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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호의 '제주를 말한다'(18) ... 제주경제와 사회의 내일을 위한 설계(7)

민선 6기 제주도정 출범에 맞춰 고운호 전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이 “제주 경제와 사회의 내일을 위한 설계”를 화두로 던집니다. 제주 혁신을 위한 전략을 제시합니다. 기고는 “제주 혁신하여 재창조의 길을 가자”를 시작으로 “제주 혁신하려면 지사부터 변해야” “관료 개혁” “제주 경제의 선진화 전략“ 등의 주제로 제주가 가야 할 길을 담론의 소재로 삼습니다. / 편집자 주

 

매뉴얼 사회 시스템, 왜 필요한가
첫째, 사회 정의의 구현을 위해서다.
매뉴얼 시스템은 정치인, 관료집단의 자의적 권력 개입에 의한 사익추구와 공공성 위해를 차단시켜 사회 정의 회복에 기여할 수 있다. 특히 제왕적 지도자의 독선적 일탈과 포퓰리즘이 공공성을 뿌리채 흔들며 지역사회의 근간까지 훼손시키고 있는 제주에 더욱 절실하다.

 

둘째, 즉흥적 정책 남발을 차단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준다.
매뉴얼은 업무흐름의 일관성 확보라는 특장성을 가지고 사회 구석구석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엄청난 대참사 속에서 일본 국민들이 보여준 침착함과 성숙한 시민의식은 바로 매뉴얼의 생활화에 기인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샤워실의 바보’라는 표현을 빌어 "최선의 경제 정책이 뭔지는 모를 수 있지만 확실한 차선(次善)의 정책은 경제주체들에 예측 가능성을 줄 수 있는 '일관성 있는 정책'"이라고 말한다. 경제정책의 일관성 결여는 국가 정체성과 정책 기조를 헝클어뜨려 구성원 간 갈등의 증폭과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킨다. 원 도정은 정치·사회의 안정을 도모해 나가면서 분명한 정책의지 표명과 일관된 정책시행을 통해 경제 주체들의 미래에 대한 예측력을 높일 수 있는 경제 환경을 지속적으로 조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레이건이 루스벨트, 케네디에 이어 세 번째로 위대한 미국 대통령으로 꼽히게 된 데에는 일관성을 바탕으로 세상과의 소통과 설득, 희망과 비전을 가지고 국력을 결집시키는 실천의 리더십에 있었다. 그는 옛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고 규정해 초지일관 군사력 강화로 압박했다. 결과는 고르바초프의 개혁·개방, 그리고 동유럽의 민주화를 이뤄 냈다.
지금 이러한 일치된 리더십이 더욱 절실하게 필요한 곳이 바로 제주사회가 아닐까.

 

셋째, 매뉴얼은 '과거 노하우(know-how)의 축적'이다. 매뉴얼은 철저한 사전 준비와 계획을 통해 상황 대응능력을 키우며 현실적인 임기응변을 가능케 한다. 또 집단의 힘을 극대화하고,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상황에서는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일본은 매뉴얼에 의한 ‘철도형’ 사회의 구축을 통해 국가 체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 전후 사회의 재건과 경제 부흥의 기적을 이뤘다. 철도형 사회는 초기 사회관계의 기반을 형성하는 데 많은 비용과 노력이 소요되지만 한번 구축이 되면 국민적 에너지를 한 방향으로 결집시키며 지속적으로 큰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넷째, 자연재해의 예방과 사후처리 등 재해 발생과 관련된 모든 과정에서 일사분란하고 일관된 행동을 할 수 있게 한다. 지금까지의 재해는 천재(天災) 그 자체보다는 인재(人災)에 의한 피해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섯째, 자연재해 및 재난에 대한 대비는 국가와 개인 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갑작스러운 사고 발생시 피해를 최소화해 업무의 단절을 막기위한 BCM(Business Continuity Management :업무연속성경영) 전략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2001년 9ㆍ11테러로 세계무역센터에 입주해 있던 대부분의 회사는 많은 인명손실은 물론 각종 시스템의 파괴로 업무가 마비됐다. 세계최대의 금융회사인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도 막대한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예상돼 경제전문가들은 세계 금융시장의 대혼란을 전망했다. 그러나 ‘업무연속성경영 프로그램’에 따라 직원들을 인근 뉴욕의 브루클린 백업센터로 신속하게 대피시켜 하루만에 업무를 정상화시켰다. 이 같은 조치로 모건스탠리는 투자자들의 무한 신뢰를 이끌어낼 수 있었으며 세계 금융시장의 대혼란도 막을 수 있었다.

