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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덕정연가] 충남대 강근복 교수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운동이 한창이었던 1980년대. 많은 대학생들이 학업보다는 민주화를 부르짖으며 각 지역에서 군사정권에 항거했다. 대학생들의 열의에 공감한 일부 대학교수들은 학점을 시험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대체하기도 했다.

 

하지만 “학생은 반드시 시험을 치러야 한다”며 낙제점을 주겠다고 벼르던 교수도 있었다. 학생들은 그러한 교수들에게 강력히 항의했고 비난했다. ‘민주화를 부르짖는 제자에게 낙제점이라니….’

 

반면 낙제점을 받고도 교수를 찾아가 당당히 사과하고 “교수님이 옳았다”고 말한 학생도 있었다. 그 학생이 찾아간 교수는 “칼 같이 학점을 주는 것은 제자들을 위해서다. 학점을 잘 받으면 장학금도 받고 취직문제도 해결된다”고 말한다. 학생들을 이해 못한 것이 아니라 제자들의 앞날을 걱정했던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 정부의 업무를 평가하는 국민의 대표다. 현(現) 국무총리와 함께 정부업무평가위원회 공동위원장인 강근복(59) 충남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다.

 

‘정치인’과 ‘법조인’ 저울질하다 선택한 건…

 

1953년 드넓은 태평양이 앞바다인 서귀포시 하효동에서 태어났다. 그 바다가 인접한 정방동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그러다가 중학교 때 부모를 따라 제주시로 전학, 제주일고를 졸업한 뒤 서울 성균관대 행정학과에 들어갔다.

 

사실 그는 고교시절 정치가나 법조인를 꿈꾸고 있었다. 그러던 중 “행정학은 법학과 정치학을 같이 공부할 수 있다. 진로는 뒤에 생각해도 된다”라는 당시 사회교사의 권유로 ‘행정학’으로 선회하게 됐다.

 

그렇게 대학을 진학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과정을 모두 마쳤다. 졸업 후 강원대와 성균관대에서 강사생활을 하다 28세인 1981년 지금의 충남대 사화과학대학 행정학과 교수로 부임하게 된다.

 

이력도 화려하다. 미국 시러큐스대 맥스웰행정대학원 객원교수, 미국 버지니아대 객원교수, 행정고시 출제위원, 행정학회 이사, 대전시 인사위원, 한국행정학회 부회장, 한국정책학회 회장, 충남대 행정대학원장을 역임했다.

 

현재도 충남도 정책자문교수,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자문위원, 충남대 지역개발연구소장, 한국정책분석평가학회 차기회장, 중앙인사위원회 자체평가위원, (사)한국지방정부학회 학술위원, 정부업무평가위원회 민간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행정공무원을 양성하기도 하지만 중앙정부와 충남지역의 행정과 정책에 조언하고 있는 것이다.

 

31년간 엄격한 교수생활…

 

그의 제자들은 공공기관과 정부출연 연구기관, 공사 등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교수가 돼 대학 강단에 서는 경우도 있다. 그러한 제자들이 성공할 때, 주변에서 칭찬을 받을 때 무엇보다도 보람을 느끼고 ‘사회에 공헌한다’고 생각하는 그다.

 

하지만 대학 강단에 섰을 때만큼은 엄격하다. 학점에는 칼 같고 정정도 없다. 그의 제자 조교들은 후배들에게 “교수님의 과목은 공부한 만큼 성적이 나온다. 성적 안 나왔다고 교수님께 매달려도 국물도 없다”고 말한다. 여전히 그는 좋은 학점을 받은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고, 취직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졸업한 뒤까지 제자들을 걱정하는 것이다.

 

그의 칼 같은 원칙에 학생들도 존경을 표한 일화도 있다. 1980년대 학생운동이 한창이던 당시 일부 학과는 전면 기말고사를 거부했다. 선택과목이었지만 그는 시험 당일 시험 거부 학과 학생 몇 명만 나오자 “시험을 치지 않으면 성적을 줄 수 없다”고 경고했다. 학생들은 불평을 쏟아냈지만, 설마 하는 마음에 시험을 치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데모에 선봉에 섰던 남·녀 두 학생이 끝내 결석했다.

 

성적이 우수했던 남학생이 개강 후 그를 찾았다. 그는 항의하러 오는 줄 알았지만, 남학생은 뜻 밖에 얘기를 꺼냈다. “한 학기동안 강의를 잘 듣고 많이 배웠는데 시험을 치르지 못해 대단히 죄송합니다. F학점을 준 것을 달게 받고 아무런 이의도 없습니다. 제가 볼 때에는 교수님은 그러시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저 나름대로 모든 과목의 시험을 거부해야 되는 상황이었기에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한 것이다. 남학생은 스스로 학교를 그만뒀다. 마음이 안타까웠다. 결석했던 여학생은 선택과목이지만 재수강해 과목을 이수했다.

 

그렇게 그는 행정·정책 이론가로서, 그리고 존경받는 교육자로서 제주인의 기개를 펼치고 있다.

 

 

-현재 정부업무평가위원이자 국무총리와 함께 공동위원장이다. 하시는 일은

 

"어떻게 하면 정부로 하여금 국민에게 더 봉사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정책조정 또는 정부공무원들이 일한 만큼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리고 그들이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들이다. 이러한 것들은 내 아이디어만 아닌 여러 학자들의 아이디어를 반영해 이뤄지는 것이다. 위원장으로 있을 때 훨씬 일할 기회가 많다. 그리고 총리실에 이러한 것의 반영을 요구한다. 채택 여부는 공무원들에 의해서 좌우가 된다."

