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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호의 '제주를 말한다'(19) ... 제주경제와 사회의 내일을 위한 설계(8)

민선 6기 제주도정 출범에 맞춰 고운호 전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이 “제주 경제와 사회의 내일을 위한 설계”를 화두로 던집니다. 제주 혁신을 위한 전략을 제시합니다. 기고는 “제주 혁신하여 재창조의 길을 가자”를 시작으로 “제주 혁신하려면 지사부터 변해야” “관료 개혁” “제주 경제의 선진화 전략“ 등의 주제로 제주가 가야 할 길을 담론의 소재로 삼습니다. / 편집자 주

시대흐름 읽는 혜안으로 인재양성 주춧돌 쌓은 선조들
예나 지금이나 훌륭한 인재를 길러내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담보하고 지속적인 사회발전을 이룩하기 위한 핵심과제다. 고려시대의 ‘국자감’, 조선시대의 ‘성균관’ 같은 곳이 바로 국가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우리 조상들이 만들었던 교육기관들이다. 국자감과 성균관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국가는 생활비를 지원했고, 또 뛰어난 학자들을 배치하여 젊은 선비들의 학문 연마를 적극 지원했다.

 

해방 후 어수선한 정국 속에서도 정부가 서울대 등 국립대를 잇달아 설립했던 것도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이었다. 또 6ž25 전쟁이 터졌을 때, 대학생들에게 징집 면제의 혜택을 주고, 부산에 전시연합대학을 만들어 공부를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하겠다.

 

나라 간의 국경이 무너지는, 요즘과 같은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인재 육성은 문자 그대로 국가의 사활(死活)을 결정하는 핵심요소가 되고 있다. 아이팟(MP3), 아이폰(스마트폰), 아이패드(태블릿PC)를 개발하여 미국 IT산업의 부흥을 가져온 스티브 잡스 애플사 회장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스티브 잡스 한사람이 미국 IT업계에 창출한 일자리가 무려 100만개에 달한다고 한다.

 

“똑똑한 인재 한 명이 수 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말이 공연한 말이 아닌 것이다. 사실 2류 전자업체였던 삼성전자가 최근 3~4년 사이에 일본 전자업체들을 물리치고 세계 IT업계의 최강자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것도, 뛰어난 인재를 많이 확보한 덕분이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녹색성장’ 패러다임이 부각되면서 태양광 발전, 2차 전지, 글로벌 바이오신약 등이 한국의 미래를 짊어질 새로운 산업동력으로 주목받았다. 이런 신규 프로젝트 추진과 관련해 재계에선 “수퍼스타급 해외인재를 대거 스카웃해야 한다” “중국처럼 해외과학자들을 국가가 직접 관리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해외에 있는 우리나라 학자들이 이런 호소에 얼마나 응할지는 미지수이나, 고급 인재의 확보 없이는 새로운 산업의 육성이 매우 어려울 것임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바이다.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이, 세계가 지식기반 사회로 급속히 전환하면서 고급 인력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물적 자원이 부족한 나라는 더욱 그러하다. 스티브 잡스의 사례를 보면 뛰어난 인재들이 일자리 창출에 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국부축적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길은 국제적 경륜과 혜안을 갖춘 패기있는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다. 어떠한 역경도 능히 이겨낼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을 가지고 가슴에서 솟구치는 성취를 추구하며 자신만의 스토리를 멋지게 가꾸어 가는 미래형 인재를 말이다. 해외에 거주하는 유대인들이 이스라엘의 든든한 후견자 역할을 하고 있듯, 도전 정신으로 충만한 미래형 인재들이 세계 곳곳에서 활약하면서 한국을 먹여 살릴 것이다.

 

자원이 없는 우리로서는 더 국제화하고, 더 개방화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젊은이들은 물 흐르듯 해외로 나가고, 미래 인재는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 나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도록 해야 한다.

 

 

인재의 개방과 확보, 왜 중요한가?
인재 개방이 국가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로마제국이다. 로마는 늪지 언덕에서 건국하여 지리적으로 제국이 되기에는 결코 좋은 조건이 못되었다. 그런데도 로마가 제국이 될 수 있었던 데에는 타민족에 대한 개방성과 포용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재를 인종과 민족으로 차별하지 않고 골고루 등용한 것이다.