 

# 모건 스탠리의 기적
2001년 9·11 테러 때 세계무역센터에 입주해 있던 모건스탠리는 직원 2687명이 건물 붕괴 속에서도 거의 전원이 생존에 성공한 기적을 이뤘다. 모건스탠리는 평소 3개월에 한 번씩 매뉴얼대로 대피하는 훈련을 실시해 큰 참사를 막았던 것이다. 재난은 불의에 닥쳐 인간의 목숨을 빼앗아 왔다. 하지만 대비를 잘해 두면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 그 전형이 바로 9.11 테러 당시 모건스탠리의 보안 책임자였던 릭 리스콜라(Rick Rescorla)다. 베트남 전쟁영웅이던 그는 매년 전 사원을 대상으로 엄격하게 대피훈련을 시켜왔다. 하지만 이런 대피훈련에 직원들의 반발은 거셌다.

 

그러나 그는 "인간이 재난으로 충격을 받았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뇌를 움직이는 최상의 방법은 훈련이다. 똑같은 훈련을 반복하는 것뿐." 이것이 리스콜라의 신념이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최면에 걸린 듯 피난할 수 있었다"고 모건스탠리 임원은 말했다. 릭 리스콜라는 모건 스탠리 임직원 2,687명을 안전하게 대피시키고 일단 빌딩 밖으로 나왔다가 "모두 탈출했는지 확인하겠다"며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가 타워 붕괴와 함께 사라졌다.

 

 

제주의 매뉴얼 사회 시스템, 어떻게 구축하나
이처럼 매뉴얼 사회 시스템은 사회 정의의 구현, 고질적인 비리와 부패의 방지, 정책의 일관성 유지, 국가 체제의 효율성 극대화, 재난에 대한 효율적 대비 등에서 유용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제주사회에도 숙성된 매뉴얼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첫째, 제주 사회 각 분야에서 축적된 적절한 임기응변과 위기 대처방안을 종합적인 시각에서 매뉴얼로 전환하고 실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협력해 서로 간의 경계를 허물면서 융합시대의 다양한 상황 변화에 효율적·창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사회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TV인기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 참여하는 가수들이 완벽에 도전하는 혼(魂)으로, 청중과의 창조적 소통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성공의 기적을 낳았다. 제주의 새로운 매뉴얼 시스템의 창조에도 열정과 혼을 담아야 지역사회에 감동을 주고, 선진 사회로 진입하는 데 촉매제가 될 수 있다.

 

둘째, 매뉴얼 정비 및 운용의 중심에 있는 공직사회 곳곳에 뿌리 내린 관료주의의 개혁이 필요하다. 공직사회의 역할은 도민 전체에게, 때로는 미래 세대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글로벌 개방시대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공직사회도 국제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혁신적 사고방식과 치열한 도전정신, 철저한 합리주의로 무장해 새로운 사회 시스템에 적응해야만 한다.

 

셋째, 매뉴얼 시스템 구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대다수 도민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매뉴얼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통해 이들의 실천의지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매뉴얼 행동수칙을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정규교육 과정에 포함시켜 자연스럽게 생활화를 유도해야 한다. 또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공무원의 안내에 따를 수 없는 돌발적인 상황에 대비한 준비도 필요하다.

 

원 도정, 새로운 사회시스템으로 성장에 불을 지펴야
60%의 압도적 당선의 기쁨도 잠시, 원희룡 지사에게는 이전 지도자들로부터 물려받은 골칫덩어리 유산들이 널부러져있다. 관적폐 청산을 위한 사회 시스템 구축이 그 중 하나다.

 

제주 사회를 시스템 사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관료집단의 유전자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하지만 어느 사회에서건 정책과 제도의 변화는 기득권층과 신진계층 간을 구획하고 불화와 갈등을 야기하는 게 현실이다. 폐쇄성이 강한 제주사회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많아질 수 밖에 없어 혁신이 어렵게 된다.

