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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호의 '제주를 말한다'(27)...제주경제와 사회의 내일을 위한 설계(16)

민선 6기 제주도정 출범에 맞춰 고운호 전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이 “제주 경제와 사회의 내일을 위한 설계”를 화두로 던집니다. 제주 혁신을 위한 전략을 제시합니다. 기고는 “제주 혁신하여 재창조의 길을 가자”를 시작으로 “제주 혁신하려면 지사부터 변해야” “관료 개혁” “제주 경제의 선진화 전략“ 등의 주제로 제주가 가야 할 길을 담론의 소재로 삼습니다. / 편집자 주

 

언론의 보도는 ‘기대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자기실현성(self-fulfilling prophecy)을 지니고 있어 언론매체가 어떻게 보도하느냐에 따라 제주사회 통합의 상황도 달라질 수 있다. 제주 언론이 어려운 언론 환경 속에서도, 도민의 슬픔과 고통을 공유하며 어떤 폭압적 권력 앞에서도 불의에 불굴하고 권력의 남용을 외면하지 않는 정론직필을 지키는 강직한 기개를 보여줄 때, 제주 사회는 도민 통합 속에서 미래의 희망을 맞게 될 것이다.

 

혁신에서 제주 사회 균열을 아물게 할 처방 찾아내자

 

사회 양극화에 더하여 "다 같이 못 사는" 포괄적 하향화(race to the bottom)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제주 사회는 서민생활의 궁핍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질시와 갈등의 증폭으로 사회 통합에 많은 진통이 수반되고 있다. 여기에 정치권 분열, 약한 도세, 쪼개진 사회, 비전의 소멸, 이것의 결말은 결국 제주 사회의 분렬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최근 제주 시장 임명과정에서 보여준 새 도정의 판단력과 대처 능력은 많은 우려를 자아낸다.

 

제주 사회가 가야 할 길은 분명하게 보이는데 우리 내부의 견해 차이, 이해 다툼 등 높은 갈등이 사회 통합의 길을 막아서고 있다. 명백한 문제에서조차 합리적 해결보단 치고받는 대결로 지새우고 있다. 이러한 높은 갈등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사회 갈등이 대부분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하면서 분쟁이 장기화하는 악순환 구조로 고착화되고 있는 점이다.

 

 

사회적 갈등에 정치적 쟁점이 결합되면 갈등은 증폭되는 양상을 띤다. 안타깝게도 제주는 사회적 갈등을 통합하고 조율해야 할 정치권이 갈등의 진원지 구실을 하고 있다. 제주 정치권은 대오각성해 정치를 바로 세워 갈등 유발자가 아닌 갈등 해결자로 새롭게 자리매김하여야 한다. 사회의 갈등과 분열은 결국 정치의 실패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제 갈등의 관리와 해결은 제주의 존립이 걸린 현재진행형의 과제다. 제주가 가야 하는 길과 도민의 인식 사이에 생긴 간극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갈등이 고조되면 대화와 타협은 잘 통하지 않고 극한투쟁이 빈번해지며, 외부로부터 위기가 닥쳤을 때 제주가 하나가 돼 대응하는 것도 불가능하게 된다. 또한 갈등은 사회ㆍ경제적 비용이 만만치 않아 가뜩이나 어려운 제주 경제의 발목을 잡고 성장동력을 떨어뜨린다.

 

인간은 잊고 싶은 기억을 한시바삐 망각의 울타리 너머로 밀어내려 한다. 그래서 분발과 각성을 위해 덮고 싶은 과거를 깨워 정면으로 바라보려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망각에 무릎을 꿇어 과거를 놓아버린 사회에는 미래가 없다. 우리가 갈등을 넘어서기 위해선 제주사회의 모순과 한계를 철저히 비판해야만 하는 이유다. 아우슈비츠 박물관 정문에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국민은 그 과거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철학자 산타야나의 명언이 새겨져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의 초라한 자화상을 냉철히 인정하고 반성하며 사회 전반의 변화와 혁신을 통해 사회 균열을 아물게 할 처방을 찾아내자. 우리가 막힌 골목에 와 있음을 인정하는데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제주발전의 걸림돌들을 제거하기 위한 과감하고 대담한 개혁적인 정책수립과 공감대의 형성만이 위기의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렇지 못하면 앞으로 제주 사회의 갈등과 대립 구조는 더욱 공고해지고 제주 특별자치도의 신천지로의 여정은 더욱 힘들고 긴 터널이 될 것이다.