 

또한, 유럽에서 네덜란드만큼 지리적으로 불리한 나라도 없다. 국토가 비좁아 인구밀도가 매우 높은 나라로 국토의 4분의 1이 해수면보다 낮은 저지대 습지다. 네덜란드가 강소국으로 발돋움하게 된 계기는 종교적 관용정책으로 유럽 전역에서 많은 인재를 불러 모은 것이었다. 캘빈주의 신교 국가였지만 스페인에서 쫓겨난 유대인을 대거 수용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네덜란드는 17세기에 이르러 문화와 경제 면에서 황금시대를 열었다.

 

반면 유대인을 추방하는 편협한 종교정책을 보인 스페인은 나라가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스스로 봉쇄해버려, 과거 자국 식민지였던 네덜란드에 국력이 뒤처졌다. 독일을 통일한 프로이센도 강대국이 되는 과정에서 국적과 종교를 불문한 인재 영입정책을 펼쳤다.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였던 재미교포 김종훈씨의 좌절은 쇄국 심리가 한국 사회에 여전히 견고히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오히려 미국 정부가 이민자인 그를 민감한 국가 정보업무에 참여시키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계 미국인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을 세계은행 총재에 발탁하고 미국인들이 환영한 것과는 너무 대비된다.

 

실리콘밸리와 이스라엘이 글로벌 경제의 리더가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세계 각국의 인재를 받아들이고 이들과 어울려서 기술적 혁신을 이루었기에 가능했다. 무엇보다도 이를 뒷받침하는 사회문화적 생태계, 즉 다양성의 가치를 존중하는 문화가 살아 있었기에 가능했다. 인텔, 야후, 이베이, 구글 등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회사의 절반이 이민자에 의해 세워졌다.

 

미국에선 대학의 입학사정이나 기업의 채용에 있어서 다양성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을 만들려면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에서 만들어지는 혁신적 상품에 대해 “90%가 문화이고 10%가 기술”이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창의성을 발현시키는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 순혈주의나 지연, 학연으로 엮인 동지의식으로는 창의성이나 혁신을 기대할 수 없다. 창조경제 생태계의 핵심은 폭넓게 인재를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문화와 그 다양한 인재들이 어울려서 혁신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어야 할 것이다. 인재 확보의 구체적 필요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인재 영입은 내부 경쟁을 유도한다. 외부로부터의 자극과 경쟁이 없는 폐쇄 사회나 조직은 나태해지게 마련이고 장기적으로 도태된다. 한 세기 전 우리가 식민지가 된 것은 문을 꼭 닫고 새로운 것을 배우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부 인재는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으려는 의욕이 강하기 때문에 이들을 제대로 활용하면 새로운 아이디어의 창출과 조직 활력과 기술 혁신까지 이룰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이들의 신분을 보장해 단기적 정치적 이해와 여론의 압박에 휘둘리지 않고 장기적 국가 사회 이익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제도화해 뒷받침해야 한다.

 

둘째, 인재 영입 네트워크는 아이디어 생산의 촉매가 된다. 아인슈타인은 샤워할 때, 스필버그는 운전할 때 창의적인 영감이 많이 떠올랐다고 한다. 낯선 공간에서 낯선 것을 관찰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창의적 아이디어가 생성된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학문과 구성원 간의 통섭은 새로운 가치를 발견해내는 창의성의 원천이다.

 

사람들이 벽을 허물어 서로 연결돼 있고 다양한 문화를 공유하고 있을 때 아이디어는 서로 간에 밀접하게 연결되고 전해진다. 새로운 네트워크의 구축없이 끼리끼리만 교류하다 보면 새로운 자극,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구석이 없다. 인재 영입이나 이민이 유동적 네트워크 구축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는 점이다. 요즘 우리는 단일성 접근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복잡다난한 글로벌 이슈에 직면해 살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 인재 확보와 학문에 대한 통섭과 융합의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셋째, 부존자원이 부족한 현실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인재 육성과 영입을 통해 인적자본의 품질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것이다.

