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권혁성의 캘리포니안 드림

 

우리 전통 칼에 대한 수많은 질문에 대해 속 시원히 대답을 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앞에서 얘기한 대로 절대적으로 부족한 자료의 탓이 크다.

 

즉 현재 남아 있는 칼의 숫자도 미미하거니와 백동수, 박제가 등이 편찬한 [무예도보통지]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체계적인 무술서나 검술 교본이 없다는 게 큰 어려움중의 하나다.

 

이도 동양삼국의 무예를 다 모아 정리한 책으로서의 가치는 높지만 한국 전래의 무술비급은 아니기 때문에 한국 전통 검술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로서는 분명 한계가 있다.

 

근래에 이러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민족주의적인 관점에서 우리 칼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으나 이들 역시 편협한 국수주의적 오류에 휩쓸리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이 때문에 후세에 와서 만들어진 문학적 허구와 빈약한 사실이 혼재되어 진실로 둔갑하기도 하는 슬픈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일본도와 조선검의 차이를 칼의 휜 정도, 손잡이 매듭 문양, 검막의 문양, 칼집의 구조에 따라 달라지는 패용 방식, 칼 길이의 차이 등으로 기준을 삼아 얘기하는 정도인데 원래 문화라는 것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변화 발전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그리 대단한 차이는 아닌 것 같다.

 

인류 역사에 출현한 모든 문명, 문화들이 이런 저런 형태의 칼을 썼는데 특정한 칼이 다른 칼 보다 더 낫거나 못하다는 명제 자체가 그리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

 

관운장이 적토마를 타고 휘둘렀던 '청룡언월도',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좋아했다던 '미첨도', 만리 변성 차가운 삭풍에 김종서 장군을 지켰던 '일장검'은 다 각자의 위치에서 잘났건 못났건 주인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칼들이다.

 

“···풍류남아 우리 조상들은 결투를 하기 전에 해당화 한 가지를 칼로 잘라 편지에 붙여 보냈다. 검술의 고수끼리는 당연히 꽃가지가 잘린 모양을 보고 상대의 수준을 헤아린다 그 후에 이 쪽 역시 해당화 한 가지를 잘라 답장을 보냈다. 서로 불필요한 피를 흘리지 않고 해당화 가지 주고 받기로 승부를 갈랐던 지혜와 낭만이 있었다···”

 

참 그럴듯하고 멋진 말이지만 이 역시 앞에서 말한 대로 우리 칼에 얽힌 흔한 거짓말중의 하나다.

난 사실 여러 구설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는 편이 아닌데 내가 좋고 편하면 그 것이 명검이며 보도(寶刀)다.

 

내가 가지고 다니는 칼은 그다지 멋들어진 장식도 없고 그저 조선의 군용칼이 그랬듯이 검은 옻칠이 장식의 전부다.

 

그래도 때때로 어지러워진 내 마음을 싹뚝 싹뚝 베어내는 데는 아주 제격이다.

 

명검은 주인을 먼저 알아본다고 하지만 내 조선검은 그저 묵묵히 나를 기다리다 저를 나에게 맡긴다.

 

또 적당히 튕길줄도 알아서 내가 내 주제를 넘게 내버려두지도 않는다.

 

내가 칼을 다스리기도 하지만 칼이 나를 다스리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결코 내 칼을 넘을 수가 없다. 꼭 우리네 인생처럼 칼은 나이를 먹어갈 수록 더 어려워져 간다.

 

한산섬과 이 순신 장군의 큰 칼을 비추던 밝은 달이 휘영청 떠올라 있는 밤이다.

 

밤이 깊어 이렇게 또 한해를 보낸다. 2012년 새해엔 우리 모두가 스스로를 다스렸으면 한다. 우리네 인생의 명검은 결국 자신이다.

 

☞권혁성은?=경북 영일 출생. 백령도에서 해병대 하사관으로 복무했다. 포스코 경영기획실에 잠시 일하다 태권도(6단) 실력만 믿고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짝퉁’ 티셔츠 배달로 벌이에 나섰던 미국생활이 17년을 훌쩍 넘었다. 현재는 캘리포니아 어바인에서 선라이즈 태권무도관의 관장·사범을 한다. 합기도와 용천검도(5단) 등 무술실력은 물론 사막에서 사격, 그리고 부기(Boogie)보딩을 즐기는 만능스포츠맨이다.

 

 

추천 반대
추천
0명
0%
반대
0명
0%

총 0명 참여


배너

배너
배너

제이누리 데스크칼럼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댓글


제이누리 칼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