 

이제 원 도정은 정책이나 외부환경의 변화가 생길 때마다 사회전체가 홍역을 치르지 않으려면 일관성·투명성·집단성을 담보하는 매뉴얼의 효율적 구축과 운영을 통해 위기 대응능력 제고, 고질적인 비리와 부패의 추방, 공정사회를 구현해 나가야 한다. 특히 요즘은 국가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여부가 국가 경쟁력 및 신용도 평가에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원 지사가 도전하고 풀어야 할 난제는 산더미 같이 쌓여 있다. 이제는 지역·이념·계층을 넘어 세대 갈등까지 가세하며 지역사회가 계속 요동치고 있다. 경제는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저성장 늪에서 탈출하기 위한 발버둥을 치고 있다. 여기에 심각한 갈등과 저항을 넘어가야 하는 관적폐란 거대한 장애물까지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사안들이다. 그럼에도 제주 사회는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위력을 더해가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하지만 고난을 발판으로 역경을 딛고 일어선 역사가 말해주듯이 악착같은 제주인의 몸속에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위기극복 유전자”가 하나 더 있다. 우리는 그 유전자를 깨우고 힘을 모아 그 많은 역경을 딛고 일어섰고, 지금은 ‘제주특별자치도’라는 지위를 획득하여 전국에서 자치분권의 최선두에 서서 우리나라를 선도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에겐 충분하지는 않다 해도 만만치 않은 잠재적 역량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힘을 과대평가하는 우를 범해서도 안되지만, 우리 능력을 과소평가해 다가온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천추의 한을 남겨서도 안 된다. 우리가 하기에 따라 지금의 혼란은 얼마든지 순풍으로 바꿀 수 있다. 제주사회 개조가 찻잔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냐, 진정한 변화의 서막을 열 것이냐는 지금 우리의 결단과 지혜, 준비에 달려 있다.

 

제주 사회를 개조할 그 기회를 잡아야 하는 것은 이 시대를 사는 제주도민 모두의 역사적 의무다. 바로 지금 신발 끈을 고쳐 매야 한다. 이번만은 제대로 실사구시해서, 제대로 바꿔야 한다. 성찰, 반성의 수준에 미래세대와 제주의 명운이 달려 있다. 망각에 무릎을 꿇어서는 안 된다.

 

도민 모두가 가슴에 손을 얹고 자신을 돌아보며 뭐가 잘못됐는지 찬찬히 따져봐야 할 때다. 잘못은 다른 데 있는 게 아닐 것이다. 지금이 역사적 전환기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우리의 사고부터 획기적으로 바꾸어 성장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많은 사회가 선진사회다. 결국 도민이 중심을 잡아야 제주가 살 수 있다. 그 중심의 복원성을 유지케 하는 가장 중요한 리더십은 바로 원 지사에게 있다.

 

이제 원 지사는 제주의 ‘릭 리스콜라’가 되어, 세월호 이후를 준비하기 위한 새로운 사회 시스템의 구축을 통해 도민의 안위를 지키고 신화를 창조하면서 새로운 사회로의 지평을 열어가야 한다. "살아남는 것은 힘이 세거나 영리한 동물이 아니라 변화에 잘 적응한 동물"이라는 찰스 다윈의 말은 기로에 선 제주 사회가 곱씹어야 할 금언이다.

 

☞고운호는?

=1979년 한국은행에 발을 들여 놓은 뒤 제주출신으론 처음으로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이 됐다. 2005년 3월부터 2008년 2월까지 3년간 재임하는 등 한국은행에서만 31년간 재직, 외길 금융인의 길을 걸어왔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으로 재직중엔 지역경제의 콘트롤타워를 목표로 제주경제포럼을 출범, 제주도지사와 함께 공동대표 역을 맡아 제주의 경제와 미래방향 논의의 불을 지핀 인물이다. 제주본부장 재직시절엔 제주본부가 한국은행 지역본부중 최우수본부로 지정됐다. [제주경제의 선진화를 위한 외침] 등 다수의 저서와 연구논문,자료를 냈다. 한국은행에서 퇴직한 최근에도 활발한 저술과 기고활동을 펼치며 제주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영훈 전 도의원이 원장을 맡고 있는 제주미래비전연구원의 이사장도 맡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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