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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호의 '제주를 말한다'(25) ... 제주경제와 사회의 내일을 위한 설계(14)

민선 6기 제주도정 출범에 맞춰 고운호 전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이 “제주 경제와 사회의 내일을 위한 설계”를 화두로 던집니다. 제주 혁신을 위한 전략을 제시합니다. 기고는 “제주 혁신하여 재창조의 길을 가자”를 시작으로 “제주 혁신하려면 지사부터 변해야” “관료 개혁” “제주 경제의 선진화 전략“ 등의 주제로 제주가 가야 할 길을 담론의 소재로 삼습니다. / 편집자 주

 

 

제주 사회는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더불어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맞고 있다. 제도적인 토양은 마련되었으나, 제주도 스스로 성장활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라는 새로운 실험은 도내 지역간·세대간·업종간 갈등을 대승적 차원에서 극복하고 지역사회 발전에 전 도민이 매진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다.

 

이러한 점에서 원 도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정책 추진에 있어 새로운 시대 변화에 맞는 리더십을 발휘하여 지역민의 노력을 결집할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을 하여야 한다. 새로운 사고로의 전환을 통해 제주의 경쟁력을 제고시켜 도민 삶의 질을 높여 나갈 때 지역내 고질적인 갈등 해소와 도민 통합의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다.

 

 

요즘 국가 개조론이 힘을 얻고 있다. 국가 개조란 나라를 뜯어고친다는 말이다. 국가는 국민과 제도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국가가 바뀌려면 이 둘이 다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한 첫걸음은 우리 스스로를 성찰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 깊이 퍼져 있는 불공정, 부패, 반칙, 비합리성, 비효율성, 이런 것들이 정부와 지도자들 그리고 사회 전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낳고 있다.

 

여기서 나오는 분노와 좌절감이 대립과 갈등, 반목의 골을 깊게 하며사회 통합을 퇴행시킨다. 이를 고쳐나가기 위해서는 결국 전반적 국가제도와 운영체계의 개편, 관행의 변화, 그리고 국민들 스스로의 행동양식에 일대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의 지도층과 엘리트들이 선진국과 같은 식견과 역량, 합리성을 갖춰 달라져야 한다.

 

분란과 갈등이 일상화하고 있는 제주의 경우 사회적 신뢰 저하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더 심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제주 사회 전반에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분란과 갈등의 적폐를 감안할 때, 특별자치도 체제를 성공적으로 추진해 선진 제주를 건설해 나가야 하는 우리에게는 지금이야말로 정말 중요한 시기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역량과 지혜를 집결해야 할 제주사회가 균형점을 잃고 흔들거리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도정이 혼미 속을 헤매고 있기에, 경제와 민생까지 온통 엉망이 되고 있다. 이 절박한 고난의 시기에 우리에게는 지도자도 없고 어른도 안 보인다. 이제 권력 집단의 패거리 문화와 그 후유증이 남긴 적폐를 지혜를 모아 슬기롭게 극복해 사회 통합을 이루는 것은 바로 도민 몫인 셈이다.

 

사람이 모여 사는 한 갈등을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갈등의 와중에서도 상호 공동의 이익기반을 도출해 타협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사회구조나 국민의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문제다. 예컨대 프랑스처럼 공공토론위원회(CNDP)를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프랑스에선 이를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냄으로써 갈등 예방에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사회 통합에는 근본적으론 정치 리더십의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네 편 내 편 갈라 싸우기만 하는 제주 정치는 갈등을 증폭시킬 뿐이다. 고난을 발판으로 역경을 딛고 일어선 역사가 말해주듯이 악착같은 제주인의 몸속에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연대와 위기극복 유전자가 있다. 거기에서 사회 통합의 에너지를 이끌어 내는 일은 결국 지사의 포용적 리더십이다.

 

첫째, 출발선이 공정한, 능력 위주의 사회가 되야 한다.

 

담합, 편법이 판치는 사회에선 갈등이 증폭되어 사회가 발전할 수 없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우리가 4강까지 진출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학력이나 연줄이 아니라 오로지 능력으로 선수를 평가하고 선발하는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괜당이나 패거리 문화가 아닌 능력 본위의 시스템이 자리 잡아야 사회 통합은 물론 선진 사회 구현이 가능하다.

 

둘째, 다 함께 사는 사회가 되야 한다.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이 명가로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정신에 의한 사회 공헌과 재산 공유의 덕목에 있었다. 메디치 가문은 예술가들에 대한 후원을 통해 피렌체가 르네상스의 중심지로 부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 결과 피렌체가 세계적인 예술의 집합소이자 우아한 이미지를 갖게 되었고, 오늘날 세계의 관광객이 줄을 잇는 명소가 되었다.

