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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의 아프리카 서신(3)

1995년 12월쯤으로 기억이 됩니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저희 부부는 케냐의 몸바사(Mombasa) 라고 하는 항구도시에 들러 지저스 요새 (Fort Jesus)라는 포르투갈이 건설했던 성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동부 아프리카의 오랜 식민통치와 자원수탈의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15년이 지난 지금도 가장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그 곳에서 발굴된 생경한 중국의 도자기 파편들이었습니다. 도자기에 대해 이렇다 할 식견이 없는 저에게도 희고 푸른 색의 도자기 파편 위에 새겨진 동·식물의 문양들을 보니 분명 그건 지구 반대편에서 온 것임에 틀림없었습니다.

 

그 때는 오래 전부터 중계무역으로 아프리카를 드나들었던 아랍상인들에 의해 그 곳까지 도자기가 전해졌겠거니 어림짐작을 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한참 세월이 흐른 뒤에야 15세기 초 정화(鄭和)가 이끌었던 중국 명나라 함대가 아프리카 동부의 그 해안까지 다녀갔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세계사 교과서에 실려 있던 <기린도>라는 그림이 기억이 났습니다. 아프리카에만 서식하는 이 동물이 중국 북경에 나타났고 이에 대한 그림은 몸바사에 남아 있는 도자기와는 반대로 아시아에 새겨진 아프리카에 대한 기억이겠지요.
 

 

그것은 저에게 마치 각각 다른 장소에서 주운 두 개의 파편이 딱 맞추어지는 그런 신비한 느낌이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세계화, Globalization, Glocalization 이라며 새로운 단어까지 만들어 사용하는 21세기 초를 살아갑니다. 그러나 어찌 보면 우리 인류는 이미 오래 전부터 서로 소통하고 함께 어울려 살아온 것을 우리는 이제야 새로 생겨난 현상인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은 아닐까요?
국제개발협력이라는 다소 모호하고 거창하게 들리지만 가만히 들여다 보면 동시대를 살아가는 지구촌 이웃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소통과 교류가 그 넓이와 깊이가 더해져 좀 더 성숙하고 풍성해진 그런 관심과 사랑의 이야기가 참다운 국제개발협력의 의미가 아닐까요?

 


1994년 르완다 난민촌을 시작으로 지난 18년간 아프리카 아시아의 구호와 개발의 현장에서 일해왔습니다. 저희 부부는 그런 현장에서 처음 만났고 저희 세 자녀도 그런 곳에서 태어났습니다. 지구 반대편의 나라들에서 살면서 처음에는 언어가 통하지 않아서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니 그것 보다는 문화와 사고방식의 차이로 인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러한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간이라면 공통으로 지양하는 보편적인 가치와 공유하는 인간본성이 있다는 사실을 한참을 돌아서 이제서야 깨닫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한국에도 가난한 사람들이 많은데 굳이 다른 나라에 갈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지만 지금은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하고 새롭게 OECD의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이 될 정도로 국가적 위상도 달라지고,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많은 분들이 지구촌 이웃과 개발협력 분야에 관심을 갖고 계신 것을 보게 됩니다.

 

이러한 마음이 곧 세계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이며 이는 타인이나 공인된 기구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정체성을 깨닫는 사람들이 스스로 소유하게 되는 그런 정체성이고 시민권이 아닌가 합니다.
국가·인종·민족·성·계급 등등 인간을 무리 짓고 구분하는 경계와 차별을 넘어서서 인간으로서 존엄성과 자유를 누리는 그런 세상을 꿈꾸어 봅니다.
 

 

☞이상훈은?=연세대 정외과를 나와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국제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국해외원조단체협의회 연구위원으로, 우간다·아프가니스탄·르완다에서 국제구호기금 지역(보급)책임자를 맡으며 20년 가까이 생활했다. 현재도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가족과 함께 살면서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주민을 돕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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