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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호의 '제주를 말한다'(14)... 제주 경제와 사회의 내일을 위한 설계(3)

민선 6기 제주도정이 출범한 지 이제 한달입니다. 이에 맞춰 고운호 전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이 “제주 경제와 사회의 내일을 위한 설계”를 화두로 던집니다. 제주 혁신을 위한 전략을 제시합니다. 기고는 “제주 혁신하여 재창조의 길을 가자”를 시작으로 “제주 혁신하려면 지사부터 변해야” “관료 개혁” “제주 경제의 선진화 전략“ 등 40 여개의 주제로 제주가 가야 할 길을 담론의 소재로 삼습니다. / 편집자 주

 

옛날 나라의 지도자인 임금들은 세상이 흉흉해지고 백성이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면 임금은 이를 자신의 부덕의 소치로 돌려 백성들을 위하여 하늘에 석고대죄 하는 기우제를 지냈다. 당시 지도자로서의 임금들의 태도가 어떠했는지 가히 짐작이 간다.

 

원 도정은 제주 경제가 더 이상 추락하지 않도록 도민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결집시킬 수 있는 경제비전과 새롭고 과감한 성장전략을 마련해 강력한 추진력으로 제주 경제를 이끌고 가야 한다. 혁신적인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이전 세대로부터 넘겨받은 유산의 탕진과 더불어 빚더미를 우리의 자손 세대에 떠넘기게 될 뿐이다.

 

그러기 위해선 포퓰리즘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요즘 포퓰리즘적 정치는 아젠다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아젠다만 무수히 양산하던 일본 정부가 아젠다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제정책 효과를 시현하고 있다. 방향성과 일관성이 돋보인다는 지적이다. 반면 우리는 되는 일도 없이 정권마다 아젠다 게임만 벌이고 있다.

 

 

박근혜 정부도 그렇다. 대통령직 인수위가 내놓은 5대 국정목표, 21대 추진전략, 140개 국정과제에, 취임 후 ‘경제 민주화-창조경제-규제완화-경제혁신 3개년 계획-공공기관 정상화-안전국가-행복국가-국가개조‘로 이어졌다. 하지만 국정 아젠다의 성찬에도 국정 운영에 변화는 거의 보이지 않고 아직도 방향을 못 잡고 헤매고 있을 뿐이다.

 

불과 정권 1년여 만에 나온 아젠다가 이 정도니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얼마나 많은 아젠다가 또 쏟아질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온갖 좋은 정책 목표는 다 담고 있는 근혜노믹스가 힘이 분산돼, 양적완화와 엔 약세를 집중적으로 밀어 붙이는 아베노믹스에 밀리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원 도정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원 도정은 협치를 도정 아젠다로 제시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해 혼란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다 원 도정도 아젠다 사이를 떠돌며 표류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원 도정의 아젠다는 도정-민간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민간과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강력한 공공성의 담지자가 되어, 민간을 지원하고 활용하는 관계로 바꾸어 새 지평을 열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제 원 도정은 도정이 할 수 없는 일은 과감히 털어내고 꼭 해야 할 일만 하여야 한다. 모는 일을 해낼 수 있다며 아젠다를 뚝딱 생산하다간 포퓰리즘의 덫에 빠지게 된다. 아젠다를 정비해 포퓰리즘을 막지 못하면 정작 해야 할 아젠다마저 추동력을 갖기 어렵다.

 

도민을 호도하는 포퓰리즘 정책들은 일단 지사의 입지 강화에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포퓰리즘 지향적 정책은 장기적, 세계적, 개방적 안목을 무색케하여 제주 경제를 저성장의 늪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포퓰리즘의 환상에 빠졌던 제주 사회는 각종 불화와 갈등이 확산되면서 상당 기간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된다.

 

따라서 원 지사는 도민의 눈높이와 시대정신에 대한 통찰이 깃든 정책을 제시하고 제주 사회를 끌고 나가야 한다. 오로지 도민의 눈높이가 도정의 잣대가 되면 지지율 관점에서 정책결정이 이루어져 포퓰리즘으로 흐르게 된다. 원 지사는 도민을 호도하는 사탕발림이 아닌, 예견이 고언이라 해도 이를 마다하지 않고 도정 운영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투신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살신성인의 극기와 희생으로 제주의 미래를 설계하고 꾸려나가는 충정어린 모습을 보일 때 비로소 도민은 지사와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도민의 소리에 더 귀를 기울어야 한다.

