었다.

 

그리고 청의 요구로 커다란 전승비를 세워줬다. 치욕스럽기 짝이 없는 비석이다. 2007년 한 ‘애국자’가 서울 삼전동의 한적한 주택가 놀이터에 있던 이 비석에 ‘철거’라는 커다란 두 글자를 붉은색 페인트로 썼다. 이 전승비는 현재 잠실 롯데월드 옆으로 옮겨져 있다.

 

이 비석은 청일전쟁 후 청의 세력이 약해지자 1895년 한강 속으로 쓰러뜨려졌다. 일제는 1913년 굳이 이를 찾아내 다시 세웠다. 해방 후인 1956년 우리는 치욕을 감추려 땅 속에 묻었다. 그런데 63년 한강 대홍수 때 모습을 드러내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다시 세웠다.

 

1995년 김영삼 정부는 민족정기 회복이란 거대한 구호 아래 조선총독부 건물을 해체했다. 뜯긴 건축 부재들은 독립기념관에 옮겨져, 한쪽에 치워진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독립기념관 건립비와 같은 운명이 됐다.

 

 

청일전쟁 초기 청나라와 일본의 최초 지상전이 벌어진 천안시 성환. 일제는 이곳에 세 개의 기념비를 세웠다. 성환 성신초교 자리에 안성천을 건너 성환으로 진격하다 전사한 마츠자키 대위, 그 옆에서 총에 맞고도 나팔을 놓지 않았던 한 병사의 기념비가 각각 있었다. 또 격전지 안궁리에도 일본군전사자 충혼비가 세워졌다.

 

이 세 비석은 해방 직후 주민들에 의해 산산이 파괴돼 현재 흔적도 찾을 수 없다. 이런 일제강점기 흔적 지우기는 천안주민들만이 한 일은 아니었다. 전국 곳곳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과거는 용서하되 잊어선 안 된다. 전(全) 전 대통령의 독립기념관 건립기념비를 보면서 얼룩진 최근 역사를 되새기고, 일제 전승비에서 참담한 우리 근대사를 뒤돌아봐야 한다.

 

조한필은?=충남 천안 출생. 고려대 사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한국고대사를 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 편집부·전국부·섹션미디어팀 기자를 지냈다. 현재는 충청타임스 부국장 겸 천안·아산 주재기자로 활동하면서 공주대 문화재보존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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