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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호의 제주를 말한다(24) ... 제주 경제와 사회의 내일을 위한 설계(13)

민선 6기 제주도정 출범에 맞춰 고운호 전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이 “제주 경제와 사회의 내일을 위한 설계”를 화두로 던집니다. 제주 혁신을 위한 전략을 제시합니다. 기고는 “제주 혁신하여 재창조의 길을 가자”를 시작으로 “제주 혁신하려면 지사부터 변해야” “관료 개혁” “제주 경제의 선진화 전략“ 등의 주제로 제주가 가야 할 길을 담론의 소재로 삼습니다. / 편집자 주

사회 통합을 하려면 각자 자기 이익과 주장을 내세우기보다 자신이 먼저 마음을 열어 불신의 벽을 허물고 인내하면서 상대를 배려해야 한다. 이해 당사자들이 소통하고 양보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공동체의 미덕을 살려내는 것이 사회 통합의 핵심이다. 사회 통합은 가진 자의 포용과 포옹에서 출발해야 한다. 가진 자는 가진 것을 내놓으면 양보가 되지만, 반대자 입장에서는 패배가 되기 때문이다.

 

사회 통합을 위해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현재의 소득수준에서도 보다 행복하고 평안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사회문화·제도·관행을 바꿔 나가는 것이다. 질서와 예절, 정직과 투명, 상호신뢰, 법 적용의 공정성과 엄중함, 공정경쟁, 이런 행복 증진을 위한 가치와 문화가 존중되고 정착하도록 사회와 시스템 혁신에 열정과 노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사회 갈등과 통합의 해법을 이끌어내는 공론화 과정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실 사회 갈등에 따른 엄청난 국가적 낭비를 막아 경제적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갈등을 공론으로 녹여내 사회 통합을 이루는 미래 지향적 과업은 대한민국이 국민의 간절한 외침에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응답하는 길이다.

 

 

제주 사회 통합의 악성 종양은 무엇일까

 

요즘 제주 사회의 통합과 신뢰는 최하위권이라 보는 게 옳을 것이다. 제주 사회는 주요 현안마다 갈등과 분란이 일상화되고 있다. 도정의 정책이나 지사의 리더십을 신뢰하는 도민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이다. 일상화되는 갈등과 분란, 정치 지도자 간에 도를 넘는 암투와 질시는 사회적 자본인 신뢰도 추락을 부채질하면서 성장력마저 갈아먹고 있는 실정이다. 갈등을 줄여 나가기 위한 사회 통합 노력이 시급한 이유다.

 

제주 사회 통합에 악성 종양이 점점 커지는 이유는 무얼까 ?

 

첫째, 오랫동안 섬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살던 제주 사회가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엄청난 개방의 물결 속에서 가치관과 방향타에 혼란을 겪으며 갈등과 대립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제주 사회가 모든 현안을 배타적이고 근시안적 자기안위라는 가치관 속에 가두게 되며 타자(他者)와의 공존을 거부하고 닫힌 사회로 치닫을 수 밖에 없게 된다.

 

둘째,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상대적으로 풍요로운 생활에 안주하던 제주 사회는 대외개방, 해외여행 자유화 등에 따른 경쟁력 저하로, 성장률이 낮아지고 양극화가 심화되었다. 이는 도민 삶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주민간 갈등이 빈번해지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양극화와 갈등은 개방화에 따른 필연적인 경제구조 조정과정에서, 경쟁우위 부문과 열위부문간 격차가 심화됨에 따라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이것이 장기간 지속되거나 심화될 경우 경기변동 확대 및 장기성장 기반의 훼손뿐만 아니라 계층간 위화감 조성으로 사회적 갈등 확산 등 다양한 부작용이 초래된다.