 

최근 한 조사에서 글로벌 기업 CEO와 경영 대가(大家)들의 핵심 키워드는 역시 ‘위기의 돌파구는 리더십에서 나온다’로 압축된다. 그들은 자신의 성공에 강한 믿음을 가지면서도 스스로를 과신하거나 자기 생각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단히 외부와의 진정한 소통을 통해 자아성찰을 하고 오류를 극복해 나간다.

 

 

추락 위기의 제주에 구원 등판한 원 지사는 소통 능력과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전 도정의 정책 진정성과 판단력 결핍으로 인해 소통의 실패를 자초한 사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잘못된 정책에 대해 어설픈 변명과 군색한 해명으로 일관하지 마라. 특히 상황이 불리해진다고 말문을 닫지마라. 솔직 담백하게 오류를 인정하고 진정성 있게 사과하면 해결의 실마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7대 자연경관 선정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서 연유한다.

 

원 도정은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다수 민심은 그 진정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전 도정이 혼선을 빚을 때 정면 돌파보다는 뒷전에서 몸을 도사리며 눈치 살피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소통의 결핍을 해소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유일한 방책은 자세를 낮추고 수용하려는 경청이다. 진정성이 담긴 경청의 필수요건은 도민에 대한 존경심과 배려다. 홍보라는 분칠로 치장한 전략과 전술을 거두고 민얼굴을 드러내는 직접 대면과 적극적인 소통의 자세가 필요하다. 정해진 틀에 꿰어 맞추려는 일방적인 주장만 내세우면 소통의 문은 점점 닫힐 수 밖에 없다. 소통이 차단된 파이프라인은 종국에는 파열한다.

 

권력을 가진 리더가 소통을 외면하는 ‘소통의 역설’을 극복하지 못하면 정상의 자리를 스스로 위태롭게 한다. 귀에 거슬리고 불편한 비판의 소리를 기피하고, 듣기 좋은 소리에만 치우칠 경우 전체를 보는 눈을 잃고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된다. 원 도정은 진정한 소통을 통해 원칙과 신뢰라는 소중한 자산의 부가가치를 늘려가야만 한다. 큰 귀를 만들어서라도 경청에 진정성을 보이며 도민을 설득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여 주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원 지사가 도정운영을 펼치자마자 지사를 둘러싼 풍문이 나돌고 있다. 정작 지사 본인은 못 듣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선거 때의 높은 지지율이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면 풍문은 설 자리가 없을 것이다. 지사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허물어지면서 온갖 풍문들이 창궐하는 것이다. 원 지사가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해답을 찾기 위해 고뇌하는 지사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풍문이 지사에 대한 신뢰를 압도하고 있는 걸까.

 

미래 권력을 의식해 너무 보여주기식 전시행정만으로 시간과 정력을 몽땅 날려 버리는 것은 아닐까. 이러다 많은 논란과 불신을 낳은 도정이란 낙인이 찍힐까 우려된다. 확산되는 풍문을 듣지 않기 위해 자신의 귀를 막아서는 안된다. 입은 닫고, 귀는 열어 남의 말을 들어야 한다. 자신의 한계를 겸허하게 인정하고 각계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자신과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 얘기도 들어야 한다. 다양한 견해를 듣기보다 소수 측근의 견해와 제언에 의존하는 경우 도민과의 공감대 형성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공감의 정치를 위한 보다 개방적인 도정 운영이 필요하다.

 

나홀로 리더십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다수 국민들이 박 대통령의 독불장군식 인사, 불통 정치, 정치권에 대한 독선적 행보 등에 비판적 시선을 보내며 개선과 변화를 기대해 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지금껏 들은 척도,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혼자'를 즐기다가 그야말로 '혼자'가 되기 직전이다. 대통령 자신이 가장 확실히 알고 있다는 ‘지도자 함정’과 환상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나홀로 리더십이 초래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정책 결정의 공동화 현상이다. 비선 기능이 활성화되어 공식 조직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을 위해서도, 그리고 나라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 될 수 있다. 원 지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원 지사도 취임 이후 ‘나홀로’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60%대에 가까운 높은 득표율과 원 지사 주변에서 호가호위하려는 인사들의 파렴치 행위가 지사를 독선과 오만에 빠뜨려 오판하게 할 수도 있다. 덮어놓고 지사를 옹호하고 비호하는 과잉충성은 지사를 고립무원으로 이끌게 됨을 알아야 한다.