 

과거 타성을 답습하고 현실에 안주하며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제주사회는 지구촌의 험악한 생존경쟁에서 밀려나 도태될 수도 있다. 침몰하는 제주의 유산은 당대의 것이 아니다. 우리 자녀들과 미래 세대가 감당해야 할 고난의 짐이다. 망국을 부르는 갈등과 대립하기 전에 자녀들의 얼굴을 마주 보자.

 

 

더 잘 사는 제주도를 만들려면, 우리들이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제주는 최근 수년간 여러 정치적 사건을 겪으면서, 우리 제주 도민의 마음이 서로 갈려 있고, 오히려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이에 따라 성장엔진의 동력이 약해졌고, 사회적 목표를 잃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사실 제주도가 ‘특별자치지역’이라는 지위를 획득했지만, 이것이 제주도의 경제력 향상과 도민들의 생활수준 향상에 도움이 된 것은 거의 없다. 경제논리로 풀어야 할 과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함으로써 타이밍을 놓치고 정치적 비용을 키워 선택 불능 상황으로 내몰리는 경우도 있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지 우리가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원 지사가 진정 제주의 지도자라고 자처하려면 지금의 집단 갈등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적대적 증오를 삭혀 도민 통합을 이뤄내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위중한 시대적 과업임을 깨달아야 한다. 원 지사는 거시적인 안목과 화합을 바탕으로 한 소통으로 지속적인 성장 비전을 제시하는 도민사랑의 정신을 보여줘야 한다. 지사가 진정한 소통으로 도민들의 마음과 역량과 지혜를 하나로 모아야만 지금의 격류를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윈 지사에게는 한 해의 끝에 다다라 불편한 베개를 베고 잠들지 못하며 뒤척이는 도민의 멍든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리는 지혜와 혜안이 필요하다. 이것이 제주 사회 갈등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그래야만 제주가 변방의 시대는 끝나고 대한민국 중심에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우리와 우리 후손이 살게 될 제주를 위하여 그래야 한다.

 

여기서 원 지사는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하면 안된다.

 

바로 지금, 과감한 선택과 혁신을 놓치면 그 결과는 너무나도 자명하다. 도민 통합이 찻잔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냐, 진정한 변화의 서막을 열 것이냐는 원 지사의 결심과 행동에 달려 있다. 이번만은 제대로 실사구시해서, 제대로 바꿔야 한다. 성찰, 반성의 수준에 미래세대와 제주의 명운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온 도민이 다시 한번 공동의 가치를 발견하고 이것을 향해 나아가는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 제주발전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과 더불어 제주사회의 균열을 아물게 할 처방을 찾아내야 한다. 미국의 정치사상가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신뢰'의 가치를 특별히 중시해서 "한 국가의 경쟁력은 한 사회가 고유하게 지니고 있는 신뢰의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고 했다. 결국 신뢰의 토대가 되는 사회 통합이 국가경쟁력 확보의 첩경인 셈이다. <제주의 내일을 위한 설계. 끝>

 

☞고운호는?

=1979년 한국은행에 발을 들여 놓은 뒤 제주출신으론 처음으로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이 됐다. 2005년 3월부터 2008년 2월까지 3년간 재임하는 등 한국은행에서만 31년간 재직, 외길 금융인의 길을 걸어왔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으로 재직중엔 지역경제의 콘트롤타워를 목표로 제주경제포럼을 출범, 제주도지사와 함께 공동대표 역을 맡아 제주의 경제와 미래방향 논의의 불을 지핀 인물이다. 제주본부장 재직시절엔 제주본부가 한국은행 지역본부중 최우수본부로 지정됐다. [제주경제의 선진화를 위한 외침] 등 다수의 저서와 연구논문,자료를 냈다. 한국은행에서 퇴직한 최근에도 활발한 저술과 기고활동을 펼치며 제주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영훈 전 도의원이 원장을 맡고 있는 제주미래비전연구원의 이사장도 맡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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