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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호의 제주풍향계(3) ... 사기극, 꼼수 속어가 난무하는 제주

너무 당연하여 오히려 진부하게 느껴질지 모르는 얘기부터 해보자.

 

도의회는 도민의 대표기관이고, 각각의 도의원은 자신의 지역주민의사를 대의하는 법률기관이며, 도의회 의장은 그 도의원의 수장(首長)이다. 따라서 의장은 도민전체를 상징 혹은 대표하는 인물일 것이므로 도민의 위상에 걸 맞는 품위를 가져야 할 것이다.

 

도의회 의장이 갖추어야 할 품위는 지적능력, 정치적 품성과 신뢰성, 일상적 행동 등등, 처신하고 행동하기에 조금은 갑갑함을 느낄 정도로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말(言)’이다. 말에서 그의 지적능력과 품성, 신뢰성 등등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의식을 가진 정치인들이 가급적 절제된 어휘를 구사하려 애쓰는 것도 그 까닭이다.

 

요즘 도정(道政)과 의정(議政)의 마찰음이 심상치 않다. 그 마찰음에 다분히 감정이 섞여 있다. 즉 감정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싸움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도지사도 도의원도 아니라 고스란히 도민에게 있다는 것이 불행이다.

 

싸움의 시작은 ‘예산편성권’ 다툼(?)에서 비롯되었다. 도의회가 기자회견을 통하여 예산편성 관행을 혁신, 지역주민 요구를 미리 반영하여 예산의 ‘협치시대’를 열자고 도지사에게 제안했던 것이다. 서울의 성북구와 부산의 사하구 등등 뭍의 지방에서 일고 있는 이른바 ‘주민참여예산제’의 논리를 인용한 제안으로 보인다.

 

예산의 편성권과 심의의결권의 소재가 엄연히 분리되어 있는 현행 법률이 개정된다면 ‘주민참여예산제’는 자치시대의 민주사회를 한결 업그레이드시키는 제도라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도의회의 제안은 일견 타당하다.

 

그러나 도의회가 간과한 점이 두 가지 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예산관련 권한의 소재가 엄연히 분별되어있는 현행 관련 법률의 개정 없는 그런 제안은 의견에 불과하다는 점이 그 하나다. 그런데 도의회는 그런 제안에 앞서 도의회 차원에서 법률개정안 제출의 권한이 있는 관계요로에 법률개정을 건의했어야 했다.

 

또 하나 간과한 점은, 그 제안의 주체가 도의회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뭍지방에서 일고 있는  ‘주민참여예산제’를 제안 혹은 요구한 것은 의회가 아니라 ‘시민사회’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그런데도, 그런 좋은 제도를 선후를 따져보지도 않은 채 제주도에 있는 시민사회가 제안할 것을 대뜸 제주도의회가 결행하는 우(愚)를 범해 버린 것이다. 그럼으로써 싸움의 빌미를 제공한 결과가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싸움의 한 축인 도정은 잘못이 없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제주도 기획조정실장은 이 싸움에 기름을 붓고 싸움의 질을 사뭇 지저분한 양상을 띠게 만들었다. 그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소문인 ‘의원 1인당 20억’이라는 해괴한 말을 해버린 것이 바로 그것인데, 그 옛적 ‘재량사업비 부활’을 획책하는 부정적 구태의원의 오명을 도의원에게 씌워버린 것이다.

 

마치 준비라도 하고 있었던 듯 도의장의 기자회견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 발표한 그의 입장은 경솔하기 짝이 없고 악의적인 의도가 숨겨져 있었다. 평소 그의 품성이나 지성을 잘 알고 있는 필자로서는 의외의 그 발언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필자는 여기서 어느 쪽이 잘했고 잘못했는지를 가릴 생각이 없다. 다만 이 싸움에서 회자된 거칠고 속된 용어들을 개탄하고 싶다.

 

대 도민 사기극 ―. 어찌 들으면 어떤 사람(혹은 집단)이 60만 도민을 속이고 엄청난 재물을 횡령한 희대의 대사건으로 여기게 하고, 또 어찌 들으면 중앙정부 같은 어느 거대한 집단이 도민들을 속이고 도민을 깊은 시름에 몰아넣는 파렴치한 정치행위로 여기게 한다. 실제로 동문시장에서 어물을 파는 할머니인 필자의 지인은 “도지사가 뭔 사기를 쳤어? 사기 친 돈이 얼마라?”라고 필자에게 묻기도 하였다.

 

꼼수 ―. 이 말을 자주 듣는 곳이 있다. 불량 청소년 집단을 다루는 TV 드라마나 개그프로그램에서, 혹은 인터넷 악플에서, 튀는 것을 좋아하는 정치인의 입에서 등등이다. 얄팍하고 비굴한 술수(術數)를 이르는 속어(俗語)인데 결코 품위 있는 어휘는 아니다.

 

언론에서 이러한 어휘들을 제목으로 붙인 까닭에 많은 도민들이 의회에서 이러한 어휘가 회자되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앞서의 동문시장 할머니의 그 물음이 이런 정황을 말해주고 있다. 그런데 그 중 적지 않은 도민들이 실제로 도지사가 사기극을 벌였다고 여기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쉽게 지나치기도 어렵다.

 

도민들에게 오해를 불러올지도 모르는 그러한 절제되지 않은 어휘들이 도의회 의장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도민의 입장에서 불행한 일이다. 제주도 이외의 지역에서 이러한 사실이 알려진다면, 의장 개인의 품위는 당연히 부정적 평가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두 번째의 심각성이다. 전체 제주도민의 품위에 손상을 가져온다는 것이 첫 번째 심각성이다. 제주도의회 의장은 도민의 상징이자 도민을 대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의회 의장이 도지사를 두고 ‘사기극 운운’ 했다면, 필자는 의장을 두고 ‘활극 운운’하고 싶다. 

 

정경호는? = 그는 도의원을 지냈고 정당의 대변인 노릇을 하면서도 ‘제주타임스’ 논설위원으로 활동했다. 더불어 제주의 여러 매체에 글을 썼다. 그래서인지 어느 전직 대학총장은 그를 두고 ‘정치인인지 문필가인지 헷갈린다’고 했다. 그는 4․3 연구가이다. 1990년대 초 ‘월간제주’에 1년 동안 4․3을 주제로 한 칼럼을 썼으며, 4․3특별법의 제안자이자 기초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6년 동안 대변인을 지내면서 제주정가에 대변인 문화를 착근(着根)시킨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6.4선거에선 신구범 캠프의 대변인을 맡아 정가논평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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