 

지도자가 독단의 함정에 빠질 때 공동체는 엄청난 고통을 겪는다. 도정이 지사의 원맨쇼의 무대로 전락하면 나머지 공직자들은 재량권 없는 배우 신세를 면치 못하게 돼, 도민과의 소통 생태계 구축은 실패로 끝난다. 또한 재량권이 제로인 공직사회는 윗분 지시에만 집중하며 새롭고 창의적인 정책 개발은 하지 않고 보신에 급급할 뿐이다. 될 일은 늦추고, 어려운 일은 아예 손 안대며 탈 없이 지내려는 관료사회 특유의 생존본능적 보신 풍조가 확산되는 이유다. 이에 따른 행정공백과 공공서비스의 파행은 도민들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간다.

 

이처럼 원 도정은 자신의 성공 신화에 도취된 일방적 통치가 제주는 물론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지게 하는 궁극적 업보로 이어짐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는 비판 세력에 레임덕의 빌미 제공은 물론 도민의 따가운 시선과 항거에 직면케 할 수 있다. 민심은 이제 원 지사의 변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지금의 고비를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하면 원 도정의 앞날은 순탄치 않을 것이다. 경제는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관료 체제는 서서히 반발로 돌아서며 지지 세력도 고개를 갸우뚱하며 등을 돌릴 것이다. 언론, 시민단체들은 계속하여 비난의 깃발을 올릴 것이다. 자신이 옳다고 더 버티다간 그의 신화는 끝날 수 밖에 없다.

 

원 지사 스스로 도민과 권력을 나누고 대척점에 있는 자들까지도 끌어안아야 한다. 혼자하려 하지말고 책임과 권한을 과감하게 아래로 넘겨야 한다. 담대하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국면을 타개하려는 모습을 보여라. 가슴에 손을 얹고 자신을 돌아보며 뭐가 잘못됐는지 찬찬히 따져봐야 한다. 잘못은 다른 데 있는 게 아닐 것이다.

 

시대 변화를 읽어내야만 한다.

 

새정치연합은 얼마 전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참패했다. 근본 패인은 진화를 멈춘 '갈라파고스 야당'이 시대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해 과거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정치 지형은 변했는데 과거에 안주한 결과가 선거참패였다. 세계 경제규모 3위인 일본의 경제와 정치가 뒷걸음질 치는 것도 ‘갈라파고스’의 함정에 빠져 글로벌 트렌드와 동떨어진 '패거리주의·고립주의·폐쇄주의'를 고수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한때 세계 최대의 가전 기업이었던 소니의 몰락도 갈라파고스 함정에 비유된다.

 

원 지사가 중국 자본이 추진하는 '드림타워' 사업과 '제주신화역사공원'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나름 충분한 타당성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행정의 일관성ㆍ연속성과 외국인 투자에 나쁜 영향을 초래 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남는다. 이 같은 원 지사의 행보가 알려지자 중국에서는 한국 투자 경계령이 내려졌다고 한다. 일각에선 시민단체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원 지사에 솔로몬 지혜를 기대해 본다.

 

원 지사가 갖추어야 할 리더십은?

 

국가는 물론이고 세계적인 기업들도 누가 리더가 되는지에 따라 운명이 달라진다. 국가 지도자를 잘 만나고 잘못 만나는 차이로 과거와 현재의 처지가 바뀐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과 필리핀이 많이 언급된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재임 27년간 통산 38차례 우승했다. 그가 떠난 직후, 맨유는 같은 선수들을 보유하고도 프리미어리그 7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리더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조직의 성패가 극명하게 갈린다는 사실을 극적으로 보여준 사례이다.

 

원 지사가 갖추어야 할 리더십은 무얼까.

