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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기 제주민속박물관장, 3만여점 소장품 제주대 박물관에 기증
"콘크리트 덩이보단 우리 민족의 보배 ... 이제 무거운 짐 내려놓는다"

대학 1학년 재학중 제주도민요집 출간, 청년 28세의 나이로 대한민국 최초로 사설 민속박물관을 설립하고 관장으로 취임. 1991년 대만민국 출판문화상을 받은 ‘무가(巫歌)본풀이 사전’의 저자.

 

제주민속ㆍ무속 등을 연구하는 사람치고 그가 쓴 책을 참고하지 않는 이가 없고 그의 연구결과는 지금도 ‘선구적 업적’이라는 것 외에 다른 평가가 없다.

한집 진성기(78) 제주민속박물관장. 그가 역사에 우뚝 세운 대한민국 첫 사설 박물관이 문을 닫는다. 설립 50년만이다. 그가 평생을 걸려 모은 모든 소장품을 제주대에 기증했다.

 

제주대는 28일 오전 11시 본관 3층 회의실에서 한집 진성기 제주민속박물관장과 소장품 일체를 기증받는 협약을 맺었다. 기증 유물은 박물관 야외에 전시된 무신궁(당신상) 140여점과 무속악기 울쇠 등을 비롯해 총 1만여점, 출판물과 사진, 녹음자료까지 포함하면 무려 3만여 점에 이른다.

 

진 관장은 신화적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다. 제주의 민요ㆍ민속등 ‘제주연구 1세대’의 길을 걸어온 그는 제주문화의 중심에 우뚝 선 인물이었고 그의 논평을 거치지 않은 제주문화 소개도 드물었다.

고려말 제주에 둥지를 튼 입도(入島) 시조이래로 20대를 거쳐 600여년을 살아온 가문의 아들로 그는 옛 북제주군 한경면 고산리에서 태어났다. 세살박이였을 무렵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아래서 자란 그는 서당교육으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멀리 제주시에서 신학문을 배우며 중ㆍ고등학교를 다니던 그는 서서히 수집광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숟가락ㆍ젓가락 가리지 않고 ‘제주적인’ 민속품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대학(제주대 국문과)을 다니면서도 그는 제주도 마을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다. 남들이 내다 버리는 놋그릇에서 책보따리ㆍ궤는 물론 무당들의 무구(巫具)등 산간 오지에 발품을 팔아 때로는 조르듯 매달려 얻어낸 진귀한 물건들이 그의 품에 모여졌다.

 

“남들은 고등학교만 나와도 면사무소 서기를 해 밥벌이를 하는데, 대학을 졸업하고도 엿장수도 버리는 기껏 고물이나 모으러 다니냐”는 어머니의 호통이 있었지만 그를 말리지 못했다. 아내는 설득을 포기하고 아예 해녀일로 그를 도왔다.

그는 대학졸업 뒤 1년여의 대학도서관 사서일을 뒤로 하고 스스로 민속박물관을 차렸다.

1964년 그의 나이 28세때 일인데다 국립 민속박물관도 없었던 당시 국내 첫 사설 민속박물관이라는 것만으로도 그저 놀라운 기록. 1만여점의 그가 모은 수집품과 지인(知人)들의 도움으로 땅을 마련하고 독지가의 도움으로 건물을 올리는 등 그의 친화력도 그런 결실의 한 재산이었다.

“여기 선인의 끼친 자취를 역력히 볼 수 있게 벌여 놓았으니, 이야말로 문화를 애호하는 겨레정신의 발로다.”

 

 

 

 

그의 민속박물관은 1966년 늦봄 박물관을 찾은 한글학자 고(故) 외솔 최현배(1894∼1970)로부터 이런 극찬을 들었다.

그는 또 ‘제주학’을 주창한 인물이다. 지역연구가 전무하던 시절인 78년 대학교수 등 6명과 함께 현재 제주학회의 전신인 ‘제주도연구회’를 창립했던 주역이 그다.

“콘크리트덩이 개발은 후대에 쓰레기가 될 터이지만 내가 수집한 유ㆍ무형의 제주민속물은 보배가 될 것”이라는 그는 스스로의 삶을 “그저 조상의 삶과 슬기를 인생공부하듯 따라간 것으로 이제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다”고 목소리를 낮췄다.

 

제주대박물관은 1차로 오는 8월과 9월 훈증처리를 거쳐 전시품들을 옮겨오고, 10~12월 창고에 있는 소장품들에 대한 목록정리를 한 뒤 내년 초 쯤 이들을 모두 이전할 계획이다. 현 제주민속박물관의 전시는 8월로 끝난다.

 

허남춘 제주대 박물관장은 “대한민국 1호 사설박물관이 사라지는 게 아니고 (진 관장이) 혼자 감당하는 게 어려우니 제주대라는 조직에서 관리하고 잘 정리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허향진 제주대 총장은 “앞으로 대학 박물관에 ‘한집 제주민속관’을 마련하고 출판 도서를 전집으로 제작해 기증자의 훌륭한 뜻을 기리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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