 

그러나 후대에 들어 가문이 몰락한 이유는 영주의 개인적 탐욕 추구로 이러한 덕목을 이어가지 못해 피렌체의 시민들과 격리되어 갔기 때문이다. 경주 최부잣집이 아직도 회자되는 것은 흉년기에는 땅을 사들이지 않고,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며, 주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겠다는 나눔과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정신이 깃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셋째,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재도전할 수 있는 패자부활 사회가 되어야 한다. 젊은 나이에 창업을 하다 보면 실패와 성공은 밤과 낮의 순환 발전 과정과 같이 이어지고, 이를 통해 젊은이는 소중한 경험과 경륜을 쌓게 된다. 실패를 경험한 이들에게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주는 패자부활전이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과연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청년 창업이 실패하면 대부분은 신용불량이라는 사슬에 묶여 창살 없는 감옥살이를 하게 된다. 대한민국의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가 됐을지도 모르는 소중한 청춘들이 이렇게 패자부활전이 없는 사회풍토에서 희망보다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것이다.

 

승자독식 현상은 세계적 현상이지만, 우리나라에선 그 폐해가 심하다. 패자부활전이 인정되지 않는 사회 구조 때문이다. 한 번 경쟁에서 밀려나면 지속적인 낙오에 빠질 것이라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이로 인해 개인적 · 사회적 비용의 발생은 물론 사회 구성원들이 과다한 스트레스에 노출된다. 지금과 같은 승자독식 사회가 지속된다면 우리 사회는 홉스가 말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로 회귀할지도 모른다.

 

최근 ‘잃어버린 20년’을 겪는 일본에선 '의욕상실'이라는 사회심리 현상이 장기침체의 중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경쟁에서 뒤처진 젊은이들이 아예 신분상승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하류층으로 사는 길을 선택하는 현상이다. 이 같은 '하류(下流) 의식'이 일본 사회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장기침체의 악순환을 낳고 있는 것이다.

 

본형(型) 침체병이 한국 사회에도 옮아붙기 시작했다. 갈수록 신분상승이 힘든 '사다리의 붕괴'가 뚜렷해지면서, 해보자는 생각마저 포기하는 '의욕 붕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의욕의 격차'가 발생하고, 이것이 실제 ‘노력의 격차’와 ‘결과의 격차’로 악순환하면서 사회 전체에 일본형 '하류의식'이 만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요즘 한국 사회는 계층 간 부침이 뚜렷이 엇갈리면서 상층계층으로 이동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복합적 단층.단절사회로 치닫고 있다. 못 가진 자가 가질 수 없는 자가 됐다고 느끼면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기 어렵다. 이런 사회에서는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은 사라지고 질시와 증오와 갈등의 증폭으로 국가발전 에너지를 상실되면서 더 이상의 국가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우리 사회를 갈라놓을 단층을 반드시 메워 ‘믿음의 사다리’를 구축하고 ‘상승 루트’를 열어 나가는 일이 시급하다.

 

경쟁상대 지역의 약진과 FTA 확대 등 국내외로부터 밀려오는 거센 도전을 극복해 특별자치도 체제를 성공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일본형 침체병이 제주 사회에 전이가 안되도록 해야 한다. 심리적 사회 안전망을 만들어 빈곤에 빠지고, 한 번 실패해도 반드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사회시스템이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의 사다리'를 시급히 구축해야 할 것이다. 승자독식 사회를 탈피하기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과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제주, 내일을 위한 설계 15편으로 이어집니다>

 

☞고운호는?

=1979년 한국은행에 발을 들여 놓은 뒤 제주출신으론 처음으로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이 됐다. 2005년 3월부터 2008년 2월까지 3년간 재임하는 등 한국은행에서만 31년간 재직, 외길 금융인의 길을 걸어왔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으로 재직중엔 지역경제의 콘트롤타워를 목표로 제주경제포럼을 출범, 제주도지사와 함께 공동대표 역을 맡아 제주의 경제와 미래방향 논의의 불을 지핀 인물이다. 제주본부장 재직시절엔 제주본부가 한국은행 지역본부중 최우수본부로 지정됐다. [제주경제의 선진화를 위한 외침] 등 다수의 저서와 연구논문,자료를 냈다. 한국은행에서 퇴직한 최근에도 활발한 저술과 기고활동을 펼치며 제주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영훈 전 도의원이 원장을 맡고 있는 제주미래비전연구원의 이사장도 맡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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