 

지금 제주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은 강력한 리더십보다 위대한 리더십이다. 도민은 주눅 든 가슴을 환하게 펴주고, 거듭되는 좌절과 낭패의 고리를 끊고 기대지평을 넓혀줄 지도자를 원한다. 성장은 둔화되며 전국 최하위로 추락하고 있고 공동체적 유대감은 내분과 갈등의 덫에 갇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피폐해지는 제주를 위한 구세주 리더십이 쉽지는 않겠지만, 원 지사에게 거는 도민적 여망은 대혁신과 대전환 그것이다. 지지부진하고 지리멸렬한 현 상황에서 엑소더스를 감행할 리더십 말이다.

 

 

첫째, 도민과 함께 하는 양심의 리더십이다.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에겐 살고 싶다는 본능적 욕망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죽음을 팽개쳤다. 전방 GOP의 한 장교는 총소리에 놀라 부하를 버리고 무기고 열쇠까지 갖고 달아났다. 나라를 지킨다는 생각이 있었다면 그렇게 쉽게 달아났을까.

 

반면 세월호 사무장 양대홍씨는 거의 90도로 기울어진 배에서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아이들 구하러 가야 하기 때문에 길게 통화 못 해“하며 끊었다. 그게 유언이 됐다. 마지막 순간에 달아나고 싶고, 살고 싶은 본능을 뿌리치고 희생을 각오한 것은 마음 밑바닥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양심 때문일 것이다.

 

각종 현안에 부대끼며 살아가는 제주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리더십은 도민이 곤경에 빠졌을 때 도정이 반드시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리더십이다. 지하 700m에 갇힌 칠레 광부들이 끝까지 버텨낸 것은 반드시 구조된다는 믿음 덕분이었을 것이다. 이스라엘은 자국민 한 명을 석방시키기 위해 팔레스타인 포로 수백 명을 풀어준 일도 있다. 그렇게 국민을 소중히 여기는 국가에 이스라엘 국민은 전쟁이 터지면 해외에 나간 청년들까지 귀국해 입대하는 충성으로 화답한다.

 

이는 국가가 국민을 대접하는 방식의 차이가 애국심의 차이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경들의 강정마을 진입시에 지사가 보여준 어설픈 동선은 이스라엘과는 극명히 다른 리더십을 보여준 상징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정치 지도자에 대한 신뢰의 위기는 권위의 위기로 치닫게 되고 결국에는 사회의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 군림이 아닌 공복으로서 봉사하고 투명한 소통과 도민과 함께 하는 양심의 리더십만이 도민적 신뢰를 담보할 수 있다.

 

둘째, 도민 간 질시와 갈등의 해소를 통해 지역 역량을 극대화시키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런 리더십은 수평적 리더십이다. 나와 다른 생각에 마음을 활짝 열어놓아 자신의 경험과 지식, 고정 관념의 틀을 깨고 남과 눈높이를 맞추며 소통하는 것이다. 항상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어 항상 새로운 관점에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할 수 있다.

 

셋째, 이념과 정파를 아우르며 강렬한 통합된 공동체 목표의식을 살리는 리더십이다. 우리 국민은 갈등하고 싸우다가도 공통의 목표만 있으면 한 데 뭉쳐 폭발적인 공동체 에너지를 내뿜는 신비로운 민족이다. 국가부도 위기 앞에서 난동과 방화로 저항하는 유럽 국민의 모습과 IMF위기 때 장롱 속 금붙이를 꺼내 모았던 우리의 너무 다른 모습이 이를 방증한다.

 

1957년 미국은 소련이 세계 최초로 '스푸트니크'라는 무인 우주선을 우주에 쏘아 올리자 충격에 빠졌다. 당시 대통령인 존 F. 케네디는 60년대가 끝나기 전에 인간을 달에 올려놓겠다는 비전을 국가 경영의 중심 콘셉트로 제시한다. 달 착륙이라는 가슴 뛰는 비전은 국가 운영 방향의 구심점이 되어 미국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소련을 앞설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지금 제주사회는 지역사회의 역량 집결과 도정 운영에 구심점이 될 강렬한 공동체 목표의식을 찾아내야 한다. 지역사회가 하나의 비전을 향해 나아갈 때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기적 같은 힘이 생길 것이다.