 

-전공분야에 대한 철학은

 

"공공분야에 진출하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밖에서는 정부공무원을 가르친다. 또 정부의 정책자문을 하는 것도 주된 일이다. 정책이라는 게 결국 좋은 사회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인간의 존엄성이 구현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그런 사회를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행동과 철학이 필요하다."

 

-제주특별자치도를 본다면

 

"‘특별자치도’의 원래 취지에 맞게 진행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정부의 지원 등이 원래 기대한 것만큼 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정부는 많이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돌아보건대 우리나라의 한 지역의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다. 그것을 토대로 세계적으로 관문을 여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좀 더 해 줬으면 한다. 현재의 행정구조보다는 2개의 기초 자치단체 부활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야 균형발전도 이룰 수 있다. 선출직 단체장이 지역 특성에 맞는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정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산문제도 국가예산을 더 확보할 수 있다. 현재 상태에서 행정시를 폐지해 도-읍면동 체제로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일종의 집권적 발상이다. 이것보다는 기초 자치단체 부활이 더 효율적이라고 본다."

 

-노동자 사건을 중심으로 한 논문이 있다.

 

"사회정의라는 관점에서 바라본 것이다. 힘 센 사람들은 여러 경로로 자신들의 요구를 표출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경제적 약자들은 정책결정 접근 통로가 좁다. 대구 택시운전기사 시위와 사북 탄광 노동자 사건 등을 통해 보면 폭력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요구를 어떻게 하면 정당하게 표출되도록 할 것인가, 폭력적인 방식으로 문제제기가 드러나기 전에 정당한 요구를 정부나 사회가 받아들여 정책화 할 것이냐 하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고향제주에 대한 생각은

 

"유년시절을 서귀포시 자구리, 소남머리, 정방폭포 일대에서 보냈다. 여름이면 바지가 마를 날이 없을 정도로 서귀포 앞바다는 놀이터였다. 눈이 오면 수업하다 선생님과 함께 창가에서 눈을 구경하기도 한 것도 눈에 선하다. 사과상자에 초칠해서 잔디썰매를 타기도 했다. 마늘과 고구마를 구워먹기도 했다. 항상 고향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갖는다. 지금도 교가가 귓가에 스치는데 “서귀포 앞바다. 푸른 바다. 바다처럼 넓게 살자. 한라산이 우리 희망이고 굳세게 살자”는 가사가 떠오른다. 제주의 자연은 인생에서 알게 모르게 나를 형성하게 만든 힘이 있다. 가족과 선생님들, 친구들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달려가고 싶다. 세월이 가니까 이제는 자리물회, 갈치호박국, 몸국 등이 먹고 싶어질 때가 점점 많아진다."

 

-제주인으로서 자랑스럽다고 느낄 때는

 

"늘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나를 소개할 때에는 반드시 ‘고향이 제주도입니다’라고 먼저 말한다. 행정대학원장을 하던 41세 때, 계룡대에서 국방부와 육군본부와 교류하고 협의할 것이 있어 한 장교를 만났다. 그 장교에게 ‘고향이 제주도’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장교가 자신의 초급장교 시절 선배들이 '당번병이나 전속부관을 구할 때 첫 번째로 제주도 사람을 선택하면 실패할 염려가 없다'고 한 얘기를 들려줬다. 제주도 사람들은 신의가 있고, 상당히 성실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때 얼마나 기분이 좋고 뿌듯했는지 모르겠다."

 

-앞으로 제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고향을 위해 뭔가 기여해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제주관련 정책연구를 본격적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제주가 국내 다른 지역과 경쟁하는 것 보다 세계를 상대로 경쟁하는 것이 좋다. 공직자, 대학, 기업 등도 마찬가지다. 외국인들은 제주도를 정말 매력적인 곳으로 생각한다. 개방적이고, 제주도가 사용할 수 있는 가능한 자원을 총동원해야 한다. 제주도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포용하고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노력을 해야 한다. 좀 더 외부세계에 대해 포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려면 기업환경이든 주거환경이든 국내최고가 아닌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품격을 갖춘 관광지로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세계적인 수준을 벤치마킹하고 경쟁해야 한다.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도록 키워야 한다."

 

강근복 교수는 다수의 저서와 논문도 발표했다.

 

□저서
▲정책분석과 문제정의(1990) ▲정책분석론(1994) ▲행정학원론(1998) ▲지식정보사회와 전자정부(1999) ▲지방자치단체장의 리더십전이(2001)

 

□논문
▲한국에 있어서 사회·경제적 쟁점의 정책의제형성과정에 관한 연구-함평고구마 사건·대구 택시 운전기사 시위사건·사북탄광 노동자 시위사건을 중심으로(박사학위논문),성균관대 대학원(1986) ▲한국에 있어서 사회·경제적 쟁점의 정책의제형성에 관한 연구 ▲지역정보화정책의 기본방향 ▲정보통신 연구개발 사업평가의 개선방안 ▲대형 국가 연구 개발프로그램의 평가에 관한 연구 ▲초고속정보통신 Application공급과 민간참여 ▲한국기초과학기술정책의 변동에 관한 연구 ▲지방자치와 정보공개 ▲정보통신표준화활동에서의 민간참여 활성화 방안 ▲Meta-Evaluation on the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R&D Program in Korea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평가제도 발전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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