 

특히 제주 사회는 지방의 몰락을 막기 위해 대도시 집중 억제정책을 추진하던 일본이 저성장·저인구 시대의 심화로 정책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 일본은 지방 균등발전정책 대신 지역마다 중핵(中核)도시 한두 군데에 인구를 집중시키고 투자도 그곳으로 모으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무작정 지방 보호만 외쳐서는 저성장·저인구 패러다임에서 생존할 수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저성장·저출산·고령화 속도가 빠른 제주가 이러한 흐름을 외면하거나 거스를 경우 제주는 크나 큰 위험에 직면하며 사회 갈등이 더 심각해 질 것이 자명하다. 제주가 이런 흐름에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긴호흡의 혜안과 비전을 모색해 공유해야 한다.

 

셋째,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복수(復讐)의 정치가 제주에서도 그대로 재현되면서 사회 통합을 저해하고 있다. 아직도 제주는 새 도정이 들어서면 어김없이 전임 사람들을 대폭 물갈이 해버리는 후진적인 정치와 보복적 인사 관행이 답습되고 있다. 이에 더해 전임 도정의 주요 정책을 일단 부정하고 보는 치졸한 전통을 답습하는데서도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도정이 바뀌면 기존 정책을 몽땅 뒤집고, 다시 뒤집힐 것을 알면서도 새로 쌓는 모순을 부끄럼없이 저지르는 우를 4년마다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란 과거의 성찰과 극복을 통해 진화해나가는 것이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이른바 ‘샤워실의 바보’가 된다. ‘샤워실의 바보’가 활보하는 사회에서 통합을 기대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넷째, ‘수퍼 갑(甲)’ 관료집단의 부도덕한 갑질이다.

 

도민을 상대로 제왕적 권한의 무기를 휘두르는 관료집단이야말로 제주 사회에서 가장 무서운 ‘수퍼 갑’이다. 이들의 갑질 수법은 무소불위의 권력에 기대어 갈수록 다양하고 교묘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도민들은 ‘수퍼 갑’ 관료집단과의 관계를 유지해 나가려면 울며 겨자 먹기로 우월적 갑의 일방적 계약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

 

그 순간 도민들은 이들의 ‘예속적 하도급 동물원'에 갇히고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는 한 거기서 빠져나갈 수 없게 된다. 이런 악순환의 관계가 지속되다 보니 관료의 도덕성과 신뢰의 추락과 함께 제주 사회의 통합이 점점 멀어지게 된다.

 

다섯째, 견제받지 않는 새로운 경제 권력의 등장이다.

 

노동조합을 포함한 농민, 교사, 의사, 변호사 등 각종 직능단체와 이익집단이 한국 경제에 새로운 권력으로 등장했다. 제주도 예외가 아니다. 이들 집단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이기적인 목소리가 점점 강해져 우리 사회 전체의 공동체적 이익이 도외시되며 사회 통합을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집단·지역 이기주의와 포퓰리즘 이익집단에 볼모로 잡힌 각종 정부정책이 추진력을 상실하고 있음은 당연한 귀결이다. 문제는 지금 이들 신흥 경제권력의 이기적 행동이 견제받고 있지 않다는데 있다.

 

여섯째, 정치 지도자들에 의한 사회적 자본의 훼손이 사회 통합을 저해하고 있다. 제주 정치 지도자들은 정책에 대한 비전과 철학이 없이 편법, 은폐, 꼼수 등을 자행하면서 불신의 굴레를 쓰고 말았다. 지도자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의 후유증은 결과적으로 제주사회에 엄청난 저신뢰 비용을 안기며 제주 상황에 대한 낙관과 도정에 대한 기대심리를 갈수록 떨어뜨렸다. 도정 정책이 효과적으로 집행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제주가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전국 16개 시도 중 꼴찌를 기록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부패도 불신에서 싹트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편 가르기는 사회 갈등을 부추기고, 사회적 손실 비용을 증가시킨다. 집단 패거리 문화는 관료주의의 심화와 공쟁경쟁 기회의 박탈로 혁신과 창의의 가치창조와 사회 활력을 위축시킴으로써 제주 발전을 가로 막고 공익을 훼손하게 된다.