 

도민도 지도자 함정을 방기해서는 안된다

 

지사가 지도자 함정에 빠지는 데에는 이들의 일탈 행위를 방기하는 도민들의 책임도 크다고 본다. 과거 도정의 일탈 행위는 도민의 가슴에 염장을 지르며, 적반하장의 변명은 도민의 기를 막아 아연실색케 한다. 이들의 뻔뻔함과 당돌함은 자신들이 수퍼갑이고 도민을 졸로 만든다. 이들의 일탈행위는 제주 사회의 퇴행을 가속시킬 뿐이다.

 

그동안 도민들이 어떻게 처신했기에 이들이 도민들을 이처럼 우습게 여기는 것일까? 얼마나 도민들을 깔보았기에 저렇게 오만방자와 방약무인일까? 결국 도민의 수준이 탐욕의 제왕놀이에 함몰된 몰염치한 자를 만들고 이들이 활개 치도록 만든 것이다.

 

그간 제주 사회는 이들을 대함에 있어 너무 관대했거나 굴종했다. 이들이 쌓아 놓은 견고한 성벽과 사회적 폐쇄성에서 나오는 현실 안주의 나약함이 내면화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가 결코 정상이 아닌 이들에 비판을 가하며 바로잡아 나가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주인의식으로 무장해야 할 때이다.

 

견제와 균형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사회 체제는 권력 세력의 일방적 독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하지만 지금 제주에는 어른거리는 불길한 그림자를 경고하는 언론이나 지식인들도 안보인다. 양심의 소리는 거의 사라지다시피 하고 양심의 소리를 내야할 인사들의 일부는 아예 권력자의 호위세력으로 나서고 있다. 양식을 갖고 과거를 올바로 보고 제주 공동체의 미래를 도모하려는 양심 세력이라면 이들의 탐욕과 주장의 허구성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제주의 양심 세력이 이대로 허무하게 주저앉아 버리면 제주 도민은 영원히 고통과 번민의 나락에서 헤어나질 못할 것이다. 퇴행의 세계로 떠밀려 가고 있는 제주의 양심 세력이 다시 일어나 건전하고 정의로운 사회 구현에 앞장서야 하는 이유다. 우리 내부에서의 치열한 비판과 각성이 있지 않은 한 철옹성 장벽은 결코 허물어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모든 것을 부정해보고 근본적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다. 그저 대충대충 속에 지도자 함정을 외면하고 공익보다 사익을 앞세우면서 살길을 찾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결코 열리지 않을 것이다.

 

집토끼 잘 지켜야 산토끼도 잡을 수 있어

 

원 도정 인사 참사의 교훈은 신뢰의 가치와 그 소중함을 일깨워줬으며, 앞으로 제주 발전에 소중한 자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신뢰가 무너지면 기대도 무너진다. 현실 정치에서 시대의 영웅이 하루아침에 추락하는 것도 바로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내분과 갈등이 일상화되고 있는 제주의 경우 더욱 그렇다.

 

신뢰는 사회의 형성과 발전을 떠받쳐주는 기둥이다. 신뢰의 출발점은 법과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신뢰가 무너지면 정의를 세워가기 위한 각종 사회제도가 무용지물이 돼 공동체가 무너진다. 신뢰와 언행일치를 지도자의 최고의 덕목으로 꼽는 이유다. 미국의 정치사상가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한 국가의 경쟁력은 한 사회가 고유하게 지니고 있는 신뢰의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고 했다.

 

피렌체의 사보나롤라의 경우도 아마추어 지도자에 대한 과잉기대가 신뢰 상실과 민심 이반으로 이어져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하였다.

 

고공 비행하던 박근혜 대통령의 인기가 하루아침에 추락한 데에도 세월호 참사에 따른 신뢰상실이 결정적 요인이 됐다. 원 도정에 대한 풍문이 도민의 뇌리에서 떠나지 못하는 것도 원 지사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풍문을 제압하지 못할 정도로 취약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지도자가 신뢰를 얻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잃어버리는 것은 찰나의 순간이면 족하다. 그리고 잃어버린 신뢰의 회복은 결코 쉽지 않다. 원 지사는 “답답하다. 왜 진정성을 몰라주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한다.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아니다. 도민 쪽에선 언제든지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원 지사가 낮은 곳으로 내려와 온몸을 던져주기만 하면 된다. 도정이 불신받는 소통 부재의 시대, 열쇠는 결국 진정성이다.

