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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호의 제주를 말한다(23) ... 제주 경제와 사회의 내일을 위한 설계(12)

민선 6기 제주도정 출범에 맞춰 고운호 전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이 “제주 경제와 사회의 내일을 위한 설계”를 화두로 던집니다. 제주 혁신을 위한 전략을 제시합니다. 기고는 “제주 혁신하여 재창조의 길을 가자”를 시작으로 “제주 혁신하려면 지사부터 변해야” “관료 개혁” “제주 경제의 선진화 전략“ 등의 주제로 제주가 가야 할 길을 담론의 소재로 삼습니다. / 편집자 주

'내가 누군지 알아' '신문지 회장', 사회 통합에 악성 종양이다

 

“내가 누군지 알아?”, 라면 상무, 신문지 회장, 빵 회장…

 

최근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수퍼 갑(甲)'들의 별명이다. 이들의 언행은 결코 사회 통합에 적절한 평등지향의 민주적 모습이 아니다. 사회적 지위가 좀 높거나 재산이 많다고 남을 깔보려는 천박한 특권 의식이 빚어낸 우리 사회의 추악한 민낯이다. 강자가 약자를 짓밟는 '갑(甲)질'의 언행에 불과하다.

 

비행기 기내식 라면이 덜 익었다고 승무원을 폭행한 A 상무, 비행기 이륙 1분 전에 공항에 도착해 '왜 탑승을 안 시켜주느냐'며 신문지로 직원을 때린 B 회장, 호텔 주차장에서 "차를 옮겨달라"는 말에 "네가 뭔데 차를 빼라 마라야"며 지갑으로 호텔 지배인 뺨을 때린 C 회장 등....

 

 

요즘 우리 사회에는 이런 갑질, 반말의 완장 권력이 횡행하며 사회 통합을 무너뜨리고 있다. 갑질은 신흥 졸부들이 화려한 사치품을 구매하는 심리와 같은 행동이다. 특히 자수성가한 사람들은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자신이 기대하는 대접을 받지 못하면 과거 보잘 것 없었던 시절의 무시·멸시 당하던 자신을 떠올리며 공격성을 표출하는 것이다. 이런 행동은 상대에 대한 배려와 공공의식이 희박한 까닭이다.

한국인의 삶에 사회적 신뢰가 부족하고 갈등이 고조되며 사회 통합이 어려운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하지만 “내가 누군지 알아?” ‘라면 상무’, ‘신문지 회장’, ‘빵 회장’에서 보듯이 과거와는 달리 요즘엔 갑질이 패가망신을 부르는 주문이 됐다. 이런 갑질, 반말의 완장 권력이 활개를 치는 한 우리에게 사회 통합의 시대는 영영 오지 않을 것이다.

 

공동체의 분열 위기에 빠진 한국 사회

 

우리나라는 지난 반세기 성장지상주의로 달려왔고 지금도 성장률에 매달려 있다. 하지만 우리 경제는 2010년 6.5% 성장한 것을 제외하면 2008년 이후 줄곧 3%대 이하의 저성장에 빠졌다. 물가는 2년째 2% 이내 상승하는 데 머물고 있다. 전례없는 저성장, 저물가, 저인구 현상이 한꺼번에 덮치며 우리의 성장 스토리와 꿈이 막을 내리고 있다.

 

성장지상주의에 매몰돼 있는 동안 우리 사회는 너무 많은 것을 놓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4개 회원국을 비교한 지표에는 한국이 노동시간 2위, 산재사망률 1위, 자살률 1위, 국민행복지수 33위, 출산율은 꼴찌로 나타났다. 또 미국 여론조사기관의 ‘삶의 질 지수’는 조사 대상 135개국 중 한국이 75위를 기록했으며 이는 필리핀(40위)·인도(71위)·이라크(73위)보다 낮은 수준이다.

 

어느새 부의 편중으로 인한 극심한 빈부격차와 기회 불균등의 심화에 따른 사회 공동체 분열 위기는 방치할 수 없는 수위에 이르렀다. 여기에 정치판은 온갖 루머와 거짓말과 협잡이 난무하며 우리 사회를 더욱 저급한 세계로 전락시키고 있다. 이에 더해 세월호 참사 등 빈번한 안전사고는 우리 사회의 신뢰를 무너뜨리며 갈등의 골을 점점 깊게 만든다.

 

이러한 결과로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은 하나가 아닌 요상한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 대화의 문을 닫은 채 둘, 셋으로 갈려 서로가 이를 악물고 서로를 증오하고 있다. 같은 하늘 아래 사는 국민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다. 어느 한 쟁점에서도 국론을 제대로 모으질 못하고 있음은 당연한 귀결이다. 밀양 송전탑 문제와 강정해군기지 건설에서 보듯이 구성원 간 신뢰가 사라지니 거래비용이 증가함은 물론 사회적 갈등의 조정 비용도 천문학적이 되고 있다. 한·중 FTA 문제는 또 한번 제주 사회를 요동치게 할 것이다.