 

넷째, 요즘 고령화와 베이붐 세대의 은퇴에 따라 인재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우리나라는 인구정책에서 실패를 경험했다. 2006년부터 엄청난 돈을 쓰면서 출산장려·보육지원 등을 근간으로 한 ‘새로마지플랜’을 시행 중이지만 최근 10년 새 합계출산율은 1.18에서 1.19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인구변동은 불가역성(不可逆性)이 강해 출산장려 정책을 아무리 써도 좀처럼 흐름이 바뀌지는 않는다. 국내 젊은 인재가 부족하면 해외에서 인재를 유입해야 하는 이유다.

 

 

삼국지 리더십과 갈라파고스가 주는 교훈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처세술과 리더십이 끊임없이 재해석되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늘 새로운 교훈을 주고 있다. 삼국지 영웅들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우수한 인재의 확보를 위해서는 노력을 아끼지 말라는 것이다.

 

천하의 인재를 얻기 위해 리더가 전범(典範)을 보인 대표적 사례가 유비의 삼고초려(三顧草廬)다. 유비는 제갈량의 명성을 전해 듣고 초옥에서 은둔하고 있던 그를 세 번이나 찾아갔다. 제갈량은 유비의 정성에 감동해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와 그의 군사(軍師)가 됐다.

 

이 이야기가 시사하는 바는 큰일을 하는 사람은 항상 겸손하고 자기를 낮춰야 하며, 확보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중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유비는 늘 인재난에 허덕였다. 이미 몰락한 한(漢)나라의 정통성 계승을 기치로 내세우며 지조와 의리에 목숨을 걸었던 유비로서는 인재풀이 좁을 수밖에 없었다.

 

반면 '난세의 간웅' 조조는 명분에 얽매이지 않았다. 그의 인재관은 지조와 의리보다는 새로운 질서와 실리를 좇았으며, 과거를 묻지 않고 능력을 중시했다. 여기에 더해 그는 혜안과 결단력, 포부와 기개의 리더십까지 지니고 있어 그의 휘하엔 다방면의 인재들이 몰려들었다. 결국 유비의 촉(蜀)나라는 조조의 위(魏)나라를 이길 수 없었다. 천하를 통일한 승자는 조조였다.

 

세계 경제규모 3위인 일본의 경제와 정치가 뒷걸음질 치는 것은 ‘갈라파고스’의 함정에 빠져 글로벌 트렌드와 동떨어진 '패거리주의·고립주의·폐쇄주의'를 고수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에서 비롯됐다. 특히 정치권의 대물림 세습정치로 인해 인재발굴이 원천 봉쇄된 게 한때 세계시장을 주름잡던 일본의 대표기업인 소니·파나소닉의 몰락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잘나가던 이들 회사들은 국제 표준을 무시하며 독자적·폐쇄적 행보를 걷는 바람에 세계시장에서 뒤처졌고, 결국 현재의 모습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문제는 우리 제주다. 제주 정치는 유독 집요하게 과거에만 집착하면서 미래로 나아가야 할 경제의 발목을 으스러져라 잡고 있다. 이러다 제주가 ‘갈라파고스’처럼 고립되는 것은 아닌지 점점 불안해진다. 일본보다 오히려 제주가 더 폐쇄적이기 때문이다. 이제 겉치레나 보여주기식 정치가 아닌, 사회 혁신과 일자리 창출, 경제 선진화를 목표로 인재 확보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 <내일을 위한 설계 9편으로 이어집니다>

 

☞고운호는?

=1979년 한국은행에 발을 들여 놓은 뒤 제주출신으론 처음으로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이 됐다. 2005년 3월부터 2008년 2월까지 3년간 재임하는 등 한국은행에서만 31년간 재직, 외길 금융인의 길을 걸어왔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으로 재직중엔 지역경제의 콘트롤타워를 목표로 제주경제포럼을 출범, 제주도지사와 함께 공동대표 역을 맡아 제주의 경제와 미래방향 논의의 불을 지핀 인물이다. 제주본부장 재직시절엔 제주본부가 한국은행 지역본부중 최우수본부로 지정됐다. [제주경제의 선진화를 위한 외침] 등 다수의 저서와 연구논문,자료를 냈다. 한국은행에서 퇴직한 최근에도 활발한 저술과 기고활동을 펼치며 제주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영훈 전 도의원이 원장을 맡고 있는 제주미래비전연구원의 이사장도 맡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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