 

이제 원 지사의 급선무는 정말 도민의 눈높이에 맞추고 있는지 성찰하며 오만과 독선의 관리를 보다 잘하는 일이다. 오만과 독선의 지도자란 낙인이 지속된다면 자신은 물론 도민에게도 불행한 일이 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을 반면교사로 삼아 해명과 변명에 앞서 스스로 "내 탓이다" "내 책임이다"라는 말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리고 민심을 두려워해라. 지금처럼 민심을 잃으면서 어떻게 제주를 지킬 것이며, 어떻게 새로운 사회를 만들겠는가. 인사 참사로 사회 혁신을 바라는 도민의 요구까지 함께 사그라진 것은 아니다. 제주 혁신은 제주 수장인 원 지사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원 지사가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역사가 원 지사의 패러다임을 바꾸게 될 터이다.

 

남은 임기 동안 원 도정은 제주 사회 전반적 혁신에 관한 근본적 처방을 도민과 함께 찾아야 할 것이다. 자신이 살고 제주 사회가 살려면 꼭 그렇게 해야 한다. 당나라 때 위징은 백성들의 민심을 물에 비유했다. 물은 배를 띄우지만 배를 뒤엎기도 한다. 이는 민심에 역행하면 언제든지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의미이다.

 

세월호 참사와 문창극 총리 지명자 논란 시 박 대통령의 처신은 국민을 의아스럽게 했다. 이는 집토끼와 산토끼를 모두 잃는 결과로 나타나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초심을 잃어버린 당연한 결과다. 집토끼와 산토끼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원하는 원 지사의 행보가 어쩌면 집토끼까지도 놓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집토끼만이라도 확실히 잡으라고 권하고 싶다.

 

남은 임기 동안 원 지사는 제왕의 권력 속에 몸을 숨기기 말고 민낯의 정치를 해야 한다. 도민의 불편과 체증을 찾아 막힌 곳은 뚫어주고 가려운 곳은 긁어주며, 밝고 화려한 양지보다 어둡고 가려진 음지 구석의 소외 된 빈자들에 손길을 내밀어 슬픔과 고통을 공유하며 관심과 배려로 보듬어 가는 민생정책을 펼치길 바란다.

 

이러하면 제주의 경제도 동토와 열사의 박토를 뚫고 올라오는 모질은 새순처럼, 희망과 신뢰의 싹이 움츠리지 않고 활짝 피어 올라 내일의 거목으로 성장하는 활기찬 물올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경제의 부활과 국민의 높은 긍지와 의욕은 이를 사령하는 지도자의 역량과 희생에 비례한다는 것을 보여주길 바란다.

 

반대자들도 원 지사를 그만 흔들어야 한다. 정략적 목적으로 지사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만큼 제주가 결코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우리의 공동체가 건전하게 유지되어야 도민의 삶도 있다. 원 도정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공동체 일원의 책임있는 자세다. <후속편으로 이어집니다>

 

☞고운호는?

 

=1979년 한국은행에 발을 들여 놓은 뒤 제주출신으론 처음으로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이 됐다. 2005년 3월부터 2008년 2월까지 3년간 재임하는 등 한국은행에서만 31년간 재직, 외길 금융인의 길을 걸어왔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으로 재직중엔 지역경제의 콘트롤타워를 목표로 제주경제포럼을 출범, 제주도지사와 함께 공동대표 역을 맡아 제주의 경제와 미래방향 논의의 불을 지핀 인물이다. 제주본부장 재직시절엔 제주본부가 한국은행 지역본부중 최우수본부로 지정됐다. [제주경제의 선진화를 위한 외침] 등 다수의 저서와 연구논문,자료를 냈다. 한국은행에서 퇴직한 최근에도 활발한 저술과 기고활동을 펼치며 제주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영훈 전 도의원이 원장을 맡고 있는 제주미래비전연구원의 이사장도 맡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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