 

정치 지도자의 상습적 거짓말도 사회통합 저해의 크나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사회관계에서 중요한 것이 약속이다. 규율과 행동 규범을 만들어 이를 지키기로 약속하며, 그것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회야말로 신뢰를 토대로 한 안정된 사회이다. 특히 지도자가 상호적 의무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때 그 사회 전체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매우 크게 된다.

 

일곱째, 집단 문화에 의한 갈등 확산이다.

 

제주의 담합적 모임 중시의 집단적인 사회문화와 사회구조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제주의 괜당·관료사회처럼 응집력이 높은 동질적 집단에서는 집단사고가 쉽게 작동하게 된다. 이러한 집단사고는 제주 공직사회의 기회주의와 기득권 유지로 점철된 관료적 보수문화를 더욱 심화시켜 지역사회의 변화와 개혁을 가로막게 된다. 실력보다 연줄이나 관계가 중시되는 사회는 동질성의 집단에 이질성을 야기시키며 공동체 갈등을 내재화시킨다.

 

여덟째, 제주 사회의 분열을 방기하는 양심 세력의 일탈적 행위이다.

 

제주 사회는 모든 권력이 지사 한 사람에게 집중되면서 사유화의 정도가 점점 심화되는 실정이다. 권력 패거리들은 재임기간 중 이를 바로잡기는 커녕 사익편취에 목을 매며 제주 사회를 분열시키에 바빴다.

 

이들의 일탈 행위는 도민의 가슴에 염장을 지르며, 적반하장의 변명은 도민의 기를 막아 아연실색케 한다. 이들의 뻔뻔함과 당돌함은 자신들이 수퍼갑(甲)이고 도민을 졸(卒)로 만든다. 이들은 괜당문화를 '정치 인질'로 붙잡아두며 자신들만을 선택하도록 강요한다. 제주 사회의 통합이 이루어질 수 없는 이유이다.

 

그동안 도민들이 어떻게 처신했기에 이들이 도민들을 이처럼 우습게 여기는 것일까? 얼마나 도민들을 깔보았기에 저렇게 오만방자와 방약무인일까? 결국 도민의 수준과 방기가 탐욕의 제왕놀이에 함몰된 몰염치한 자를 만들고 이들이 활개 치도록 만든 것이다.

 

그간 제주 사회는 이들을 대함에 있어 너무 관대했거나 굴종했다. 양식을 갖고 과거를 올바로 보고 제주 공동체의 미래를 도모하려는 양심 세력이라면 패거리들의 탐욕과 주장의 허구성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제주의 양심 세력이 이대로 허무하게 주저앉아 버리면 제주 사회의 통합은 물거품이 되며 제주 도민은 영원히 고통과 번민의 나락에서 헤어나질 못할 것이다.

 

이제 양심 세력을 중심으로 우리 모두가 결코 정상이 아닌 이들에 비판을 가하며 바로잡아 나가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주인의식으로 무장해야 할 때이다. 퇴행의 세계로 떠밀려 가고 있는 제주의 양심세력이 다시 일어나 건전하고 정의로운 사회의 구현과 통합에 앞장서야 하는 이유다.<제주, 내일을 위한 설계 14편으로 이어집니다>

 

☞고운호는?

=1979년 한국은행에 발을 들여 놓은 뒤 제주출신으론 처음으로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이 됐다. 2005년 3월부터 2008년 2월까지 3년간 재임하는 등 한국은행에서만 31년간 재직, 외길 금융인의 길을 걸어왔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으로 재직중엔 지역경제의 콘트롤타워를 목표로 제주경제포럼을 출범, 제주도지사와 함께 공동대표 역을 맡아 제주의 경제와 미래방향 논의의 불을 지핀 인물이다. 제주본부장 재직시절엔 제주본부가 한국은행 지역본부중 최우수본부로 지정됐다. [제주경제의 선진화를 위한 외침] 등 다수의 저서와 연구논문,자료를 냈다. 한국은행에서 퇴직한 최근에도 활발한 저술과 기고활동을 펼치며 제주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영훈 전 도의원이 원장을 맡고 있는 제주미래비전연구원의 이사장도 맡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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