 

 하루빨리 사회적 신뢰가 쌓여야만 이러한 비효율을 해결해 우리가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공자는 백성의 신뢰가 없으면 국가의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미국의 정치철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건전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가 발전하기 위해선 사회구성원 사이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사회적 신뢰가 클수록 경제활동의 거래비용이 줄어들어 경제의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 공동체의 분열 위기는 갈등 지수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한국의 갈등지수는 수천 년간 종교와 인종 갈등을 겪어온 터키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조사한 결과 2010년 우리나라 사회갈등지수는 0.72로, 종교적 갈등이 심한 터키에 이어 OECD 두 번째로 갈등이 심했다. 2009년엔 4위였으니 한국 사회의 갈등은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가 치르는 비용만 연간 82조~24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 해 예산에 육박하는 돈이다.

 

우리의 갈등을 10%만 낮춰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8~5.4% 높아지고, OECD 평균 수준으로만 개선돼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7~21% 증가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OECD 국가 중 사회갈등지수가 가장 낮은 네덜란드(0.25)와 독일(0.35)이 노사 대타협을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도 탄탄한 경제 성장을 일궈낸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이러한 갈등 기조의 고착화로 우리 사회의 통합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 결속력의 정도는 2010년 OECD 29개 회원국 가운데 21위에 불과했다.

 

OECD가 조사한 세계 각국의 사회적 네트워크에 대한 인식 결과에서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곤경에 처하면 언제든 당신을 도와주리라고 꼽을 수 있는 친척이나 친구들이 있는가’ 라는 질문에, 이스라엘인들은 98%, 아일랜드인들은 96%, 영국인들은 95%, 미국과 일본인은 OECD 평균과 같은 90%가 그렇다고 답했다. 한국인 중 그렇다는 대답은 77%에 그쳤다. 터키(73%)와 멕시코(76%)를 빼면 조사 대상 36개국 중 꼴찌 수준이다.

또한 통계청의 ‘한국의 사회동향 2013’에서도 ‘당신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을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22%만 대체로 또는 항상 신뢰한다고 답했다. 반면 다른 사람이 자신을 이용하거나 해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극심한 불신의 늪에 빠진 한국의 우울한 모습을 보여주는 수치다. 대외 신뢰도 22%는 OECD 평균(32%)보다 낮은 수준이다. 1위인 노르웨이는 60%, 덴마크·스웨덴도 50%대로 각각 조사됐다.

 

우리 모두가 사회 통합을 목청 높여 부르짖고는 있지만 앞으로의 여정은 더욱 힘들고 긴 터널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다. 이 상태로는 사회 통합이 불가함은 물론 경제발전을 해봤자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인이 국민소득에 비해 낮은 행복감을 보이는 것도 사회적 불신과 갈등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신뢰를 회복하지 않으면 아무리 잘 살게 되더라도 불행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 수 밖에 없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정치·사회·문화적 이슈에 대해 생각과 의견이 갈릴 수 있고 또 있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사건건 대립과 증오 현상은 그 정도가 너무 심각해, 마치 어떤 트라우마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정도다. 물론 거기에는 타협이나 양보의 여지가 전혀 없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는 선량한 국민 모두다. 이런데도 서로 싸워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이 싸우며 왜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지 알 수가 없다.

 

이런 상황이면 으레 사회 통합하여 국민적 역량을 한데 모아야 할 것인데도, 우리 정치는 국민을 더욱 분열시키고 사회의 원심력을 더 팽창시켜 대한민국을 해체되는 방향으로 끌어가고 있다. 물론 제주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는 이 분열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의 문제와 폐단을 영원히 제대로 고칠 수 없다. 분열과 갈등을 해소하고 사회를 통합하여 국론을 모아갈 때만 모두가 상생하는 사회를 만드는 길이며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 <제주 내일을 위한 설계 13편으로 이어집니다>

 

☞고운호는?

=1979년 한국은행에 발을 들여 놓은 뒤 제주출신으론 처음으로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이 됐다. 2005년 3월부터 2008년 2월까지 3년간 재임하는 등 한국은행에서만 31년간 재직, 외길 금융인의 길을 걸어왔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으로 재직중엔 지역경제의 콘트롤타워를 목표로 제주경제포럼을 출범, 제주도지사와 함께 공동대표 역을 맡아 제주의 경제와 미래방향 논의의 불을 지핀 인물이다. 제주본부장 재직시절엔 제주본부가 한국은행 지역본부중 최우수본부로 지정됐다. [제주경제의 선진화를 위한 외침] 등 다수의 저서와 연구논문,자료를 냈다. 한국은행에서 퇴직한 최근에도 활발한 저술과 기고활동을 펼치며 제주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영훈 전 도의원이 원장을 맡고 있는 제주미래비전연구원의 이사장도 맡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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